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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라 Nov 15. 2023

내 자녀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

하종강 특강을 듣고

하종강 교수님 강의는 약 칠 년 전쯤 들었었다. 특강이었던 터라 계속 더 듣고 싶어서 성공회대 대학원에 가고 싶은 마음이 격하게 들었었다. 한참 알아보다 여력이 되지 않아 포기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 그곳에 가서 뜨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며 배우고 싶다. 오랜만에 만난 하종강교수님은 조금 더 늙으셨지만 다행히 건강해 보이셨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모의 노사교섭'이 노동과목의 매해 필수 교육활동 코스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성교육을 학년별로 연계가 되도록 교육하는 학교들이 있다. 인근의 초등학교에서도 학교교육과정에서 성교육의 범위를 체계적으로 진도표 등을 만들어 놓았다. 다른 나라의 노동과목 내 모의노사교섭 활동도 마찬가지일 테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좀 더 심화된 교섭활동을 해보는 것이겠지. 


참. 그에 반해 우리나라 사법고시에서는 노동법이 선택과목이라는 사실 또한 충격이었다. 노동법의 공부량이 10배쯤 많아서 선택과목에서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사법고시를 패스한 사람들 중에 노동법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하하하. 충격이다.



노동 운동은 '내 자녀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전국의 모든 일자리를 안전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교수님의 설명이 명쾌했다. 나는 편의점 알바를 하지 않으니까, 나는 용광로에서 일하지 않으니까라고 생각하며 회피하던 모든 것들이 아이를 낳는 순간 변한다. 내 아이가 또는 우리 제자들이 돈을 벌겠다고 어느 직종에 가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김용균처럼. 그리고 우리도 은퇴 후에 비정규직의 삶을 살아갈 테니까. 모든 일자리는 안전해야 한다.


#김용균 #5주기 #오늘도 안녕


사민주의를 표방하는 북유럽은 모든 직업에 호봉제를 적용한단다. 교사나 군인 임금 체계처럼 경력에 따라 임금을 같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실제로 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볼보에서 일하든 어느 시골의 차량 회사에서 일하든 임금이 호봉에 맞게 같단다. 이 방법이라면 양극화, 지방 소멸, 저출생이 모두 해결될 수 있을 거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이 있었다. 금융경제교육을 하다 보면 노동인권교육과 상충되는 것 같은데 맞느냐고. 나도 평소에 헷갈리던 부분이었다.


교수님의 답변이 너무나 명쾌했다. 금융경제교육은 개인의 노력에 대한 부분이고 그 또한 의미가 있다고. 그러나 노동인권교육은 '그런 개인의 노력을 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교육이라고. 금융경제교육도 중요하지만, 그에 비해 노동인권교육은 너무나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교수님께서는 두 영역에서의 교집합이 분명 존재할 거라고 믿는다고 하셨다.



'공정함'이라는 주제로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헷갈리는 분들께 마이클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추천한다.


"개인이 노력하지 않아서 부를 이루지 못했으니 그것은 그의 잘못입니다!"라는 주장에 마이클샌델이 잘 반박하였다.



개인이 노력하지 않아서 용광로의 쇳물이 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쇳물로 만든 제품을 사고 싶지 않다. 그 쇳물로 태연히 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의 제품을 사고 싶지 않다. 새로운 세상의 가치소비에는 친환경뿐만 아니라 친노동인권도 들어가야 한다.



내가 앞으로 아이들과 만날 때 어떤 스탠스를 가져야 할지 명쾌해졌다. 하종강 교수님의 40년 내공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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