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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재미 Mar 03. 2022

책, 재미의 발견

재미있는 콘텐츠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읽고 보는 사람보다, 쓰고 만드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일상화되며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영상을 만드는 일들이 먹고 자고 숨 쉬는 것 마냥 익숙해졌는대요.

단순히 친목이나 일기의 목적이 아닌, 콘텐츠로서 대중과 소통하고 수익을 창출하길 원하는 크리에이터라면 항상 '내가 만든 콘텐츠가 재미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텍스트이든 영상이든 간에 사람들은 재미없는 콘텐츠를 보지 않기에,

'재미'는 사람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전제조건이자 콘텐츠의 존재 이유인 것이죠.


도서 <재미의 발견>은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콘텐츠의 '재미'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책의 저자인 김승일 작가님은 '재미'의 비밀을 밝혀내는데 청춘을 바쳤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첫 소설을 읽은 출판사 대표님의 '재미있네?'라는 말 한마디에, '재미'를 연구하는 삶을 걷게 되었다고 하는대요.

책은 저자가 '재미'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쌓아 온 밀도 높은 시간의 흔적과 축척의 결과물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총 4부로 구성된 도서 <1부 당신이 몰랐던 재미>에서는 '재미'를 정의하고 재미있는 콘텐츠의 구성요소인 '특.전.격'을 소개합니다.

<2부 재미의 시작>은 '특.전.격'에서 특이, 전의, 격변 각각의 개념을 친숙한 예시와 곁들여 설명합니다.

<3부 재미의 완성>과 <4부 재미의 증폭>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와 기술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전체 내용 중 '재미'의 중심축이 되는 '특.전.격(특의, 전의, 격변)'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재미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웃음이 빵빵 터지는 것을 '재미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일까요?

저자는 재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는 웃음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포함하지만, 웃기는 콘텐츠만이 곧 재미있는 콘텐츠는 아닙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미는 당혹하고 집중하게 한다."
재미있는 무언가는 백이면 백 당신을 당혹하고 집중하게 했습니다.
당신을 당혹하고 집중하게 했던 무언가는 높은 확률로 재미있었습니다. (16-17p)


책 <재미의 발견>은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이(特異) :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름
전의(轉意) : 생각이 바뀜, 의미가 바뀜
격변(激變) : 상황 따위가 갑자기 심하게 변함

'특이, 전의, 격변'은 저자가 말하는 재미의 핵심적인 요소에 해당되고, 세 가지를 갖춘 콘텐츠야말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특이/전의/격변'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이 아니다 보니, 아직은 다소 낯설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특/전/격'의 개념을 하나씩 살펴보고, 잘 알려진 콘텐츠에 '특/전/격'을 대입해보며 감을 잡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1. 재미있는 콘텐츠의 첫 번째 비밀, 특이(特異)

'특이'는 말 그대로 '특이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내가 속한 집단의 보통 사람들과 다른 성격/개성을 지닌 사람을 만났을 때 '저 사람 특이하다'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수직적이고 군대 문화를 가진 회사에 에너지 레벨이 무척 높고 말이 많은 여자 직원이 들어옵니다. 그 직원은 암묵적으로 사원 대리급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회의시간에 임원에게 질문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조곤조곤 피력하죠.

그녀의 행동이 잘못되거나 이상한 것은 아닌데, 그녀가 소속된 집단의 문화적 특성상 이러한 행동은 '특이함'으로 간주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보며 '보통 사람이 아니다, 특이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특이한 사람들은 특이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죠.


이처럼 '특이'란 표준 정규분포의 정 가운데에 있는 '보통'에서 멀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보통'에서 더 멀리 떨어질수록 보통 것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른 '특이'의 성질을 띄게 됩니다.  


콘텐츠에서 '특이'란 콘텐츠를 분해하면 나오는 '보통'의 지점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어린 친구들이 즐겨 읽는 동화는 일반적으로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으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고전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흥부는 부자가 된 후 놀부의 청부살인으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놀부는 흥부의 재산까지 빼앗아서 더 잘 먹고 잘 사는 결말로 끝이 난다면?   

