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추석을 쇠고 상경하는 길에 구름 사이로 달님이 나타나길래
우리 가족은 달님께 소원을 빌었다.
여섯 살 작은 녀석, "소원이 뭐야?"
"앞으로 이렇게 꼭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
한참을 고민하더니, "그럼 나는 죽을 때까지 엄마 아빠랑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일까.
녀석의 "죽음"에 대한 저간의 고민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이겼음에도 돌아가셨다는 사실과 그렇게 훌륭한 사람도 죽음이 비껴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반복되는 작은 녀석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하곤 했다.
TV나 영화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 부모가 없는 가족의 이야기, 개미나 지렁이의 죽음 등에서 작은 녀석은 어렴풋이 "살아 있는 것은 다 죽게 된다"라는 진리에 접근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몇 살이나 살 수 있을까?"하고 녀석이 물었을 때,
"보통 사람은 100살 정도 살 수 있는데, 너는 씩씩하니까 한 200살은 살 수 있을 거야. 안심해!"라고 답해준 적이 있다.
"나는 2학기 말 시험에서 100점 맞는 것!"
난감하던 분위기를 큰 녀석이 한방에 정리해 주었다.
덕분에 작은 녀석도 질세라 "나는 아이스크림 많이 먹는 것, TV 많이 보는 것, 게임 많이 하는 것" 등 우선 쓸만한 소원부터 발 빠르게 차지해 나갔다. 고만고만한 소원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속으로 "휴~"하며 달님을 바라보니 달님도 한숨을 좀 돌린 듯했다.
(2005.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