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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이호선 Jan 01. 2022

아들아! 화내서 미안해

매년 마지막 날은 아쉬웠다. 

그 해 못다 한 것들에 대한 후회, 그리고 몇 시간 후면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시곗바늘을 꽉 붙들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버텨도 시간은 흘렀다...


2021년 12월 31일 11시 59분 50초... 카운터다운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예년처럼 시간을 잡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2021년이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 2021년은 정말 힘들었다. 코로나19로 나의 삶은 모든 게 망가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부정해봤지만 현실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마지막 며칠은 정말 힘들었다. 스트레스와 체력이 바닥을 친 거 같다. 


아무리 내가 힘들더라도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 화풀이하는 못난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수현이는 만 36개월이다.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운 내 아들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정말 말을 안 듣는다. 아기 엄마 말로는 자기주장이 강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난 정말 힘들다. 우리 집엔  TV 가 없다. 전자기기를 너무 어릴 때 주면 안 좋다는 아기 엄마의 교육철학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자극적인 휴대폰 화면의 마력을 알아버렸다. 나의 휴대폰을 보는 순간 달려와서 뺏고 이것저것 누르려한다. 


수현에게 휴대폰을 줘버리면 난 아기 엄마에게 혼난다. 

주지 않으려는 나와 가지려는 수현이의 오징어 게임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나는 안 주려고 버티고 수현이는 그때부터 울고 불고 나의 휴대폰을 뺏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리고... 나와 싸운다. 내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잘 참고 넘긴다. 그런데 요 며칠은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화내는 아빠가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다짐했는데 결국 나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그 부분이 가장 후회되고 부끄럽다. 


나의 아버지는 인자하셨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에게 "허 허" 하고 웃어주셨다. 평생 나에게 화 한번 안 내시는 아버지셨다. 그런데 초등학생이었을 때 아버지가 딱 한번 나를 혼낸 적이 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몇 대 맞았다. 나를 때린 것이다. 그 일은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맞은 날이다. 30년도 지난 일인데... 난 그 한번 맞은 게 아직까지도 생각난다. 딱 한번 있었던 일이 평생 내 가슴과 머리가 기억하고 있었다. 


난 그런 기억을 수현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째 아들에게 화를 내고 있다. 

아마 아들에게 화가 났다기보다 마음대로 안 되는 요즘의 나에게 화가 난 거 같다. 그런데 그 화를 아들에게 화풀이하는 못난 아빠가 된 것이다. 


"수현아  미안해....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나이만 먹었지 아직 철이 안 들었다."

"새해에는 어른답게 성숙해질게..."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 가 밝았다. 어제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마 셔던 와인의 취기가 남아있는 시간인데 눈이 떠졌다.

2022년은 2021년처럼 살면 안 된다고 호랑이가 나를 깨운 것 같다. 


2022년은 나의 키워드는 긍정으로 정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의 감정이 달라진다.

물이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는 것과 절반이나 남았다는 다르다. 

아마 2022년도 현실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긍정으로 나의 감정은 바뀔 수 있다.

코로나19가 있더라도 그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 수현이를 더 많이 사랑할 것이다. 

휴대폰을 뺏으려는 아들을 원망하고 싸우는 대신 집에 오면 휴대폰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놓아야겠다.

그럼 싸울 일도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환경을 원망하는 어리석은 늙은 아빠는 이제 없다. 

남 탓하지 않고 긍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멋진 아빠로 태어날 것이다.


아들이 항상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아빠 이호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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