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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스 홍 Nov 11. 2023

때때로 비

다람쥐의 구름

머리 위에 날마다 비구름을 달고 다니는 다람쥐가 있었습니다. 비구름은 다람쥐가 어딜 가든 무얼 하든 따라다녔습니다. 다람쥐는 자신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도 빗물이 떨어지는 것이 미안해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집에만 콕 박혀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다람쥐는 옆집으로 이사 온 생쥐를 만났습니다. 생쥐는 비구름을 피하지 않고 우산을 펼쳐 다람쥐와 함께 쓰고 산책을 했습니다. 비구름은 여전히 다람쥐를 따라다녔지만 함께 비를 맞아 준 생쥐 덕분에 다람쥐는 기분이 좋아졌고 모처럼 단잠을 잤습니다. 다람쥐는 생쥐가 너무 고마워 다음날 선물을 들고 생쥐네 집으로 놀러 갔습니다.  

다람쥐가 생쥐에게 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람쥐에게도 비구름이 그치고  반짝 무지개가 뜰까요? 그림책의 마지막장과 뒷 표지 그림에 답이 있습니다. 간혹 그림책의 면지나 뒷 표지를 안 보는 독자들이 있는데 그림책은 앞표지부터 뒷 표지까지 꼼꼼히 보아야 합니다. 면지나 표지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기도 하니까요. 우비를 선물한 다람쥐의 깜찍한 발상에 모두들 함박웃음이 지어질 겁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종종 혼자 비를 맞고 있는 다람쥐를 봅니다. 다람쥐에게는  함께 비를 맞아줄 친구가 절실하고 치료를 위한 적극적인 본인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런 분들께 우울한 공기를 환기시켜줄 그림책 <다람쥐의 구름/ 조승혜 글, 그림/ 북극곰>을 선물합니다.


작가 조승혜 님은 방구석에서 뒹굴며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독자들에게 또 다른 상상과 영감을 주는 상상력 천재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다람쥐의 구름> <동동이와 원더마우스>1,2,3 시리즈가 있습니다. 모두 유머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작가의 모습이 무척 궁금한데 프로필 사진이 뜨지 않아 아쉽지만 상상력으로 얼굴을 그려봅니다.


<다람쥐의 구름>은 우울한 감정이 주제이지만 우울함에 함몰되지 않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통해 감정을 전환시키고 참신한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나는 감기보다 감정에 빨리 전염되는 편이고 날씨에 따라 감정이 수시로 변하는데 날이 맑으면 마음도 보송하고 날이 흐리면 습기를 빨아들여 몸이 무거워집니다. 그런데 며칠 전 하루 종일 날씨가 손바닥 뒤집듯 햇빛과 비가 오락가락해서 기분을 정하기 참 곤란한 날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 마음에 비구름을 거치게 하는 지극히 사적인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1. 일단 국민체조를 세 번 정도 합니다. 그래야 숨도 차고 땀이 나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고전적인 음악과 구령이 옛날 추억을 떠오르게 해서 픽 웃음이 나옵니다.   

2. 맵고 달달한 불량식품을 섭취합니다. 단 마음이 너무 힘들면 밥맛이 상실되는 증상이 있어서 이 방법은 약간 우울해지려고 할 때만 적용합니다.

3. 새 칫솔로 양치를 합니다. 지금 사용하는 칫솔이 며칠 안 되었어도 새 칫솔과 새 치약으로 양치를 정성 들여서 하면 기분이 조금 개운해집니다. 특히 핑크색 칫솔을 좋아합니다.

4. 젓은 빨래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슬픔이 증발하도록 햇빛을 쪼이며 바람결을 느낍니다. 가끔 얼굴에 잡티만 더 늘어서 우울이 증폭될 수 있으니 썬크림을 꼼꼼히 발라야 합니다.

5.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와 수다를 떱니다.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대신 강아지에게 말을 하는데 노령견이라 말도 잘 안 듣고 잠만 자서 수다는 불가능합니다.

6. 크리스마스 캐럴을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릅니다.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11월부터 마음이 들뜹니다.

7.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마음과 생각을 지켜달라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딱히 뾰족한 수는 없지만 그래도 7번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예술가들 중에는 기질적으로 우울감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섬세하고 예민해서 예술적 감성이 더 풍부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우울감을 창작 재료로 활용하면 멋진 작품이 나올지 모릅니다. 

누구나 때때로 비구름을 만납니다. 얼마 전 나도 그 비구름 때문에 슬픔에 가라앉아 있었지요. 그때 생쥐처럼 다정하고 유쾌한 친구에게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고 한 시간쯤 이런저런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가라앉은 곳에서 폴짝! 뛰어오를 힘이 생기더군요. 다행히 나의 비구름은 금방 그쳤습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함께 비를 맞아 줄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비구름 아래서도 빗물을 첨벙거리며 놀 수 있습니다. 이제 혼자 비를 맞는 다람쥐를 만나면 우산을 씌워주세요. 그리고 구름 위에는 눈부신 해가 있다는 걸 잊지마세요.

자료사진은 <다람쥐의 구름/ 조승혜/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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