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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정체성 찾기

  

<아웃풋법칙>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에서 ‘아웃풋’이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결과물 상품, 서비스, 콘텐츠다. ‘세상을 알고, 나를 찾고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아웃풋을 내려면 먼저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책의 초반 정체성 찾기에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면 좋겠는지 미래의 나를 그려보라 했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40대 초반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던 그때와 비슷하다.  

             

정체성을 찾기 전 자기소개를 해보면 정체성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와 직책, 업무 등을 말하거나 아이 엄마라던가 하는 내가 아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나만해도 ‘집을 짓는 회사를 다니다 현재는 식물이 좋아 꽃집에서 일하고 있는, 20년간 직장생활을 한 워킹맘입니다’ 하고 소개를 한다.            


자기소개는 온전히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가치관이 담겨 있어야 하며, 타인에게 뭔가를 제공하거나 도와주겠다는 동사를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투자자라면 ‘저는 부동산 투자자 oo입니다’가 아니라 ‘자산을 빠르게 불릴 수 있도록 돕는 부동산 투자자 oo입니다’라고 해야 한다. 듣는 사람이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이 사람에게 연락해야겠군!’하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다.     



10년 가까이 건축일을 했다.  식물이 좋아 오랜 시간 식물을 키우고, 공부해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꽃집에서 일도 하고 있지만  건축으로도 식물로도 자신 있게 나를 소개하지 못한다.  

   

책 아웃풋법칙

정체성을 찾은 사람은 명확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 이유가 주로 자기 자신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책 속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보며 나는 얼마나 해당되는지 체크해 보았다.     


 <정체성 찾기 위한 체크리스트>     

1. 나에 대해 고민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답을 찾지 않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2. 시작부터 완벽한 모습의 나를 찾으려고 한다.

3. 끊임없이 고민만 할 뿐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

4.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닌 남들이 하고 있는 것, 남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부터 생각한다.

5. 나를 믿지 못하고, 스스로를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6. 세상은 안중에도 없고 나 중심으로 생각한다.

7. 나를 드러내지 않고 잘될 방법을 생각한다.

8. ‘지금 하는 일로도 사는 데 문제없는데 내가 뭘 더 해야 할까? 그냥 회사 일에 충실한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9. 시간을 많이 쓰지 않고 최대의 가성비만 추구한다.           


1번은 게으른 사람, 2번은 완벽주의자, 3번은 철두철미한 기획자, 4번은 줏대 없는 사람, 5번은 자존감이 낮거나 나를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 6번은 세상물정 모르는 독불장군, 7번은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겁쟁이, 8번은 절실함이 부족한 배부른 사람, 9번은 과정보다 결과를 쫒는 사람이라고 한다.   

        

2,3,5,9번 4개의 항목이 해당되었다. 완벽주의는 아니지만 실패가 두려워 머릿속으로만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다 흐지부지 포기하는 것. 언제부터인가 잘한 것도 나 혼자가 아닌 상황이 좋아서 잘 되었다 생각하는 낮아진 자존감. 꿈을 찾는 답시고 한다는 생각이 노동력대비 결과가 더 좋은 것은 무엇인지 가성비만 따진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씁쓸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정원사가 되기 위해 꿈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더 이상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겠다. 건축에서 식물 쪽으로 직업을 바꾼 후 잘 한 선택인지 자꾸 뒤돌아봐졌다. 익숙한 일을 하다 안 해 본 일을 하니 어렵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 비바람과 태풍이 오면 잠시 정박해 쉬고 길을 잃으면 다시 공부하고 고민해서 가면 된다.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만 잘 잡고 가다 보면 꿈은 이루어질 거라 생각한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 세상에 당당히 아웃풋 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책에서는 ‘정체성도 처음부터 완성되는 것이 아닌 찾아가는 것이라 했다.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생각을 표현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고.  온전히 나의 정체성을 찾았을 때 블로그도 하고 아웃풋 해야지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틀렸다. 나처럼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아웃풋 해야겠다. 세상에 당당히 ‘저는 식물전문가입니다. 식물을 잘 키우고 싶거나 아픈 식물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 주십시오’ 할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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