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은 종종 '고독'과 '쓸쓸함' 같은 단어를 동반한다. 많은 문화에서 가족이나 집단생활이 강조되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혼자 살면 사회적인 관계가 부족할 거라고 지레 짐작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인식을 의식하기라도 한 것처럼 한동안 미디어에서는 유독 ‘씩씩한 혼삶’을 조명해 왔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책에서 접하는 1인 가구는 “나 혼자도 잘 산다”에 해당하는 충만하고 활기 가득한 싱글의 모습이었다. 주변에서는 ‘외롭지 않냐’ ‘두렵지 않냐’ 이런저런 염려를 하더라도 정작 결혼하지 않고 사는 본인들은 스스로의 삶의 형태에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 다양한 사람들과의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내적 성장을 이룬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아를 발견해 나가고, 내면의 풍요로움을 얻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즐겁지만 외로운’ 혼삶의 고민과 감성을 조명하는 콘텐츠를 종종 만난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모두들 귀가하고 나면 결국 혼자 남겨지는 장면을 그리거나, ‘이러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혼자 맞이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혼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비혼을 유행처럼 이야기하며 ‘화려한 싱글’의 단면에 집중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더욱 진중하게 1인 가구로서의 현실적인 삶을 고민하는 성숙기로 접어들었다는 반증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하루하루 전투적으로 즐거움에 몰두하는 혼삶도 있다. 마치 알차게 즐기며 사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갓생(God生)’이 아니다. 오히려 혼삶의 고민을 회피하고 벗어나려는 발버둥에 가깝다. 요즘 세대의 성숙한 혼삶은 고독이 주는 감정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더 진솔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1인 가구로 살아가며 마주하게 될 어려움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준비하며 살아야 하는지.
요즘의 1인 가구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아를 찾고, 독립성을 키우는데 중점을 둔다. 혼자 사는 것이 자유롭게 자신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에 있어서 꽤 유리한 기회라는 것을 인지한다. 책을 즐기고, 예술작품에 몰두하며, 자기 계발에 힘쓰는 이 시대의 혼삶은 고독함을 괴롭게 여기기보다 자신과의 소통과 성장을 위한 시간으로 여긴다.
인생은 ‘혼자 하는 여행’과 같아서,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동행과 함께 여행’하지만 서로 다른 풍경을 보기도 하고, 다른 길로 걷기도 하고, 결국 각기 다른 시점에 인생이라는 여행길의 끝을 겪게 된다. 중요한 건모든 이의 여정이 전부 가치 있고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점이다.
설령 아무도 없이 캄캄하고 조용한 방에서 혼자 소주 한잔 하면서 쓸쓸하게 하루하루가 끝난다고 해도, 그런 일상 역시 아름다운 여행길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고독감을 자주 마주하는 일상 = 쓸쓸한 인생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닐 터. 혼삶의 길 위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여행을 충만하게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