과거에 경험하고 예측했던 동화의 패턴을 완전히 벗어나면서, 보는 이들에게 충격과 당혹감을 주죠.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결말이 다른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나 뉴논스톱에 비해서 강렬하게 기억되는 이유도, 시트콤이 갖고 있는 '유머러스한, 유쾌한' 이미지를 깨고 결말부의 마지막 장면을 주인공 두 사람이 비 오는 날 차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연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비극적 결말은 강렬했지만, 많은 팬들의 비난과 원성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콘텐츠 안에서 무수한 '특이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장르, 주제, 사조, 세계관, 이야기 소재, 캐릭터 설정, 등장인물의 위상, 스토리 구성 방식, 전개 방식, 플롯, 작품의 분위기, 기승전결의 구조 등등 콘텐츠를 분해하면 나오는 많은 것들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통'을 찾을 수 있고, 콘텐츠의 무언가를 '보통'에서 멀리 벗어나게 함으로써 보는 이들을 당혹하고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보통을 거부하고 장르적 문법에서 벗어난 사람들만이 자신만의 고유한 장르를 만들어낸다고 덧붙여 이야기하죠.

"봉준호 자체가 장르다"
영화 평론가인 봉감독의 후배 송석주 기자는 "봉 감독의 영화는 단일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한 영화에 다양한 장르가 내재해있는 특성을 보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자의 말처럼 봉 감독의 영화는 코미디나 스릴러, 판타지, 액션 등 어느 한 장르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어떤 장르로 흐르는 듯하다가도 좀처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장르적 클리셰를 부숴버립니다.
어떤 장르로도 구분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어떤 것이 재미있다면 그것은 때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말들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특이'에 사람들은 당황하고 집중합니다. (50-51p)


책은 오글거리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극 속에 녹여내는 김은숙 작가,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막장드라마로 이름을 남긴 임성한 작가, 전쟁 영화인데 전쟁의 잔혹한 묘사를 최소화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등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해온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그들이 만든 콘텐츠에는 각자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개성, '특이'가 오롯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특이'가 대중들에게 '뭐야?'가 아닌, '우와 대박, 헐, 미쳤다'와 같은 당혹과 집중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면?

'특이함으로 공감을 얻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들만이 자신만의 고유한 장르를 개척하며, 지속적으로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2. 재미있는 콘텐츠의 두 번째 비밀, 전의(轉意)

'특이'라는 단어는 익숙한데, '전의'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한 경향이 있습니다.

'전의'의 한자어는 회전할 '전(轉)', 뜻/의미의 '의(意)'로, '생각이 바뀜/의미가 바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콘텐츠를 보면서 나의 생각이 바뀌거나 의미가 바뀔 때, 당혹과 집중이 일어나고 재미를 느낀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주로 언제 어떤 장면에서 '전의'가 일어날까요?

저자는 '전의'를 경험하는 순간을 크게 세 가지로 소개합니다.


첫째, 고정관념을 깰 때 '전의'가 일어납니다.

말장난처럼 느껴지는 넌센스퀴즈나 아재 개그, 은유와 비유적 표현을 구사하는 '시'는 전의에 좋은 예시입니다. 어떤 단어가 가진 의미를 바꿈으로써 그 단어가 가진 기존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죠.

'바나나는 하얗다'와 같은 카피 문구도 고정관념을 깨는 '전의'의 예시에 해당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바나나는 노랗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광고를 통해 바나나의 색깔은 하얗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죠.


둘째, 반전이 등장했을 때, '전의'가 일어납니다.  

'반전'의 한자어는 돌이킬 반(反), 회전할 전(轉)으로 '전의'와 같은 '전'을 사용합니다.

위치/방향/순서 따위가 반대로 가거나, 일의 형세가 뒤바뀌는 것을 '반전'이라고 정의하죠.

'비밀의 숲' 같이 잘 만들어진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작가는 매 회차마다 새로운 떡밥을 던져줍니다. 시청자들이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의심되는 인물을 한 명으로 특정하기 어렵게 만들죠.

보는 이들은 매 회차마다 의심과 해소를 반복하고, 살인범이라 생각되는 표적을 수시로 바꿔가며 작품을 시청합니다.


셋째, 평소와는 다른 '특이'한 공간에 있을 때, '전의'가 일어납니다.  

'전의'를 위해서는 대상이 머무는 공간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은 우리가 화장실에서 익히 봐왔던 소변기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 변기가 미술관에 놓이자 관객들은 변기에 집중했고, 변기에서 뜻밖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냅니다.

