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릴 때 전원주택에 살아볼까
경기도민의 하루
아이가 있는 집은 이 말을 다들 입 밖으로 내어봤겠지
"아파트 1층으로 이사 갈까"
"시골에서 학교 다니면 아이 정서에 너무 좋겠지"
"전원주택에서 수영장에 물 받아놓고 바비큐 구우며 살고 싶다"
서울 사람들이 도시생활에 지쳐,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생활을 택한 곳이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있는 동네였다.
고속도로로 서울까지 금방 도착하는 곳이라 외지에서 갓 이주한 사람이 절반은 넘어 보였다. 서울집은 전세 주고 와도 될 만큼 다들 형편도 넉넉해 보였다. 와 엄마가 저런 차를 타면 애아빠는 도대체 무슨 차를 타는 거야. 나의 머릿속 단골멘트였다. 티브이에 나오는 연예인도 이 학교 학부모란다. 어쩐지.. 닮았네 닮았어.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여기는 도시생활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얘길 들었다. 평일에도 서울에 볼일을 볼 수 있고 맛집이며 핫플이 가득한 곳이다.
oo군에서도 **면은 oo군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시골인 듯 하지만 도시 같고, 도시 같지만 시골이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 이사 와서 중학교가 끝날 무렵 다들 이사를 나간다. 이 지역엔 고등학교가 없는 데다 특출 나게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옆도시까지 고등학교 통학을 하러 다녀야 한다.
토박이들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이주민들은 삶이 불편해지니 떠나는 것이다.
중학생만 되어도 학원 라이딩에 지쳐 이사를 가는 집도 있다. 공부를 어느 정도 하면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를 갈 수 있기에 감당하는 집도 있다.
의도하지 않게 반귀촌 생활을 하며 느낀 건 전원생활에 뜻이 있으면 아이가 3살 즈음엔 전원생활을 하러 가야 된다는 것. 즉, 초등학교 가서 이사 가면 늦다는 것과 중학교나 고등학교땐 다시 도시로 나온다고 생각하고 가야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기간 동안 여름햇빛에 몸이 까매질 때까지 신나게 놀며 즐기는 게 최고의 선택 같다.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전원생활은 즐거움보다 불편함이 더 커 보인다.
부모의 입장에선 출퇴근이 고정적이지 않아야 전원생활이 가능해 보인다. 일반 회사원은 도시까지 통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부모들이 대낮에도 항상 보인다. 자영업을 하거나 예술 쪽 일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인듯하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매일 뛴다고 혼나고, 사달라고 졸라서 혼난다. 혼내는 부모도 힘들다. 친구들끼리 싸워서 혼나고 스마트폰과 게임에 빠져지내느라 혼나고 혼낸다.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면 평화로워 질까?
순박한 시골애들이랑 어울리면 우리 애도 순해지지 않을까?
다들 비슷한 생각으로 비슷하게 초등학교 중반쯤 이사를 온다.
말랑말랑하고 순박한 아이들이 있는 시골학교를 꿈꾸고 아이를 전학시킨 집들은 우리 애가 좋은 것만 누렸으면 하는 생각을 품고 왔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도시에서 문제를 일으키던 아이들과 도시에서 거부당한 장애아들이 전입을 많이 온다. 또한 시골이기에 토박이들은 조손가정이거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다들 본인 아이는 괜찮고 다른 집 애들이 저렇다고(나쁘다)고 생각한다.
3자 입장에서 보기엔 주체와 객체는 한 몸이다. 어떤 아이도 늘 괜찮거나 늘 나쁘지는 않기에.
이걸 납득하지 못하고 자기 아이만 보호하기 바쁜 사람은 시골은 상종할 데가 못된다며 욕하면서 다시 서울로 떠난다.
인터넷기사에서 요즘 자주 보는 얘기다. 웹툰작가도 비슷한 마음이었겠지.
본인의 허상이 만들어낸 대로 전원생활이 저절로 굴러가진 않을 것이다. 저절로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열심히 풀을 캐고 옥수수를 심고 눈놀이를 하고 옆친구를 기꺼이 초대해서 놀아주는 수고를 해야 본인이 꿈꾸는 삶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