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방인이 되었다.
이방인으로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꽤 어려운 결정임이 분명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언젠가는 고국에서 나가 다른 새로운 나라에서 살아야지 하는 바람은 항상 마음 한편에 있지만 막상 해외에 나가면 때론 외롭고 때론 억울하고 불리한 상황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그저 로망 가득한 꿈으로 가볍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내가 겪었던 해외 생활기를 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던 때가 있었다. 다만, 나는 글을 쓰는 재주가 없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그저 언젠가는 이룰 작은 꿈으로 남겨 두고 있었다. 내가 경험한 일들을 재밌게 풀어 나가지 못하는 나에 비해 주변 친구들은 본인들의 이야기를 막힘 없이 블로그나 인스타 각종 sns에 쓰는 것을 보고 그저 하염없이 부러운 마음으로 보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해외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아주 보잘것없는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들려주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다만, 그 많은 이야기보따리에 비해 나의 언변이나 글쓰기 실력이 출중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렇게 글쓰기에 소심하던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고, 브런치에 짤막하게 라도 글을 적고, “그래, 이제는 진짜 시작해야 할 때야!”라고 다짐한 이유는 무언가를 배우는 데에는 고민 없이 시작하는 불도저 같은 성격에 비해 어떠한 전문가적인 일을 시작하는 데에는 꽤나 소심한 나 스스로에게 지쳤기 때문이다. 또 정말 나중이 되어 글을 쓰게 되면 내가 겪은 일들이 내 머릿속에서 변질될 것만 같았다. ‘이방인의 삶’에서는 터키, 호주에서 살아보고 영국에서 여행비자를 꽉 채워서 여행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 해외 살이가 처음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에 아버지의 일로 인해 중국 연태에서 1년 정도 살아본 적이 있지만 워낙 어렸을 때 일이고,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 정도면 가는 곳이라 성인이 되어 출국하기 전까지는 내가 해외에서 살았다 라는 생각을 크게 하고 산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해외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또 외국어를 잘하는 데에 큰 욕심이 있어서 해외에서는 모든 일들이 꿈만 같을 것 같고, 한 없이 좋을 줄 만 알았던 20살 초반의 내가 겪은 해외에서의 삶은 그리 쉽지만도 낭만스럽지도 않았다. 그래도 혼자 무언가를 해도 되고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길게 해외에서 살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나도 이 추억을 꽤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이 내가 해외에서 꽤 오랜 시간 지내다 온 걸 알면 내가 남들보다 더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는 한없이 오픈 마인드이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살이에 있어선 조선시대 보단 조금 덜 그리고 현대 시대보단 확실히 많이 보수적인 타입이다.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억울한 상황이 생기면 당황하거나 욱하는 성격 탓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도 잘 대입하지 못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모든 것에 의심이 많다. 이런 성격 탓에 타지 생활이 더욱더 순탄치만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해외에 있었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동료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힘듦이나 외로움을 한국에 들어오면 느끼지 않을 줄 알았다. 4년이라는 시간이 사실 그리 긴 시간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인데, 그 시간 동안 한국은 꽤나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한국에 오기만 하면 그저 편할 줄 알았던 나는 막상 부딪혀 보고는 또 다른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했어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겐 친구들이 공감하기 힘든 아픔을 털어놓느라 바빴고(고마워, 모두들), 그때 아르바이트하던 카페에서는 튀지 않고 남들과 잘 섞여 다니는 법을 다시 터득했어야 했다. 처음 귀국했을 때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지 뭐 그래도 말 통하고 정서가 비슷한 고국이 제일 편할 거야.라고 생각했던 나 스스로가 미워졌던 순간이 한 둘이 아니었다.
비록 첫 시작은 부모님을 따라 나간 해외였지만 그런 선택을 했던 것도 아무 계획 없이 다짜고짜 고향으로 귀국해서 살겠다는 다짐을 한 것도 나에게는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해외로 나가야만 가족을 볼 수 있는 상황 때문에 부모님을 원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국에서의 홀로서기가 외롭고 힘들 때마다 나는 왜 수많은 평범한 삶들 중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만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한탄한 적도 수도 없이 많았다. 해외로 나간 이후 어딜 가나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지만 돌이켜 보면 많은 것을 경험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힘들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이 글을 쓰는 궁극적인 이유이다. 나의 별 볼일 없는 경험이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택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용기가,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이방인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