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칠과이분의일 Jan 20. 2023

바다를 바라보며

되짚기

 초등학생 때는 희망 진로라는 게 없었다. 굳이 고르자면, 글 쓰는 직업을 하고 싶어서 작가라고 말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린 나는 글쓰기로만 먹고 살기엔 힘들다는 글을 봤고 작가라는 꿈을 미뤄두었다. 본 직업 은퇴 후 글을 쓰는 등의 미룸 말이다.


 그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기자라는 꿈이 생겼다. 정치적 사건을 조명하던 기자들을 보며 정치부 기자를 꼭 하겠다 마음먹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나의 꿈 발표 같은 행사에서 나의 꿈은 정치부 기자였고 롤모델은 손석희 앵커였다.


 그리고 2018년, 15살이 됐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아무래도 15살일 것이다. 평소 정말 좋아하던 선생님께서 동아리를 만드셨고 그 동아리 이름은 ‘함께 보는 야구’였다. 줄여서 ‘함보야’. 함보야에 들어간 나는 야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겨보기 시작했다.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스포츠 초짜인 나에게 마구 힘을 불어넣었다.


 스포츠의 재미를 알게 된 나는 여전히 손석희 앵커가 롤모델이었고, 정치부 기자를 꿈꾸고 있었지만 내 진로 선택지에는 스포츠 기자가 더해졌다. 좁았던 나의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됐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희망 대학과 학과를 정해야 했다. 17살인 나는 사회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계획을 시작했다. 인서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그것을 종이에 적어내며 속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기록부를 채워야 했고 마구잡이로 미디어 관련이야기들을 끌어 쓰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역사가 짧은 학문이었고 결국 나는 관심 있던 분야인 스포츠를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와 다양한 스포츠 분야의 문제점들은 생활기록부 소재로 매력적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1학년을 마칠 때 즈음, 생활기록부를 확인하니 30% 정도는 스포츠로 채워져 있었다. 진로를 적어내라는 선생님 말에 스포츠 기자라고 적어도 되냐고 물었었다. 선생님은 폭이 좁으니 기자로 적어 내라고 하셨고, 그렇게 나의 최종 진로는 기자가 되는 듯했다.


 2학년이 되었고, 입시에 힘을 쏟아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했었다. 공동교육과정을 수강하기도 했는데 당시 들었던 수업이 스포츠 마케팅이었다. 관심 있는 마케팅 사례를 발표하거나 관련 지식을 발표하는 등, 자유롭게 진행되었던 수업은 스포츠에 대한 나의 식견을 더 넓혀주었다. 그리고 스포츠 산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관련 학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A 대학과 B 대학의 스포츠산업학과가 후보군에 들어왔다. 실기를 보지 않는 학과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선택지가 얼마 없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성적 문제 때문에 A 대학은 어려웠고, B 대학이 나의 현실적이고 가장 좋은 목표 대학이었다. 이때부터 생활기록부를 새롭게 단장하기 시작했다.


 대망의 19살이 되었다. 이젠 정말 진학 문제가 눈앞에 다가왔다. B 대학을 너무나도 원했던 나는 인강 목표 대학을 그 대학으로 설정했다. 책상에는 B대학 23학번 ㅇㅇㅇ 하고 내 이름을 적었고 친구들에게는 내 저장명을 책상에 적었던 것처럼 바꿔달라고 했다. 너무 간절한 목표였다.


 수능을 쳤고, 대학 발표가 떴다. 처음엔 예비조차 뜨지 않았다. 거의 2년을 열심히 달려왔는데 내 노력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책상에 붙인 포스트잇과 학교 스티커도 보기 싫었다.

 

 어느새 그다음주가 되었고 1차 발표가 났다. 예비 번호는 5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종일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음 날 2차 발표엔 여전히 5번이 떴다. 워낙 적은 수를 뽑는 학과였고 전형이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은 두근거렸다.

 

 3차 발표는 4번이었다. 한 명씩 빠지는 건 희망고문과 같았다. 나는 전화 추합 마지막 날 끝까지 기다릴 작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전화 추합 첫날, 02로 전화가 왔다. 스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B 대학이었다. B 대학입니다. 추가합격 되셨어요. 정말 엉엉 울었다. 슬픔도 잠시 정말 신기했다. 꿈꿔왔던 대학과 학과에 합격하다니. 붙었던 6 지망 대학은 등록 포기를 했다.


 이 글은 언젠가 초심을 잃을 나에게 비상금처럼 남겨놓는 글이다.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그 자리를 얼마나 원하고 바랬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펼쳐질 생활에 한 걸음씩 잘 내딛기를 바라면서. 과거의 진이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