유선형의 손목
돌고래는 물에 산다. 태양에 반사되어 빛나는 회색빛의 서늘한 등은 바다 위를 뛰어다닌다. 유려한 유선형의 곡선은 물아래를 헤집다가도 금세 물 위로 올라온다. 나는 꼭 이게 농구선수 같다고 생각한다.
돌고래가 사는 바다는 농구장 같다. 바다 앞에서 크게 숨을 들이쉬면, 폐 곳곳에 소금 결정이 생긴다. 알맹이들을 품에 안고 눈을 감으면 파도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농구장도 특유의 느낌이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체육관 내부가 늘 습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일까. 습기와 함께 느껴지는 농구장의 눅눅한 냄새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 눅눅함이 폐 곳곳에 스며든다. 그리고 공 튀기는 소리가 어렴풋이 겹쳐온다.
길이 28m, 너비 15m. 하루에 50km를 헤엄치는 돌고래의 활동 반경보다는 적다. 그러나 선수들은 계속해서 코트 끝에서 끝으로 이동한다. 바다 같은 농구장 위에서 선수들은 끊임없이 헤엄친다.
농구선수가 가장 돌고래 같다고 느낀 순간은 3점 슛을 쏠 때다. 뛰어오르는 발, 슛의 각도에 맞추어 휘어지는 손목, 끝까지 림을 바라보는 눈. 여기에 정확도까지 더해진다면 그 무엇보다 완벽한 3점 슛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돌고래는 물 밖으로 나올 때 몸이 동그랗게 된다. 나는 이게 꼭 3점 슛을 쏘는 선수의 손목 같다.
3점 슛이 림을 가볍게 통과하면 그물에서 철썩 소리가 난다. 그물이 공을 통해 찰랑이는 소리가 꼭 파도 소리 같다.
나는 정말 돌고래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