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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룽룽이 May 12. 2024

중국 회사원의 SNS 백일몽

생각은 흘러가는 대로 거창하게 잘 하지만…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꼭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내가 지금 회사를 그만두면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친구들 혹은 친한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회사 직종과 직급을 떠나 모두 이러루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몇 년 전부터 유명해진 디지털 유목민 컨셉 때문인지 아니면 코로나 때문에 본의 아니게 집콕/재택근무를 시작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중국이든 한국이든 "퇴사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아가기"가 아직도 유행인 것 같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중국은 최근 1-2년 경제상황 때문에 단순한 퇴사가 아닌 퇴사를 "당하게" 된 상황도 상당히 보편화가 되어가고 있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과 수다를 떤다고 해서 새로운 일, 제2인생 이런 부분의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덕분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방향을 생각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SNS 유명인이 되어 회사 그만두고 싶다 이러루한 생각. 여행이나 요리, 맛집 등 내용으로 영상을 업로드한다든지, 개성 있는 컨셉의 좋은 글, 사진 등 콘텐츠들을 꾸준히 올린다든지… 어느 정도 유명해지면 협찬 수입도 들어올 수 있고 자그마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상상은 상상대로 하지만 실제로는 시간도 끈기도 부족하고 어떤 컨셉이든 이미 모든 플랫폼에서 포화상태라는 걸 공감하며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글로벌 SNS를 애용하다가 언젠가부터 중국 SNS에 관심을 더 많이 쏟기 시작하게 된 내가 자주 쓰는 앱은 Wechat (위챗, 중국 “카카오톡”), LinkedIn, 그리고 1-2년 전부터 자주 사용하게 된 샤오훙수, Maimai (직장 앱) 등이 있다. 샤오훙수는 허위정보와 협찬이 많다고 들은 적이 있어 앱 깔기도 귀찮았었는데 작년 가을 대충 올린 콘텐츠 하나가 대박 나는 순간에 변심했는지 지금은 아예 인스타그램을 버리다시피 하고 매일 샤오훙수만 사용하게 된다.


긴 영상보다는 글이나 사진 혹은 아주 짧은 영상을 선호하다 보니 유튜브나 Bilibili (중국 “유튜브”)는 덜 사용하는 편이고, Whatspp과 카카오톡은 언젠가부터 중국 핸드폰 번호로 인증번호를 받지 못해서 사용할 수 없다, 나중에 한국 장기체류 비자를 만들고 한국 핸드폰 번호를 신청하기 전 까지는.




"SNS 유명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국 사는 직장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앱은 Douyin (Tiktok 중국 버전), Bilibili (중국 "유튜브"), 샤오훙수 (小红书), 위챗 공공계정 등이 있다. 특히 이 중 샤오훙수는 거의 검색엔진 대신 사용하게 될 정도로 높은 사용빈도와 user stikiness를 갖고 있다. Wikipedia 정보로는 단순히 2013년에 설립된, "중국의 SNS를 표방한 온라인 쇼핑몰로 해외 각국의 상품이나 문화 활동을 공유하는 앱"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시나리오는: 거의 모든 것을 추천하거나 추천받기 (여행, 맛집, 운동, 옷, 회사 정보 및 루머…), 친구 찾기, 고민상담, 온라인 쇼핑몰… all in one 플랫폼처럼 일단 가입을 하고 추천 콘텐츠들을 훑어보다 보면 멈추기 어렵다. 사진 혹은 영상이 포함된 콘텐츠에 해시태그 몇 개 달면 알고리즘을 통해 정말 필요한 유저에게 전달이 되는 뻔한 방식이지만 의외로 광고가 적었고 악성댓글들도 별로 없는 편이다 (물론 그만큼 콘텐츠 심사가 엄격하다고 알고 있다).


여가시간이 꽤 있는 편인 Full time 회사원인 나는 예전에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계정과 위챗 공공계정을 운영한 적 있다. 지금은 샤오훙수 중독자로, 감탄도 실망도 많은 이 앱에 대해 꽤 많이 알게 되었고 (스토리가 많이 쌓여 글 아이디어가 고갈날 때마다 조금씩 풀어가기에 안성맞춤), 주변 지인들의 다양한 시도들과 통 큰 공유로 중국 다른 SNS 앱 운영에도 수박 겉핥기 정도는 알고 있다.


시도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구독자를 꽤 모은 지인들은 3명 정도 있다. 맛집 추천 영상들로 Bilibili에 40만 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남편 친구, 몇 년 전에 데이트 소개 정보로 위챗 공공계정에 1만 명 구독자를 모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운영을 그만둔 내 친구, 중국 뉴스나 여행 정보를 영어로 영상에 담아 거의 모든 앱에 업로드하면서 to C 고객보다는 to B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얻게 된 옛 동료.


대부분 지인들은 일상생활이나 여행 브이로그, 반려동물, 뉴스와 관심사 등 이미 너무 뻔해진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다 보니 캠페인이나 프로모션이 아닌 이상 클릭률이 올라가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나도 딱 한 번 샤오훙수 4만 뷰, 1400 댓글/좋아요를 기록해서 김칫국을 마실 뻔했는데 그 뒤로는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해봤자 댓글조차 잘 안 달린다. MCN회사와 계약을 하지도 않고, 돈을 쏟아붓지도 않았는데 SNS 유명인이 된다는 건 복권 당첨과 비슷한 확률의 운이라고 하는데, SNS 소통이 꼭 필요한 사업을 한다거나 보답 없이 순 열정만으로도 꾸준히 시간을 쓸 수 있을 정도의 간절한 마음이 아니라면 나 같은 회사원에게 SNS는 결국 소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역할로 남게 되겠지…




생각은 흘러가는 대로 거창하게 잘 하지만 실제로는 회사 근무 중 꽤 많은 시간을 게임하듯 긍정적으로 임하는 현재의 내가 미래에 SNS 유명인이 되면서 퇴사하고 사업을 꾸릴 생각을 한다는 건 아직은 아득히 멀고 가능성조차 잘 보이지 않는 백일몽이다. 물론 몇 년 뒤 한국 정착준비 중 날 받으려고 하는 회사가 하나도 없다면 많이 간절해질 수도…?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SNS는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이라고 추측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떤 상황인지, 한국 SNS 운영은 어떤 부분에서 중국과 다른지 한국 핸드폰 번호를 받게 되면 짬짬이 알아봐야겠다.


물론, 수익 창출을 고민해야 하는 부담감이나 혹시 지인이 읽게 될까 조심해야 하는 걱정 따위는 전혀 없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브런치가 아직은 제일 편하다. 나중에도 이렇게, 적어도 글을 쓸 때만큼은 아무런 걱정 고민 없이 편하게 생각을 담을 수 있도록 현재의 내가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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