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오늘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맞이한 여행 같은 삶은. 그동안 정신이 없기도 했고, 여유가 없기도 해서 그런지 내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더라. 그저 짧게 하루를 나열하는 것 말고는. 사실 오늘도 바쁘게 흘러갔는데 그 속에서 문득,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 행복했던 순간들이 생각이 났어. 이제는 알람 없이도 익숙하게 눈이 떠지는 그 시간에 쏟아지는 햇살을 여유롭게 맞이하며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잔에-, 커다랗고 작기도 하면서 뾰족하기도 둥그렇기도, 얇기도 두껍기도 한 식물들 사이에서-, 맛있게 한 상 차려 간단하게 술 한잔을 여유롭게 하는 저녁이-, 모든 집안일을 끝내 놓고 힘없이 티비를 보다가 귀찮은 마음을 삼키고 한 거품목욕이-, 바닐라향 가득한 인센스를 피워놓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오일램프 앞에서 끄적이는 이 밤이 그래.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홀로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좋더라. 사실 나는 요즘 불안해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어. 그래서 여유로움에 집중할 수 있는 순간들이 좋은지도 몰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편안해 질 수 있으니까. 불안한 마음을 떨치려 떠났던 여행에서 소중하게 담아온 장면들이 그저 사라질 것 같은 거품 같았는데, 모아놓고 보니 어느새 가득 차서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더라. 별거 아닌 거에 오늘 참 행복해서 감사했어. 그러면서 또 느꼈지, 혼자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하고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참 어려웠거든, 그래서 계속 사랑을 하고 싶었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던가봐. 그렇지 않으면 내가 버틸 수 없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 남는데 말이야. 무튼, 오늘은 나를 많이 칭찬해줘야겠어. 나열하지 못한 많은 일들을 한 나에게, 고민하다가 마음먹고 하고 싶은 일을 한 나에게, 지금도 조금의 불안을 안고 있지만 차분하게 나에게 집중하려 책상 앞에 앉은 나를. 깊게 잠들지 못해도 좋을 만큼 충분히 행복한 밤이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