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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Oct 07. 2024

드디어 퇴원을 하다  - 입원 13일 차

퇴원 서류에 끝까지 바빴던 하루

퇴원일이 다가오면 이렇게 이름을 빼놓는 관습이 있던 '순천향대학교 병원'


퇴원일이 정말 다가올 줄은 몰랐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었는데 어떻게든 퇴원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인내심이 없는 나는 고작 13일 병원에 있으면서 몇 번을 집에 가겠노라 다짐했는지 모르겠다. 아빠에게 울면서 전화로 그냥 간병인을 구해서 나가겠다고. 남편에게 친구에게 울고불고했던 시간들. 그래도 이석증 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 허리에 보조기를 채우고 휠체어에 탄 엄마는 의외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고 난 그때 조금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퇴원을 한다는 사실이 기쁘긴 했지만 또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이 와중에도 엄마는 수고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님들께 선물할 과일 한 박스를 사 오라는 명령까지 내렸으니.. 간병생활을 하면서 유일한 안식처였던 마트 하나가 병원 근처에 있었는데. 결국 엄마의 명령으로 그 마트에 가서 과일을 한 박스 구입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한라봉을 한 박스 샀던 것 같다. 병실에서 과일을 깎는 건 너무 번거로운 일이므로 편하게 손으로 까먹을 수 있는 한라봉을 생각한 것 같다.) 어찌 되었든지 예쁜 보자기에 포장까지 해서 무거운 과일 한 박스를 들고 병실로 돌아가는데. 이 여정은 정말 끝까지 고되다는 생각뿐이었다.


엄마는 또다시 비싼 구급차에 실려 본인의 집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곳에서 PCR 검사를 받으러 주변 코로나 검진 센터를 방문할 것이며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가.. 요양병원에 입원할 것이기에. 여전히 모든 걸 안심하고 마음을 놓기엔 갈 길이 멀었다.


나는 간호사실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과일 한 박스를 건넸다. 그리고 병원비 결제를 위해 원무과로 향했으며 다음 입원을 위해 요양병원에 각종 서류를 Fax로 보냈다. 또 보험회사에 제출할 진단서와 입원확인서 기타 등등.. 서류를 한 아름 안고 일 처리를 하며 뛰어다녔다. 내심 어쩌면 엄마는 나보다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는 최소한 누워만 있으면 됐지만 가족들은 온갖 뒤처리를 해야 했다.


엄마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엄마를 잠시 돌보면서 나의 노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자녀 계획이 없었던 나는 노년에 혹시라도 누군가 아프면 입퇴원, 보험, 각종 일처리 등은 도대체 누가 하는 것이냐며. 남편에게 물었다. (사실  혼자의 물음이었다. 남편은 어차피 자식이 부모를 돌볼 것이라는 다소 희망적인 생각은 버리라는 입장이었기에..)


어쨌든 늙는다는 건 보통 문제는 아니었다. TV 뉴스에서만 보고 듣던 수많은 '고독사'.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모든 게 막막하게 느껴졌다. 또 앞으로 닥칠 많은 일들이 머리를 스쳤다. 부모는 2명이고 자식인 나는 점점 늙어갈 것이기에. 자녀가 한 명인 나로서는 근심 걱정을 양손에 쥐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부모님이 치매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다독이며 병원에서의 마지막 날, 덤덤한 마음으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퇴원  엄마는 요양병원에서  번의 고비를 넘겼다. 계속해서 요로감염으로 열이 올랐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번이나 오고 가야 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3 재활치료를 받고 열심히 걷기 연습을  덕분에 엄마는 가까스로 집에 돌아올  있었다. 가끔은 앞으로 엄마에게  어떤 일이 닥칠까 두려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단 어떻게든  버터  엄마와 아빠께 감사하다.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는 없으나 이것으로 모든 불행은 끝이기를. 나는 병원 문을 나서며 생각했다.


* 그동안 짧은 연재지만 병원일지를 구독해 준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엄마는 현재 집으로 돌아오셔서 나름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계십니다. 구독자님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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