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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09. 2023

싱글맘이세요?

결혼과 이혼사이

아이랑 둘이 살아요.


갸웃거리는 모습이 뭔가 묻고 싶어 하는 눈치다.

"남편은 직장 때문에 본가에 있고 애는 떼놓을 수 없어 데리고 올라왔어요"

아 그러셨구나. 고생 많으세요

대화는 늘 그렇게 흘러갔다.


교사임용시험공부를 하며 응시지역을 정해서 서류를 접수할 때 내 연고지가 아닌 경기도로 접수하였다.

연고지는 합격선이 높고 사람을 적게 뽑기로 유명해서 모든 공무원 시험에서 제일 어렵다는 서울보다 합격선이 더 높을 때도 있는 곳이었다.


애엄마로서 두 번의 기회는 없기에 어쨌든 올해 합격해야 한다. 경기도는 언니도 있고 남편도 공무원이니 합격하면 뭔가 방법이 있겠지.


발령이 나서 경기로 아이와 이사하기 전날 남편과 나는 또 크게 싸웠다. 남편이 집어던진 귤바구니에서 날아간 귤이 터져 국물이 줄줄 흐르던 기억이 난다. 무섭다. 날 때리려나. 내가 저 귤처럼 되면 어떡하지.


결혼기간 내내 다툼은 주기적으로 있었다.

편의 폭음, 주사는 날 힘들게 했다.

떨어져 살아도 되겠다. 아니 떨어져 사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도 할 만큼.


평범한 가정주부로 별 어려움 없이 그대로 살아도 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싸움과 날카로운 말들은 협박처럼 날 파고들었고 그때마다 이혼이란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합의이혼이란 게 있구나, 양육권싸움이 문제구나. 아이엄마가 일을 하지 않으면 불리할 수 있구나.

난 일을 할 수가 없다. 오롯이 나 혼자 아이 등하원, 나아가 등학교까지 가능한 시간 내에서 일을 구해야 하는데, 그런 일자리가 어디 있는가.


"지금 나는 이혼하면 아이를 뺏길 수 있다"


경제력이란 건 중요하다. 최악의 상황이 되었을 땐 나와 내 아이를 지켜줄 무기가 될 것이다. 양쪽이 노력해서 무탈하게 잘 살면 가정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공부가 잘 안 될 때마다 상상했다.

술이 만취해서 내 집에서 꺼지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5천만 원 줄 테니 놔두고 꺼지라고 하는 사람에게 교사로 대등하게 마주 서는 모습을.


따뜻하고 무난한 부부관계였다면 내가 갑자기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할 일이 있었을까?

결혼 전 넉넉한 친정에서 취미처럼 일하던 시절엔 임용공부도 심드렁했었다. 이런 거 안 해도 괜찮아.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에 세상풍파를 겪을 일도, 관심도 없었다.


주변에서 자꾸 물어본다. 40살 주부가 어떻게 한 번만에 교사로 합격했냐고.

겉으론 이런저런 겸손의 말을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말한다.


"오죽하면 제가 공부를 했겠어요"


오늘도 맘카페에는 수많은 이혼 키워드 글이 올라온다. 고민은 다들 비슷하다. 무기력한 주부와 아이엄마의 비참한 상황.

경제력부터 가져야 한다는 댓글과 일할 데가 없다는 글이 반복된다. 애가 어려서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글과 애들 대학 보낼 때까지 참다가 이혼하라는 글.


난 넉넉한 친정에서 커서 기본조건이 갖춰진 상태라 출발선이 달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눈을 뜨고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노력하면 누구나 방법은 있을 것이다. 엄마의 마음은 모두가 같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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