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입학
그동안 나에게는 가슴 벅찬 일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역사적인 날....
짜잔 ~ 그날은 바로 나의 아들 수현이의 유치원 입학식. 하지만 꿈꿔왔던 화려한 입학식은 없었다.
꽃다발도 줄 수 없었다. 입학식장에 부모인 나는 입장할 수 조차 없었다. 아이들만 참가하는 입학식이었지만 우리 수현이는 드디어 유치원 생이 되었다.
가정보육으로 어린이 집도 보내지 않았던 수현이와 우리 가족에게는 역사적인 날이다. 이렇게 우리는 학부형이 되었다. 하하하하하
'수현이가 잘 적응해주면 아기 엄마도 다시 복직을 하고 나도 조금 더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거야....'
유치원에 다녀온 수현이는 다음날부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한다. 유치원 입구까지는 어떻게 잘 데려갔는데 유치원에 들어가기 싫다고 버틴다. 2시간은 기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와 아빠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매일 2~3시간씩 씨름을 하려니 너무 힘들다. 화도 났다.
그런데....
화가 나고 스트레스받는 건 부모인 우리만이 아닌 거 같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수현이가 몸이 뜨겁다. 평소 감기 한번 잘 걸리지 않는 그였지만 스트레스가 많았던 거 같다.
유치원이 뭐라고 아이를 이렇게 스트레스받게 했나.... 생각이 드니 아이에게 더 미안해졌다.
"제발 수현이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제발 고열만 빨리 정상체온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약을 먹어야 체온도 정상으로 돌아올 텐데... 아프지 않을 텐데.... 다시 건강해질 텐데...
하지만 약을 거부한다. 이유는 "맛이 없어....."
"수현아 약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야.... 먹어야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 수현이가 좋아하는 스타필드에 가서 물총 싸움도 할 수 있어... 이거 좀 마셔봐...."
"싫어.... 나 안 먹을 거야.... 맛이 너무 없어... 냄새가 너무 나....."
한방감기약이라 그런지 아이는 더 먹기 싫어했다.
"수현아... 그럼 사탕 먹을래? 이 약 먹으면 바로 입에 막내 사탕 줄게.... 어때?"
눈치를 보던 수현이는 일단 사탕을 들고만 있겠다며 달라고 한다..
"수현아.... 약 먹고 사탕 먹어..."
그런데 벌써 수현이 입속에는 사탕이 물려있었다.
"약은 안 먹고 사탕만 먹을 거야...."
당했다.
"수현아... 아빠가 내일 스포츠카 태워줄게.... 약 먹고 건강해져서 스포츠카 타고 놀러 가자."
"아빠 스포츠카 태워줘.... 그런데 약은 안 먹을래... 맛이 너무 없어... 싫어..."
수현이가 좋아하는 걸로 달래고 어르고 약간의 협박까지 했지만 그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정말 힘들다... 2시간 가까이 같음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스트레스와 화가 치밀어 오를 거 같았다. 너의 몸을 낫게 해 주는 건데 이렇게 약 하나 안 먹는 내 아들....
정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정말 답답했다. 그것보다 아들이 아프니까 더 미칠 듯 화가 났다.
빨리 먹어야 나을 텐데.... 초보 아빠는 머리가 터질 거 같았다.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수현이가 건강을 회복하는 거 나에게는 그거 하나뿐이었다.
"제발 아프지만 마... 내 아들...."
"수현아... 수현이 몸안에 나쁜 세균이 있어서 열도 나고 아픈 거야. 그런데 약을 먹으면 세균이 무서워서 도망가. 우리 약 먹고 세균을 물리치자... 어때?"
"싫어... 안 먹을 거야.."
"휴~~~ 수현아 그런데..... 수현이 세균이 엄마에게 옮을 수도 있어. 그러면 엄마도 열나고 아플 수 있어... 그럼 엄마랑 같이 잠도 못 자고 놀지도 못하고 엄마도 수현이 처럼 아플 수 있어... 수현이가 약 안 먹으면 엄마도 아프고 수현이도 아프고...... 아야~~ 아야~~~ 세균이 엄마에게 가려나 봐....."
"안돼..... 나 약 먹을 거야..... 나 세균 물리칠 거야.... 나 약 먹고 엄마를 세균에게 지켜줄 거야"
그렇게 드디어 수현이는 꾹 참고 한약을 벌컥벌컥 마셨다.
만 38개월 내 아들을 움직이는 것은 사탕 , 초콜릿 , 스포츠카 , 놀이공원 , 케이크가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 소중한 건 바로 엄마였다.
자신의 행복 1순위는 엄마랑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부모에게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게 아들인 것처럼 아들에게도 엄마라는 존재는 이렇게 소중하다.
본인이 아픈 것보다 엄마가 아픈 건 참을 수 없다...
다음날 아침 수현이의 체온은 36.5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
아침일찍부터 얼마나 뛰어다니는지..... 아래층에서 인터폰이 울린다....
"수현아 뛰지 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