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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07. 2023

8. 나 두 달 동안 집에 못 들어가요

주부에서 교사로

7,8월 문제풀이반이 끝나고

9월 한 달 각자 공부한 뒤 10월엔 최종 모의고사반이 열린다.


11월 20일쯤 시험이 있기에 남편과 옆단지 사시는 친정부모님께 10월부터 시험까지는 난 하루종일 공부해야 해서 아이 돌보는 걸 3명이서 알아서 해주십사 말씀드렸다.


남편은 교대근무라 어떤 날은 밤에 친정엄마가 와서 애를 데리고 자고. 어떤 날은 친정아빠가 하원시키고. 어떤 날은 남편이 시댁에 애를 데리고 가는 식으로 하루하루 지냈다.


난 눈뜨면 애가 깨기 전 소리 날까 씻지도 못하고 바로 독서실로 가고. 공부가 끝난 뒤 12시, 새벽 1시에 귀가하여 잠만 자는 생활이었다.


반찬은 배달로 연명하고 독서실에서 시간 맞춰 내가 주문서만 작성해서 집 앞으로 배달시켰다.


친정엄마가 오는 날엔 집정리가 다되어있었지만, 남편이 애 보는 날은 목욕거품이 거실로 다 튀고 욕실불도 끄지 않은 채로 둘이 잠들어있었다.

그러면 한 시간가량을 그 정리를 다하고 설거지를 하고 잠들었다.

이미 많은 요구를 한 입장에선. 불평조차 사치였다.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다. 애엄마가 공부하는 건 사치다.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러니 싸울 시간도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정리하고 얼른 자야 된다.


낮엔 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 40 돼서 알았다. 밥을 많이 먹으면 졸려서 공부가 안된다는 걸. 밥을 안 먹으면 졸리지 않는다. 밥을 안 먹으면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커피를 마시면 저녁잠을 빨리, 깊게 잘 수가 없다. 낮에도 최대한 커피를 마시지 않아야 밤잠을 밀도 있게 잘 수 있다.

독서실에서는 껌을 씹으며, 목캔디를 먹으며 졸음을 버텼다. 유명강사가 커피가루를 씹어먹으며 공부했다는 말은 진짜인 것 같다. 공부해야 하는 목표가 있으면 그날 할당량이 정해지고. 그게 완수될 때까지 노력하는 힘이 생긴다.


다들 이렇게 살았던 걸까?

대학 때, 취업준비 때 다들 이렇게 한 걸까?

이걸 중고등학교 때 깨닫고 실천한 사람도 있겠지?


잡생각은 이제 그만.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두 달 남짓. 육아를 면제받고 나니 쓸 수 있는 시간이 어마어마했다. 독서실에 전날의 최장시간 공부왕은 언젠가부터 매일 내 이름이 올라가 있다.

시간이 많으니 그동안 공부한 내용들이 합체로봇처럼, 자석처럼 저절로 척척 붙어서 뼈대를 만들고 커지기 시작한다.

이젠 모의고사를 풀면 강사가 낸 문제의 허점도 보인다. 미처 못 외웠던 것도 마지막 힘을 내어 다 외워본다. 전공책도 전권을 다시 정독한다.


시험이 며칠 내로 다가오자 시계를 하루에 수십 번씩 보는 내 모습을 보고, 긴장으로 강박증까지 생긴 걸 알 수 있었다.


생애 단 한번. 스스로 욕심내서 일 년을 쏟아부은 그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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