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00으로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은 그만큼 외주로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있다는 뜻이다?
이전 세대에게 ‘혼자일 수 있는 능력’은 스스로 식사를 차려서 끼니를 해결하고, 고장 난 전구를 바꾸거나 막힌 변기를 척척 뚫을 수 있고, 외롭고 적적한 밤에도 무섭거나 눈물짓지 않을 수 있는 1인 가구로서의 기본적인 생존 능력을 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조금 다른 ‘혼자’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혼자’는 더 이상 고립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혼자 살고, 혼자 일하는 독립적인 특성을 가졌다고 해서 1인 가구나 1인 기업이 외부와 단절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연결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외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에 익숙하다.
능력 있는 혼자일수록 오히려 다양한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여 한 명의 개인으로서 자기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넘어서 다른 새로운 자원을 빠르고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안다.'혼자서도 잘 지낸다'가 아니라, 수많은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관계를 주도해 가는 1인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1인 기업 역시 이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1인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필요한 서비스와 자원을 외부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의 기술과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프리랜서나 소규모 창업자는 회계, 마케팅, 디자인 등 필요한 업무를 자신이 모두 처리하기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간편하게 외주화 한다. 이는 기술 발전과 디지털 경제의 확대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만, 동시에 1인이 가진 능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이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1인 가구와 1인 기업뿐 아니라 ‘1인 00’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혼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이제 개인의 고립이 아니라, 다양한 자원을 조합하여 최적의 결과를 내는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1인 미디어나 1인 창작자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며,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형태의 새로운 경제 구조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미디어와 달리, 필요한 기술이나 자원을 외부에서 제공받아 개인화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즉, 1인 가구, 1인 기업, 그리고 1인 창작자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혼자'라는 한계가 아닌, '혼자서도 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들은 혼자일 때 더 큰 유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며,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외부에서 쉽게 얻어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더욱 넓은 네트워크 안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혼자 이것저것 뚝딱뚝딱 다 해 내는 ‘만능 맥가이버’의 시대는 끝났다.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개인이라고 해도 1인 가구로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쩌면, 1인으로서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은 자신만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이러한 1인 가구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외주화 서비스를 통해 필요한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이러한 트렌드는 주거, 생활,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인 가구의 많은 이들이 생활공간을 보다 효율적이고 깔끔하게 유지하기 위해 청소 서비스를 이용한다. 청소가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가사 도우미 플랫폼을 통해 정기적으로 청소를 맡기거나, 필요할 때마다 청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미소(Miso)’와 같은 청소 서비스 앱은 사용자가 간단하게 클릭 몇 번만으로 청소 도우미를 예약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서비스는 시간과 체력을 아끼면서도 항상 깨끗한 생활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인테리어 관련해서도 외주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1인 가구는 작은 주거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전문가의 컨설팅을 필요로 하지만, 다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과 시간 에너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셀프 인테리어’와 같은 방식을 택하게 된다. ‘오늘의 집’과 같은 플랫폼은 이러한 1인 가구 사용자가 자신의 주거 공간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이를 바로 구매하거나 시공 업체를 매칭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에서 부분적인 외주로 공간을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요리나 식사 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1인 가구가 밀키트(Meal Kit)나 배달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외주화의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밀키트는 조리 과정을 간편하게 해주는 식재료 세트로, 직접 요리를 하는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준비 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쿠캣’이나 ‘프레시지’ 같은 업체들은 다양한 요리 밀키트를 제공해, 바쁜 1인 가구들이 집에서 손쉽게 식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혼자 사는 삶이 주는 장점이 많지만, 때로는 외로움과 스트레스가 큰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이러한 정신적, 심리적,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 상담이나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심리 상담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마음 건강’이나 ‘토닥’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의 정신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기 위해 자산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1인 가구에게 필요한 경제적 자문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핀테크 플랫폼도 다양하다. ‘토스’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핀테크 앱은 사용자들에게 자산 관리, 간편 송금, 투자 관리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손쉽게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나 온라인 네트워크 등을 통해서 이러한 다양한 요구들을 얼마나 즉각적으로,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충족할 수 있느냐에 따라 1인 가구의 삶이 달라진다. 혼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이런 ‘외주화 능력’은 단순히 편리성 측면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필요한 전문성을 외부에서 손쉽게 조달함으로써 자신만의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양한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통한 외주화는 1인 가구가 직면하는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디지털 경제가 주도하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1인 주체들이 등장해 그들의 독립성과 능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