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문득 내 사무실에 살고 있는 도마뱀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해졌다.
주인도대사관에 출근한 첫날부터 가끔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 기척을 느끼곤 했는데 한동안은 창문 밖을 날아다니는 새 그림자가 안경에 잠깐씩 투영되는 것인가 생각했다. 며칠이 지난 어제 오후에야 그 기척이 도마뱀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아차렸다. 도마뱀 한 마리가 사무실 바닥에 나타나 두어 번 까불거리더니 캐비닛 밑으로 쓸리듯 사라진 것이다. 한 뼘 크기만 하고 제법 통통해 보이는 것이 배곯고 사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두어 달 동안 비어있던 사무실을 혼자 지키다가 새로 나타난 친구에게 제 깐에는 알은척하느라 생 쑈를 했나 보다. 내가 늦게야 알아차리고 그나마 별로 놀라지도 않아 그 녀석이 혹시 실망하지나 않았을까......
새로 만난 직원들과는 아직 서먹한 가운데 사무실을 같이 쓰는 동료가 하나 생긴 것 같아 반갑기까지 했다. 어릴 때는 논두렁 돌무더기나 초가집 담벼락에서 크고 작은 도마뱀을 심심찮게 만났었고, 근자에는 2004년 말 ‘아세안+3'정상회의 홍보 지원차 라오스 비엔티엔에 출장 갔을 때 자주 본 적이 있어서 내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그러나 남편을 따라 인도에 온 한국인 부인들에게 도마뱀은 끔찍한 아이템 중 하나로 전해진다. 사무실에서 만난 도마뱀 이야기를 했더니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은 어느 한국인 부인이 겪었던 실화(?)를 전해주었다. 인도 적응에 애를 먹고 있던 그 부인이 자고 있는데 설상가상, 얼굴로 도마뱀 한 마리가 떨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놀랬던지 그 부인은 그날부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울고불고 남편을 다그쳤다고 한다. 도마뱀은 허술한 창문 틈으로 자유롭게 건물 안팎을 드나들기 때문에 인도 주택이나 음식점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출현하곤 한다. 사실 놀랜 것으로 치면 그 부인보다 도마뱀이 더 했을지도 모른다. 천장을 지나가다 실수로 발을 헛디딘 것도 '아차!' 싶었을 텐데 낙상의 충격을 추스를 틈도 없이 난생처음 들어보는 한국 부인의 괴성에 2차 충격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마뱀 먹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더니 ‘육식을 하고 곤충이나 지렁이, 귀뚜라미를 먹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소한 모기를 잡아먹는 익충임에 틀림없다. 어렸을 적엔 징그럽고 무서웠던 녀석들에게 이제는 편을 들어주는가 하면 ‘밥이나 먹고사나’ 살짝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니 그 사람 인도 적응속도가 상당히 빨라진 듯싶다.(201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