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인 한유화 Dec 12. 2023

혼자 사는 집은 왜 추울까,

혼삶에게 꼭 필요한 ‘정서적 월동준비’

최근 방송인 남창희의 섬세한 라이프스타일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수준급 요리 실력과 깔끔한 집 인테리어보다도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과자 한 조각을 먹더라도 어울리는 그릇에 차려서 먹는 등 ‘제대로 대접하는’ 모습이었다. 단지 손님에게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한 액션이 아니라, 혼자 집에 있을 때에도 스스로를 멋지고 귀하게 대접하고자 하는 그의 태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내가 놀란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그의 집에 방문한 동료 연예인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 그 집 추워.”

1인 가구는 필연적으로 춥게 산다. 집이 넓어서 여유 공간이 많을수록 오히려 더 그런 경우도 많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난방비도 부담되지만, 정서적인 이유도 크기 때문이다. 나라는 한 사람이 점유하는 공간은 크지 않고, 동선마저 단조롭다면 ‘나 하나를 위해 이 공간 전체를 데운다?’는 것 자체에 대해 은근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기에 으리으리한 집에 살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따뜻하게 지내지는 않는다. 심지어 혼삶에서의 습관 때문에 누군가와 같이 지내게 되었을 때도 ‘보일러 스크루지’가 되기도 한다.

‘추운 집’은 생각보다 혼삶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준다. 보일러를 적게 트는 대신에 집에서도 따뜻한 내의나 외투를 챙겨 입는 친환경적인 습관 자체는 문제가 아니겠으나, 집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만 오래 머물게 된다는 점에서 동선이 제한되고 결과적으로 침대 생활이 길어지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집에 들어가서 난방을 켜 놓고 기다릴 일은 없다. 귀가 길에 미리 사물 인터넷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이 아닌 이상, 혼삶은 항상 추운 집으로 귀가한.






가족들과 함께일 때보다 오히려 혼자인 일상을 보낼 때, 자기 자신을 더 정성스럽고 살뜰히 챙기는 경우가 많다. 단체 숙소 생활을 할 때는 절대 청소하지 않고 너저분하게 지냈던 한 아이돌 멤버가 자신만의 공간으로 독립한 후에는 믿지 못할 만큼 깔끔하게 매일 청소하는 모습에 동료 멤버들이 혀를 내두르는 사례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혼자인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들조차도 한 번씩 ‘텅 빈 추운 집’을 경험하게 되는 날이 온다.

나 자신을 춥고 서럽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추운 날씨는 소위 ‘체감 고독’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을 담백하게 놔두지 않고 그 감정에 쓸쓸함이나 씁쓸함 같은 부가 감성을 더하기도 하지 않던가. 집 밖에서부터 원격으로 난방을 조절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집에 살고 있다면, 자취생의 다정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을 ‘문풍지’와 ‘뾱뾱이(에어캡)’는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집안 곳곳에 부착해서 조치해 두자. 추울 때 작업하면 몸고생 맘고생 서럽기만 하다. 베개 커버, 담요 같은 작은 소품들을 따뜻한 색상과 재질로 바꿔보자. 무드등이나 향초 같은 따뜻한 조명을 통해 공간의 정서를 데우는 것도 전통적인 방법이다.

사회적인 연결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실외 활동이 어려울 수 있지만, 가까운 지인들과의 소소한 모임이나 온라인을 통한 소통으로 추위 대신 연말 분위기를 즐겨보자. 남들 다 바쁜 연말에 나만 약속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면 오히려 더 심리적으로 추워질 수 있다. 한 때 혼삶의 연말 동반자가 되어주던 영화 <나 홀로 집에>처럼 혼자인 나에게 영화 한 편, 책 한 권을 선물하면 어떨까. 나 스스로에게 산타가 되어주는 그런 기분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