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 일원에서 바라본 겨울 하늘은 서울 같지가 않다.
홍릉 캠퍼스 유리창 너머엔 솔가지 끝자락이 조금 흔들거릴 뿐 하늘은 가을보다 푸르다.
1월 10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에 입학한 이래 늘 이 하늘이 있어 좋았지.
책상을 정리하면서 오늘이 진짜 이곳을 떠나는 날인가 싶다.
기숙사의 아침을 깨우던 새소리들
얼었던 땅의 헐벗은 나무에서 파릇파릇한 싹이 돋고
그 싹들이 온통 하늘을 덮기도 했지.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 시들기까지 아마 난생처음으로 전 과정을 지켜보았을 걸.
연구실 옥상에서 바라보았던 청계천 불꽃놀이는 신기하기까지 했어.
국화꽃 봉오리 같은 아기자기한 불꽃들이 볼 만했지.
방울방울 여름비에 계란 만한 거품이 생겨나는 모습도
아마 어릴 적 초가집 처마 밑에서 보고 처음이었을 거야.
노란 은행잎은 얼마나 좋았는지
어느 날인가 일부러 은행나무 밑에 주차를 해 둔 적이 있는데
차를 덮은 노란 은행잎들이 아쉬워 천천히 달렸던 적도 있지.
결국은 차창에 붙어 파르르 떨던 녀석까지 다 날아가 버리긴 했지만.
Never give up!
경희대 캠퍼스 산자락까지 헤집고 다니면서
늦깎이 배움이 과욕이 아니기를 바라기도 했다.
포기할 여유가 없어 불면이 찾아온 날도 있었지.
이제는 어딘가에 정표라도 남겨볼까?
미련을 남기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지 ㅎㅎ
홍릉 하늘에 스며들 만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써본다.
“참 잘했어요!”
(2005-12-02 17: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