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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Mar 29. 2024

1인 가구, 꼭 혼자 놀 필요는 없잖아?

혼삶의 커뮤니티, 느슨한 네트워크

봄이 온다. 겨울 동안 따뜻한 집에 콕 박혀 혼자 시간을 보낸 1인 가구의 마음도 이 계절엔 창밖을 향한다. 혼삶이라고 해서 이 봄날을 꼭 혼자 보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혼자여도 혼자 놀지 않는, ‘네트워킹 추구형 혼삶’이 있다.

일상을 함께 하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없는 1인 가구는 더욱 적극적으로 외부의 인간관계를 찾아 나서야 할 필요가 생겼다.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혼삶의 네트워킹 방식도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혼자 사는 이들이라고 해도 더 이상 혼자서만 놀지 않고,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취향을 공유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 직업군, 여가 시간과 생활 반경이 맞는 사람들, 즉 ‘내 영역’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소셜 네트워킹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있다. 가까운 곳에 사는 ‘동네 인연’을 위한 느슨한 연결 장치가 되어주는 대표적인 플랫폼이 ‘당근마켓’이다. 소셜 기능을 더 강조한 ‘넷플연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들과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독서모임과 같은 문화생활이나 액티비티를 함께 하는 ‘트레바리’, ‘문토’, ‘프립’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기도 한다. 1인 가구들은 혼자서도 다양한 활동을 즐기지만 때로는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경험도 필요로 하기에, 그러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플랫폼들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1인 가구를 포함한 여러 혼삶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준다.

서울모닝커피클럽(SMCC, Seoul Morning Coffee Club)은 근무지역이 가까운 사람들끼리 출근 전 건강한 아침 문화를 추구하는 ‘웰니스 라이프 스타일 커뮤니티’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2022년부터 시작된 모임은 어느새 수도권 16개 지역과 부산, 제주까지 확장되었다는 이 모임은 일정 부분 조찬 모임 같은 성격을 지니지만, 인맥을 통해 어떠한 이득이나 혜택을 기대하는 측면보다는 밝고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산뜻한 교류를 지향한다. 마치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가족과 유사한 모습이다.


‘남의집’이라는 소셜 플랫폼은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다. 1인 가구의 삶과 고민에 대해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혼삶”을 테마로 하여 주최하기 시작한 ‘남의집’ 모임은, 호스트가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해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특별한 포인트가 있다.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host가 선정한 주제와 소개글을 보고 참가를 신청한 게스트guest 들이 호스트의 공간에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1인 가구의 생활공간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들은 일시적으로 가족이 된다. 집 곳곳을 함께 둘러보고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호스트와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날 모인 사람들 각자의 하루하루가 어떤 모습을 띄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처음 만나는 누군가의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받아서 모인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내적 친밀감을 갖게 되고 ‘초면인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다니’ 하며 놀랄 만큼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1인 가구의 공간에 일시적으로 커뮤니티가 겹쳐서 존재하는 순간이다.




중장년 세대인 지인들과 함께 할 때면 은근히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남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더 쓸쓸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여성들은 비교적 “잘 놀고 다닌다”는 것이다. 동네 친구가 많고, 자매끼리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각종 모임에 나가느라 바쁜 ‘여성들의 네트워킹 능력’ 덕분이라고 해석하기도 하던데.

반드시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칠 틈 없이 약속으로 꽉 찬 일상을 보내야만 1인 가구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1인 가구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자신의 혼삶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질 때, 조금 더 주도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찾아가는 ‘네트워킹을 위한 적극성’ 그 자체가 한 사람의 내면을 풍요롭게 만든다. 혼자서도 건강한 일상을 꾸려가는 비결은 다름 아닌 그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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