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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Feb 01. 2024

억울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쓰다

-봄이 와도-를 듣다

나는 사람을 사귀면 그 사람과 완전한 마음의 조화를 이루기를 지향한다. 상대방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으면 우리의 관계가 금방이라도 끝나버릴 것처럼 불안하고,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과 계속 얽혀야 되는 관계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이 마음으로 이해가 되어야만 마음속 '편'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은 마음속 내 '적'으로 낙인찍힌다. 과 웃으며 같이 지내는 건 인지부조화를 가져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것이니 자주 볼 사이라면 웬만해선 내 편에 놓는다. 적으로 포지셔닝되는 순간 나의 마음속 악담과 원망을 모두 담당하게 될 테니까.


그런데 이런 마음의 합일을 이루길 좋아하는 방식은 점점 내 편을 줄어들게 만든다.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내 마음 같은 사람이 어디 한 명이라도 있겠는가. 내쌍둥이가 있다 들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도 넌 왜 나와 생각이 다르냐며, 상처받고 밀쳐내다 보면 내 편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모두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 같길 바라는 건 판타지와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만 관계 속에서 같은 마음, 같은 시각을 강요하게 된다. 내 적이 아닌 이상 이 생각에 동의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넌 내 적다. 난 너와 같은 가족, 혹은 같은 팀원이니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할게. 너와 내가 다르게 생각한다면 우린 같은 팀이 아니야. 너와 나 사이에 다름은 없어.


흔히 말하는 '다름을 인정하자, 다른 것은 틀린 게 아니다'는 말을 나는 잘 실천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종이 달라도, 성별이 달라도, 심지어 성적취향이 달라도 나는 다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가만 쳐다보니 나는 아주 작은 다름도 너와 나 사이의 마음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 장치로 받아들였다. 너와 나 사이를 가깝게 하려면 마음으로 느껴지는 하나 되는 기분이 필요했다. 네 생각이 내 생각이고 내 생각이 네 생각이다, 그래야만 우리 관계 안전하다 헛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나 자주 남의 말에 끄덕거린 걸까. 심지어 얼굴 모르는 작가가 쓴 책에서 나온 말 까지도 다 동의하려고 했다. 내가 사실은 그 책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깨닫자마자 그 책 싫어다. 나는 여전히 그 책의 잘 다듬어진 문장을 읽는 것이 좋았는데도 말이다.


꼭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야 하는가. 너와 내가 생각이 달라도 우린 친구라고 말하고 싶은데 내 마음속에서는 그것을 극렬히 거부하고 있다니, 어지럽다. 내 주위에  밖에 없으니 내 삶은 늘 억울다. 왜 내 마음 같은 사람 아무도 없냐고,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냐고. 나는 이렇게 혼자 옳고 고고한데 동조하는 똑똑이들이 아무도 없며 억울해했다.


혼자 억울해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우린 원래 다르고 앞으로도 영영 같아질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고 서로 친구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네가 나와 생각이 달라도 억지로 같은 생각을 가지려고 스스로를 세뇌하지 않아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면서라도, 적이 아닌 내 편에 둘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춰서 늘 참고 사는데, 넌 이제 와서 제멋대로 사는 그놈을 좋다하네, 하며 억울해할 일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나대로 살아간다면, 나한테 맞추지 않고 그들 자신대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적이라는 표딱지를 안 다면, 나도 억울할 일이 없을 것이다. 너도, 나도, 다들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것뿐이니.


이 노래 쓴 사람은 나와는 다른 억울함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내 마음대로 추측해 본다. 나보다 훨씬 더 견디기 힘들었을 억울함인지도 모른다.  그리도 좋던 사람이 더 이상 봄이 와도 설레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게 애잔하긴 하지만, 의 노래를 들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지나 나 스스로 굳건하여 나 아닌 다른 이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라고 또 다짐해 본다.



이 와도

설레지 않을 것이고


여름이 와도

나는 흔들리지 않을 거야


가을이 오면

무너지지 않고 견뎌왔음에 감사하며


겨울엔 나를 지켜줬던 그대만을

내 맘에 새길 거야


'봄이 와도(박종민, 로이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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