변기가 하나의 고유한 미술 작품으로 인정받는 순간이 온 것이죠.

이처럼 '특이'한 공간은 기존의 나의 생각을 바꾸어놓는 '전의'를 일으킵니다.

변기가 우리집 화장실이 아닌 미술관에 자리 잡고 있을 때,

평일 낮 시간에 직장에서 일하던 '나'가 이색적인 여행지에 머물고 있을 때,

보통 때와는 다른 관점과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게 되고,

새로운 공간에 놓임으로써 재미를 느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이처럼 고정관념을 깨거나, 반전을 주거나, 공간의 '특이'를 지닌 콘텐츠는 기존의 생각을 바꾸어놓음으로써 당혹과 집중을 이끌어냅니다.


3. 재미있는 콘텐츠의 세 번째 비밀, 격변(激變)

이어지는 글에서는 콘텐츠에서 집중과 당혹감을 일으키는 세 번째 요소인 '격변'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격변'의 뜻은 말 그대로, '격하게 변한다'의 약자입니다.

이는 작품에 제시된 상황 따위가 갑자기 심하게 변하는 것을 뜻하죠.


저자는 인기 있는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회차의 결말부에 '격변'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잘 나가는 드라마들은 제각기 그 스토리나 스토리의 전개 방식(플롯) 자체가 특이하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 꼽자면) 그것들은 매 회 결말부에 시청자의 추가 시청을 유도하는 강렬한 격변이 있다는 것입니다. (159p)

특히 드라마라는 장르는 다른 어떤 콘텐츠보다도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장치가 중요하기에,

결말부에서 다음 회를 보고 싶게 만드는 강렬한 격변을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최근에 제가 즐겨보았던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한 시간 내내 잔잔하다가, 마지막 예고편에서는 주인공 누군가가 사고를 당한다거나, 큰 병의 진단을 받거나,서글프게 오열하는 격변의 장면을 담아내며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죠.

저자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시청률이 높았던 일등공신도 결말부에 등장인물의 상황이 급변하는 '격변'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후반부까지 밋밋하게 흘러가더라도 마지막 몇 분을 남기고는 반드시 다음 회가 궁금하게 만드는 격변을 일으켰고, 그 격변의 크기는 일반적인 드라마들보다 훨씬 컸기에 드라마가 방영되지 않는 날에도 높은 관심과 화제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하죠.

<스카이캐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14회의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입주 과외생으로 부잣집에 들어온 한 아이가 파티 도중에 발코니에서 추락하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은 드라마의 어떤 장면들보다도 화제가 됐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하나라고 생각되던 그 아이가 6회나 남기고 죽을 것이라는 예상은 그 어떤 시청자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적어도 시청자가 이전 회차들을 통해 얻은 상식을 통해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시청자들은 아이를 떨어뜨린 진범이 누구인지 추측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쏟아냈습니다. (161P)


콘텐츠의 플롯 자체에 변화를 주는 것도 '격변'의 대표적인 예시에 해당하는대요.

'플롯'의 사전적 정의는 스토리에서 사건을 전개하는 특정한 패턴을 말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스토리에는 몇 가지 전통적인 플롯(클리셰)이 있는데, 모험 플롯, 잡혔다가 도망치는 플롯, 누군가를 구해내는 구조 플롯, 변형 플롯, 미스터리 플롯, 정체성 찾기 플롯, 금지된 사랑 플롯, 불치병 플롯, 백마 탄 왕자님 플롯 등이 그 예시에 해당되죠.

우리가 어릴 때부터 접해왔던 작품의 플롯들은 초반에는 격한 변화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뻔해집니다.

영화나 드라마 좀 봤다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가 어떤 플롯을 타고 흐르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되고 '아 다음에는 결국 이렇게 되겠네, 아 맞네 역시'하고 결말을 예상하죠.

과거 10년 전에는 인기를 끌었던 명작이 시간이 흘러서 식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미 해당 작품의 플롯이 역사적으로 너무 많이 사용돼 전통적인 플롯, 뻔한 패턴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더 많은 시청자의 당혹과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플롯을 그대로 도입하는 정도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플롯에 트위스트를 주든, 두 가지 이상의 플롯을 절묘하게 섞든, 플롯이 일으키는 격변의 폭을 더욱 크게 만들든, 아니면 플롯이 너무 뻔하고 식상하다면 인물의 캐릭터나 소재/배경 설정에 특이점을 주든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에 격한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격변'의 예시 중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메이크오버'입니다.

