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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May 31. 2024

혼삶을 ‘임시’의 삶으로 생각하지 말자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로 가는 전(前)단계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교 근처에서 1인 가구로서의 삶을 시작한 자취생 A군. 텅 빈 냉장고에는 탄산음료만 한 두 개 들어있고, 이렇다 할 식기 없이 배달음식에 딸려온 일회용 수저만 가득한 자취생의 주방 풍경은 이제 옛날 얘기. 요즘 자취생은 혼자 사는 작은 원룸이라도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들도록 갖추고 가꾼다. 과자 몇 봉지에 치킨 시켜서 ‘술판’을 벌이는 게 아니라, 작은 전기 그릴에 고기를 굽고 위스키 잔까지 갖춰놓고 친구들을 초대한다. 혼자인 자신의 일상을 즐기기 위한 투자와 노력에 대해 ‘사치’라고 치부하며 깎아내리는 시대는 지났다.

“여기는 월세방이라서 돈 들여 꾸미기가 좀 아까워.”
“가구는 나중에 결혼할 때 제대로 장만하려고.”
지금의 거처를 스쳐가는 곳으로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조금 더 완성된 형태의 미래를 꿈꾸느라 지금의 생활을 그저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현재의 내 일상을 조금 더 자신이 만족할 만한 하루하루로 장악하기 위한 마인드셋 mindset을 가꿔 나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여전히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것을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보고, 언젠가는 ‘정상적인’ 다인 가구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삶을 임시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현재의 삶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된다. 언젠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회적 관계에 대한 압박을 느끼게 될 수 있고 오히려 관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설령, 결혼을 통한 다인 가구로서의 미래를 꿈꾸는 1인 가구라고 해도 현재의 주거 형태 안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에 집중할수록 그를 바탕으로 더 건강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혼자 사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이는 타인과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필요와 경계를 명확히 하는 연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도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삶을 임시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상의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 수명이 다한 조명을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화장실 변기를 뚫는 것과 같은 ‘자취 스킬’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날그날의 내 몸 상태를 들여다보고 그에 맞게 가장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를 마련하거나 이유 없이 우울한 밤 혼자 있는 자신의 정서를 돌보기 위한 ‘신체적, 정서적 홀로서기’에 해당하는 내공을 쌓는 수준까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성취감은 무엇보다 짜릿하다. 혼자 살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나가면서 우리는 한 발짝 더 ‘내 맘에 드는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이 다양해지고, 혼자 하는 삶에 대한 가치관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이다. 혼자 사는 동안 진정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수 있고, 자신의 리듬에 맞춰 생활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게 삶을 꾸밀 수 있다. 일상의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다. 자신의 관심사와 가치관에 맞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통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기에, 혼자 사는 시간을 온전히 누릴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

인생에 다양한 선택과 삶의 방식이 존재하기에, 지금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하더라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이 변화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혼자 하는 삶을 진정성 있게 겪어낸 사람은, 또 다른 가족 형태를 경험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자신에게 맞는 삶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갖는다. 1인 가구로 살든, 다인 가구로 살든. 현재의 삶을 다음 단계의 삶을 위한 연습으로만 취급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연습이기보다, 오히려 ‘수련’이다. 오늘도 정성을 다한 수련을 통해 당신의 혼삶이 더욱 건강하게 다듬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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