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C이호선 Dec 17. 2021

유치원 가고 싶어요.

마흔이 훌쩍 넘어 아내와 만난 나는 7개월 만에 결혼했다. 

3월에 결혼식을 하고 12월 25일에 나의 아들이 태어났다. 

나이만 많았지 모든 것이 서툰 늙은 아빠다. 

나름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었지만 어린 아들과 놀다 보면 항상 체력이 방전이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은 바로 아기 엄마다. 출산 후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출산 전에는 아기를 어느 정도 키우고 육아도우미 혹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복직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출산 후에 마음이 바뀌었다. 아들이 너무 이뻐서 떨어질 수 없단다. 

특히 육아서적과 아이 교육 관련 공부를 한 이후 너무 어린 나이에 다른 사람 손에 아들을 맡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때부터 직접 육아를 하기로 했다. 


우리 부부가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 우리 수현이를 맡기는 시기는 만 36개월 이후로 계획했다.

주변에서는 너무 힘든 일이라고 어린이집을 권유했다. 몇 번 고민을 하긴 했었지만 아들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 특히 다른 아기들보다 고집이 센 우리 아들을 다른 사람이 우리처럼 잘 돌봐줄지 못 미더웠기 때문이다. 


어느덧 어린 아들의 나이는 곧 36개월이다.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싫고 좋음을 말로 할 수 있고 ,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 화장실도 혼자 간다. 기저귀와 바이 바이 한 것도 한참 전이다. 


이제는 어린이집에 보내도 될 거 같다. 

이런 날이 드디어 왔다. 우리에게도 드디어 이런 날이 왔다.


그럼 어디로 보낼까? 

우리는 발도르프 유치원을 선택했다. 

그곳을 택한 이유는 자연주의 교육이라는 것과 미디어 노출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상담을 갔을 때 유치원의 따뜻한 분위기 , 원장님의 모든 것을 다 포옹할 듯한 마음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수현이를 보내기로 했다. 문제는 유치원과 집과의 거리다. 출퇴근 시간에  운전해서 약 50분 정도의 거리다. 


"괜찮겠어?"

"우리 아들을 위해서는 해야죠..."


이렇게 아기 엄마가 등원을 함께 하기로 했다. 

첫 등원 전날엔 내가 더 설레었다.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어린 아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등원을 했다.


발도르프 유치원은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과 다르게 혼합 연령반 수업을 기본으로 한다. 

4세부터 7세까지 아이들이 한 반을 이룬다. 마치 형제 많은 가정처럼 큰 아이와 우리 수현이 처럼 어린아이가 한 클래스를 이룬다. 


4세 중에서도 12월 25일생인 우리 아이는 막내다. 그러다 보니 형들이 잘 안 놀아준다. 

그리고 형들이 노는데 끼고 싶어서 장난치는 내 아들을 형들이 좋게 보지 않을 건 뻔하다.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7세 아이는 '왕'처럼 군림했다. 자기보다 어린아이들에게 거친 말도 서슴없이 하고 놀리기까지 한다.


며칠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처음이라 그렇겠지... 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걱정하는 게 현실로 일어난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형들 노는데 끼고 싶어 장난치는 수현이를 밀어버린 것이다. 집에서는 모든 것을 다 받아줬는데 유치원에 오자마자 형들이 안 놀아주고 밀어버리기까지 하니 수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듯하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지만..... 


수현이에게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수현이의 말이 이상해졌다.


"엄마엄마엄마엄마"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이거이거이거이거이거"


말을 더듬는 증세 (구어 반복)가 생겼다. 


아빠 : "수현아 OO 유치원 갈래?"

아들 : "싫어 ~ 안가 ~ 가기 싫어. OO 유치원 안 가!"


아빠 : " 왜 가기 싫어?"

아들 : " 친구들이 마음에 안 들어."


아무래도 내 아들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날부터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1주일 후, 다행히 나의 아들의 말 더듬 증세는 깨끗이 없어졌다. 


다시 수현이와 아기 엄마는 집에서 지내고 있다.


내년 3월 유치원 원아모집이 시작되었다. 대학 입학보다 더 힘들다는 유치원 입시가 시작되었다.

1 지망 , 2 지망 , 3 지망을 <처음학교로> 사이트에 지원했다. 


결과가 나왔다. 

대기 12번 , 대기 49번 , 대기 6번 이렇다.


휴~~~~~ 내년에도 가정 육아를 해야 하나....


정말 대학교 입학보다 어렵네요..................


유치원 가고 싶어요......




작가의 이전글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120일이 지났어요.ㅠ_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