메이크오버란 '고치다, 개선하다'라는 뜻으로 사람을 통해 격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스토리를 뜻합니다. 

<렛미인>, <미생>, <러브하우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이 프로그램들은 공통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대상이 사람의 조력이나 영향을 받아 크게 변화하는 '메이크오버' 플롯을 중심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업에서 리더십 교육을 할 때에 가장 좋아했던 영상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메이크 오버' 플롯에 해당하는 '프로듀스 101' 영상이었습니다.

실력이 한참 부족해서 쭈구리처럼 위축되어 있던 김소혜를 팀의 리더인 김세정이 이끌어주며, 한 편의 아름다운 성장드라마를 완성하죠. 결국 김소혜는 자신을 믿어주는 유능하고 따뜻한 리더 김세정을 만나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두 사람의 드라마는 대중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최종 데뷔'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물론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방송을 통해 이러한 플롯을 학습하고 똑같이 따라 하면서, 식상해진 감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작품을 통해 한 인간이 다른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구원받거나 성장하는 변화를 지켜보며 '아, 나도 저런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메이크오버'만큼 강렬한 플롯이 드물다고 이야기합니다.  

메이크오버만큼 강렬한 플롯도 드뭅니다.
다른 것으로의 변신은 그 자체로 격변인데, 이러한 변화가 어떤 마술이나 판타지적 요소가 아닌 '사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188p)


지금까지 책 <재미의 발견>에 소개된 재미있는 콘텐츠의 공식 '특전격(특이. 전의. 격변)'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책의 표지에서는 '뜨는 콘텐츠의 공식'이라고 표현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가 말하는 공식이 '1+1=2' 와 같은 수학공식처럼 하나의 정답이나 절대적 진리를 전하는 책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책은 잘 나가는 콘텐츠의 경우 제각기 장르나 스토리의 전개 방식(플롯) 특이하고, 창작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구현되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보통'이 되기 보다는 보통이라고 여겨지는 기존의 장르적 문법과 전통적인 플롯(클리셰)을 파괴함으로써, 콘텐츠에 '특.전.격(특이, 전의, 격변)'을 더해가라고 조언하죠.

바로 이 점이 작가님의 책 <재미의 발견>과 평소 저의 생각/가치관이 만나는 지점이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 같은 영상의 이미지를 문자로 산출하는 행위는 문학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것보다 어렵고 지난한 행위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영화평론가의 작업이 문학평론가의 그것보다 고단하다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저자는 그 어렵고 지난하고 고단한 행위를 꾸준히 이어갑니다.

오로지 '재미'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는 소명 하나로, 보통의 사람들이 가볍게 보고 즐기는 것들에 대해 가벼이 대하지 않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입체적으로 해석하며 작품 이면에 숨겨진 '재미'의 비밀들을 하나씩 건져냅니다.

그렇게 '재미' 관점의 프레임으로 보고 듣고 읽은 것들을 자신의 언어로 쓰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냅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재미'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어쩌면 모두가 당연한 듯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던 개념을 연구하고, 완성형 문장으로 길어 올리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김승일 작가님의 '재미'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저도 이제는 내면에 소리에 집중하며, 취향을 뾰족하게 다듬는 일에 집중해야겠습니다.

단순히 재밌는 것을 보고 '재밌다, 좋다'에서 끝내는 것이 아닌, 평소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들은 어떤 색깔을 띠는지, 나는 왜 이 콘텐츠를 보면서 재미를 느낀 것인지, 이 작품과 나의 가치관이 만나는 지점은 어디인지, 재미있는 콘텐츠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 보려고 합니다.

'보통'이 되기 위해 다른 이들의 콘텐츠를 모방하기보단 나만의 고유한 관심사와 취향을 발견하고,

내 콘텐츠(글, 영상 등)에 '특이'를 녹여내는 시도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재미있는 책으로 영감과 자극을 주신 김승일의 브런치 (brunch.co.kr) 작가님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재미의 발견/행복우물 출판/2021.3.26/ 단숨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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