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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Jan 25. 2024

몸치가 처음 경험한 운동 효과에 대해 쓰다

-난생처음 킥복싱-을 읽다

 내 인생의 대부분은 운동과 관련이 없다. 초등학교 무렵만 해도, 성실함이 특기인 나는 체육시간마저도 성실함으로 밀어붙여서 자신이 지독한 몸치인지 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전교생이 운동회에서 하는 단체율동(?)을 배우는 시간에 댄스팀장 격이었던 예쁜 선도부 언니가 맨 앞 줄에서 뽐을 내며 춤출 친구들을 뽑는 자리에서 (누구보다 정확한 동작을 멋지게 하고 있다 자부하는) 나를 거들떠도 안보는 것을 깨닫고는 아, 나, 몸치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즈음부터 테니스에, 농구에, 점점 어려워지는 체육 실기평가에서 아무리 성실함으로 무장하여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내가 몸치라는 사실 확신하게 되었고, 체육시간은 점점 두려움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는 '대학교엔 체육시간이 없어서 제일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대학생이 되고서는 보란 듯이 아무런 체육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학교 안 '헐떡 고개'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고개를 하루에 몇 번씩 넘었고, 지하철이라도 탈라치면 마을버스비를 아끼고자 역까지 걸어가곤 했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한 체육을 안 했다 뿐이지 생존에 필요한 운동은 생활 속에서 조금씩 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나이를 더 먹고, 돈이란 걸 벌면서,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돈과 바꾸는 삶을 알게 되었고, 차를 산 이후로는 지하주차장에서 상가 마트까지도 차를 타고 가는 지독한 사람이 되어 버렸으며, 자극적이고 헤비한 음식들을 맛있다고 느끼는 몹쓸 혀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여러 가지가 결합되어, 30대 후반, 나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가 되었다.


'난생처음 킥복싱'에서는 전업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글쓴이가 해가 지날수록 떨어지는 체력을 끌어올리고자, 건강하게 좋은 쓰는 사람이 되고자, 킥복싱 체육관에 등록하여 킥복싱과 크로스핏을 배운다. '터프한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부제에 맞게 글쓴이는 긴 시간 체육관을 꾸준히 다니며, 몸부림에 불과하던 발차기의 자세에 대해 고민하고, 기본 이하의 근력을 기본 이상으로 끌어올려 코치님께 칭찬받고, 밤거리 무서운 괴한에게 당하면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 진 의문이지만 일격 후 도망갈 시간은 스스로 벌겠다는 용기를 얻는 호신술을 배운다. 책장을 넘길수록, 글쓴이는 점점 터프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강한 인간의 표본인 여러 코치님들과 억지로 만들어낸 친근감이 아닌, 나와의 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만들어진 친근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티키타카를 보여주어 읽는 내내 흐뭇했다. 특히, 코치님이 훈련영상을 녹화해서 보고는 시무룩해진 글쓴이를 위 어떤 점을 보완하면 될지 열심히 설명해 주는 장면에서, 다 큰 어른 둘이 저리 귀여워도 될 일인지 싶었다.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오히려 더 귀엽달까.


글쓴이는 킥복싱이 아니라도,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운동을 찾아 해 보라고 했다.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을 뒤로 밀어놓지 말고, 운동에 재미를 찾아 운동을 우선순위 꼭대기로 놓고, 운동이 구심점이 되어 살면 일상이 건강하게 돌아간다고 했다.


고혈압에 고지혈증 환자인 나는 과연 어떤 운동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당당하게 '숨쉬기 운동이요'하고 말하던 어리석은 나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지난해 3개월간 식이조절과 함께  걷기, 실내사이클, 트램폴린, 훌라후프, 덤벨 등 혼자서 할 수 있는 각종 운동을 동원하여 10kg 가량을 감량했다.(62kg에서 50kg으로) 일단 겉으로 보기에 임신한 것 같던 배가 일반인의 배로 돌아왔고, 매번 셀카가 잘못 찍혔다고 오해했던 동그란 얼굴이 살짝 갸름해져 셀카가 잘 찍힌다. 생식 위주의 건강한 식단을 유지해서 만성 위염이 사라졌고, 혈압약을 안 먹어도 정상혈압 수준이 나온다. 최근 유지어터로 포지셔닝을 바꾸며 그간  먹던 과자, 빵, 라면을 야금야금 먹고 있지만 절대 예전처럼 절제 없이 와구와구 먹진 않는다. 무엇보다 뭔가를 먹었으면 움직일 줄 알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배부르게 먹 그저 배 두드리며 누워서 유튜브나 봤을 텐데, 지금은 많이 먹었다 싶으면 먹고 나서 바로, 그리고 다음날 오전 공복으로 유산소를 한다. 나에게는 킥복싱은커녕 요가 클래스도 엄청난 부담의 외부활동으로 느껴져서, 운동 중엔 혼자 걷기를 제일 좋아하고, 요즘같이 추운 날씨엔 실내 유산소로 대신한다. 글쓴이의 킥복싱 도전기를 보고 있자니 따뜻한 봄이 되면 농구, 아니 자유투 연습을 해볼까 한다. 시간을 들여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끼는 것도 운동의 재미 중 하나라고 하니, 공 주으러 다니면서 유산소도 하고, 공 던지면서 팔 근력도 키우고, 공 넣는 실력까지 향상시키면, 혼자 하는 운동 중에서는 최고로 쏠쏠하지 않을까 싶다.


터프까진 아니더라도,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도 기다리고 있다구요. 두려움 이 건강검진 받을 수 있도록 저도 계속 운동하는 삶을 살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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