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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Nov 04. 2024

너의 색 단상

명동. CGV. 너의 색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어우러질 듯 말 듯 무의미하게 뒤섞이는 색(2.5)


소재가 주는 기대감이 과했던 탓인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너의 색>은 삶을 방황하는 세 고등학생이 만나 밴드를 시작해 성장하는 청춘물이다. 영화에서 어려서부터 사람에게서 색을 본 '토츠코(스즈카와 사유 목소리)'에 따르면 색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 혹은 순간 순간 발해지는 존재의 개성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너의 색>은 자신의 개성을 찾는 고등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성장하는 청춘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너의 색>에서 세 고등학생의 성장이 실제로 와닿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색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개성 즉, 세 고등학생이 찾았다는 각자만의 개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목표나 그러한 목표를 갖게 된 이유도 불분명하다.

출처. 키노라이츠

색을 보는 독특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토츠코는 자신의 색을 보지 못한다. 토츠코의 목표는 자신의 색을 찾는 것이 될 것이다. 학교 축제에서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한 토츠코는 빨간색으로 자신의 색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토츠코의 목표는 달성된 것 같다. 하지만 빨간색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이전에 토츠코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 자신도 엉뚱할 뿐 타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삶이라 해서 토츠코에게 삶의 고민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동시에 그래서 토츠코가 찾은 개성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토츠코의 능력 자체나 그런 능력에도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이미 토츠코 본인의 따뜻한 개성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 모두에게서 색을 보지만 자신에게는 색이 없다는 이유로 색을 찾고자 하는 토츠코의 목표는 너무 일차원적이다.

출처. 키노라이츠

토츠코가 가장 아름다운 색을 발한다고 느낀 모범생 '키미(타카이시 아카리 목소리)'가 찾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할머니에게 사랑받고 학교에서는 모범생인 키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타를 몰래 배우고 싶어 한다. 나아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할머니 몰래 자퇴를 한다. 삶을 방황하는 키미의 이유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그저 할머니에게 자퇴했다는 사실을 숨기던 키미는 친구들과 밴드 연습을 통해 편안한 마음을 갖고 할머니에게 자퇴 사실을 말하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한다. 의사가 되어야 하는 중압감을 좋아하는 음악으로 이겨내려는 '루이(키도 타이세이 목소리)'라고 해서 방황의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다. 마을 병원의 후계자인 루이는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마을의 의사인 루이의 엄마는 루이에게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압적으로 대하고 있지 않고 루이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의사가 되기 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는 루이가 엄마에게 밴드를 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는 모습도 친구들과 잠깐 밴드를 할 뿐 의사는 될 것이라고 후련하게 말하는 모습은 왜 루이가 방황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영화 속 세 고등학생의 고민은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객의 짐작은 어디까지나 관객 각자의 삶에서 '그런 건가?'하는 상상일 뿐이다. 영화는 서서히 덧칠되면서 명확해지는 이미지로 관객의 상상에 순접 혹은 역접으로 가닿아야 한다. <너의 색>은 색이라는 소재를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원초적인 이미지로 관객들과 대화한다. 하지만 실제로 관객에게 가닿기에는 너무 원초적인 이미지라 영화는 굉장히 편의적으로 전개된다. 각자의 색깔을 더 명확하게 찾아가는 세 고등학생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세 고등학생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으나 이해할 수는 없는 불안감 속에서 노래라는 편리한 서사적 도구로 빠져나오는 것 같다. 세 고등학생을 응원하고 도와주는 수녀 '히요코(아라가키 유이 목소리)'가 고등학생 때 'God Almighty'라는 밴드를 했다는 사실은 마치 청소년 시절 방황은 음악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듯 편의적인 전개를 더욱 강화한다.  

출처. 왓챠피디아

색-개성-음악을 연결하는 영화의 지점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직 자신의 색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고민하고 삶의 목표를 찾아헤매는 청소년들이 뭉쳐 우주 여행의 노래를 부르는 영화인 만큼 <너의 색>은 쉽게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을 영화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공 세 청소년의 이야기에서 그들이 삶에서 고민하는 지점, 그들이 깨달은 자기 색의 구체적인 의미, 깨달은 의미를 음악으로 공유하며 변화하는 모습 등이 표현되었어야 한다. 토츠코, 키미, 루이의 고민을 알지 못하기에 우주를 여행하는 그들의 노래는 노래 외에 다른 감흥이 없다. 빨간, 파랑, 녹색이 섞이어 순간을 비추는 밝은 햐얀색을 볼 수 있는 노래를 기대한 만큼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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