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by 주디스 홍

정전


깜박

불이 꺼지면


깜박

별이 켜진다


쉿!

모든 소음이 숨을 죽이면

두근두근 비밀을 간직한

별들의 이야기


태초의 별이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하라


별이 있으라




2019년 여름 교회에서 몽골로 단기선교를 다녀왔습니다. 거침없이 펼쳐진 초원과 어딜 가든 멋진 말들이 흔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어둑해진 저녁 일행들과 숙소에 막 들어가 짐을 푸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들리는 탄성소리 와아아...! 잠깐 밖에 나와 있던 운 좋은 몇 명이 쏟아지는 별들의 향연을 보고 감탄하는 소리였지요. 저도 급하게 밖으로 달려 나갔는데 금방 전기가 들어오더군요. 아아... 아깝다! 일찍 들어온 전기가 참 야속했습니다. 우리 일행은 그곳에 있는 동안 밤만 되면 불빛이 없는 벌판으로 별을 찾아 캄캄한 밤길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또 낮에는 초원에서 선명한 무지개가 크게 원을 그리며 우리를 축복해 주었습니다. 가끔씩 그 밤이 생각나고 다시 한번 정전이 되는 행운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