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어떤 책인가?
바야흐로 15년 전, 제가 고3 수험생 시절에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오로지 두 가지였습니다. 정시와 수시, 정시는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고, 수시는 논술 시험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판가름 나는 전형이었습니다.
1년여의 고3 수험생활을 끝마치고 보니, 주로 기대치보다 상향으로 ‘대박’ 좋은 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은 정시보다는 수시 논술로 뒤집기를 한 친구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친구들은 한 반에 많아야 한 명? 정도로 흔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수시 논술을 준비한 적이 없기에 잘은 모르지만, ‘논술이 글쓰기라면, 글쓰기에 정답이 존재하나? 글에 점수를 매겨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 평가 기준에 대한 의문을 품었습니다.
어른이 된 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으며, 어린 시절에 가졌던 의문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글을 잘 썼다고 할까? 시와 소설 같은 문학작품은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그러나 논리 글은 다르다. 논술시험 답안, 신문 기사와 칼럼, 연구 논문, 보도자료 같은 글은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다.
나는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저자는 논리적인 글에 관해서는 잘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구분 짓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노력한다고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누구든 노력한다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 있다고 말하죠.
책은 어떻게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을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 지켜야 할 규칙/철칙을 다양한 예시와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논리적인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오늘은 글쓰기의 기초 단계, 논증의 3가지 미학을 다룬 챕터 1장과 글쓰기의 철칙을 소개하는 2장을 집중적으로 소개합니다.
1. 논증의 미학 :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논증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글이란 무엇일까요? 결국 나의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되죠.
저자는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보다 생각을 바르고 정확하게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고,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 기준을 바꾸고, 감정에 휘둘려서 생각하면 수준 높은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뜻이죠.
책은 글 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논증’의 세 가지 규칙을 소개합니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논증의 세 가지 규칙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최근에 SNS에서 ‘진순파’와 ‘진매파’가 대립구도를 형성하며 활발한 ‘논쟁’을 펼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진순파’는 진라면 순한맛을 좋아하는 사람들, ‘진매파’는 진라면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의미하죠.
진순파와 진매파는 어떤 라면이 미식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지 진지하게 토론했고, 토론 과정에서 상대편을 ‘맛알못(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하며 뜨거운 ‘논쟁’을 펼쳤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받지 못했던 진라면 순한 맛이 부각되며 매출이 전년대비 약 30.6% 증가했다고 하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논증의 사전적 정의는 ‘옳고 그름을 이유를 들어 밝힘’, ‘어떤 판단의 진리성의 이유를 분명의 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음식의 맛과 관련된 논쟁을 ‘논증’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음식의 맛에 관한 토의는 ‘논증’이라기보단 ‘취향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이 누군가에겐 맛이 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맛없는 음식이 내 입맛엔 맛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죠.
저자는 대화나 토론, 글쓰기에서 첫 번째로 기억해야 할 규칙은 단순한 취향 고백과 논증해야 할 주장을 구별해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각자,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취향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타인의 취향을 '미친 짓'이라고 욕하거나 '비정상'이라고 비난하고 가치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어떤 목적으로 어떤 성격의 글을 쓰든 단순한 취향 고백과 논증해야 할 주장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취향 고백과 논증해야 할 주장을 구별해내는 것,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구현하는 첫 번째 규칙입니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예전에 ‘리더십/조직문화’ 분야의 유명한 강사의 페이스북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쭉 읽고 나니 묘하게 기분이 불쾌해졌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글의 내용이 ‘리더는 ~해야만 한다.(must) 조직은 ~해야만 한다(must)’ 온통 저자의 당위론에 가까운 주장만 가득한 글이었습니다.
주장에 대한 근거 없이, 마치 자신의 주장이 하나의 ‘사실’인 것처럼 단호한 어투로 기술하니, 독자 관점에서 생각을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죠.
해당 사례는 논리적 글쓰기에 관한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책은 말이나 글로 타인과 소통하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해야 하고, 어떤 주장을 할 때에는 반드시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논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로 인정받지 못한 주장은 반드시 그 타당성을 논증해야 한다. 사실과 주장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논증 없는 주장으로는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설득과 공감은 고사하고 기본적 소통과 교감도 하기 어렵다.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고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는 것,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구현하는 두 번째 규칙입니다.
셋째, 주제에 집중하라
저자는 글을 쓸 때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주제에 집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글이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원래 글을 쓰려고 했던 이유/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직선으로 밀고 나가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글이 원래 의도했던 주제를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흐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주관적 감정에 휘둘릴 때, 특정 대상에 대해 ‘좋아한다’, 혹은 ‘싫어한다’와 같은 감정에 빠질 때 ‘논점 일탈의 오류’를 저지른다고 합니다.
‘논점 일탈의 오류’란 주장의 전제와 결론의 연관성이 낮을 때 발생하는 오류인대요.
예를 들면 축구 경기 관전평인데 축구선수인 호날두의 플레이를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호날두의 여자 친구가 자주 바뀐다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맛집 유튜브 영상에서 재료를 제대로 소개하지도 않은 채 생선 매운탕에 방아잎을 넣었다는 이유로 먹어보지도 않고 어떤 식당의 음식 전체를 혹평하는 것이 논점 일탈의 오류에 해당하죠.
저자는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의 감정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냉정한 태도로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을 쓸 때 감정에 빠지면 길을 잃기 쉽다. 주제를 벗어나 글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게 되고 주제와 상관없는 것을 들여와 글을 망치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구현하는 세 번째 규칙입니다.
‘논증’이란 하나 이상의 전제와 하나의 결론으로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어떤 주장이 있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제시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을 ‘논리적’이라고 말하죠. 저자는 줄곧 수준 높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할 때 논증의 세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하고, 이 규칙을 따르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글이 탄생한다고 강조합니다.
지금까지 글쓰기의 뼈대가 되는 '논증'의 세 가지 규칙에 대해 살펴봤다면, 다음 챕터에서는 어떻게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는지 글쓰기의 철칙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 글쓰기의 철칙 : 많이 읽고, 많이 쓴다.
저자는 문학작품에서는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지만, 논리적인 글쓰기에서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좋은 글이란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까요?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하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한다.
책은 수준 높은 글을 쓰기 위해 네 가지 기준을 지켜야 하고, 이 조건에 부합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읽고 쓰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독해력과 텍스트 요약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두가지 능력을 갖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좋은 글을 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하죠.
[1] 독해력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높은 수준의 독해 능력을 길러야 한다.
‘독해’는 어떤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논리를 이해하며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 정보와 논리와 감정을 특정한 맥락(脈絡, context)에서 분석하고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이다.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독서량이 늘어 아는 게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져야 텍스트를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비판적·창의적으로 독해할 능력이 생긴다. 독해력을 기르면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을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그 문제점과 한계가 어디서 왔는지도 추론해볼 수 있다.
[2] 텍스트 요약
글쓰기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텍스트를 읽고 핵심을 요약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요약은 텍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은 부분을 가려서 발췌하고, 텍스트의 핵심을 추리는 작업이다.
‘발췌’는 선택이고, ‘요약’은 압축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를 읽고 핵심을 추려 압축하는 요약 작업은 텍스트를 이해하고 문장을 만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독해력과 텍스트 요약 능력은 완전히 분리된 역량이 아닙니다.서로 북돋아주면서 글쓰기 실력을 키워주죠.
저자는 독해력과 요약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면서, 글을 잘 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글 쓰는 사람들이라면 필히 갖춰야 하는 태도와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3. 글을 잘 쓰려면, 내면의 가치를 쌓아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책의 말미에서 읽는 이들에게 묵직한 한방을 던집니다.
사는 만큼 쓴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의 기술만으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것들, 그 경험을 통해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이 되고, 나의 글이 공감을 얻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왜 글을 쓰는가?'
나의 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기 위해 씁니다.
'무엇을 쓰는가?'
작가의 글감은 결국 자신이 경험하거나 습득한 지식의 총합체입니다.
결국 글로써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경험을 의미 있게 해석하고, 내면의 세계관을 가꾸어나가는 것이 선행되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읽기 가이드
글쓰기 스킬을 다루는 책과 강의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곳곳에서 ‘팔리는 글쓰기’, ‘책 출간으로 월 얼마 벌기’, ‘누구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와 같은 상업적인 문구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책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속도’를 강조하는 콘텐츠들 사이에서, 시간은 걸리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글쓰기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많이 읽고 써야 하며,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이 새롭고 참신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글쓰기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가 살아온 삶의 무대가 주로 민주화 운동/정치 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니, 책에서 소개되는 예시들이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 점을 제외하더라도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글과 못난 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글쓰기 실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과 ‘글쓰기 실전 기술’ 등 글쓰기의 유용한 팁을 제공합니다.
글쓰기 입문 도서로서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글쓰기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도서명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 작가 : 유시민
- 출판사/출간일 : 생각의 길/201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