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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을 지배하는 자, 외로움을 지배한다

외로움을 ‘관리’한다 vs ‘이해’한다.

by 야인 한유화

1인 가구에게는 가끔 이유를 모르게 찾아오는 허전함, 외로움이 있다. 그런 기분을 지속적으로 느끼다 보면, ‘아무래도 연애를 해야 하나?’ ‘결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발전하다가 내가 지금처럼 사는 게 맞는지 자책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외로움이, 내 삶의 선택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단지 생리적인 반응이라면? 외로움이 호르몬과 연결된 자연스러운 신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스스로 다스리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외로움은 감정이 아닌 '신호'일 수 있다

외로움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거나, 누군가 곁에 없어서 느끼는 감정만은 아니다. 실제로는 뇌가 보내는 '지금은 연결이 부족해, 위험할 수 있어'라는 경고 신호에 가깝다. 인간은 원래 무리 지어 살아온 존재이고, 혼자가 되면 뇌는 생존의 위협을 감지한다. 그래서 외로움을 느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인해 긴장, 불안, 불면이 발생한다.


반면, 감정을 안정시키는 옥시토신(‘포옹 호르몬’)이나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같은 물질은 오히려 줄어든다. 이 때문에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이 오래 지속되면 점점 더 예민해지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외로움은 결코 사소한 기분이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심각하게 여기며 매달려야 하는 감정도 아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뇌가 '지금은 너 자신을 돌봐야 할 때'라고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








외로움을 감각으로 다스리는 기술들

‘무게 이불’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체중의 약 10% 정도 되는 무게가 전신에 고르게 분산되면서, 마치 포옹받는 듯한 안정감을 준다던데. 이는 자율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줄일 수 있기에, 수면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힘입어 점점 알려지고 있다.


또한 바디필로우, 특히 일본의 다키마쿠라처럼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프린트된 롱쿠션은 감각적인 위안을 주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조금 독특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감정을 진정시키는 방식의 하나다. 실제로 신체적 접촉은 옥시토신 분비를 유도해 안정감과 행복감을 높인다.


한편, 체온을 흉내 내는 전기담요도 효과적이다. 사람 체온과 유사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 신체가 안정감을 느끼고, 뇌도 자연스럽게 긴장을 푼다. 온기와 촉감은 말 없는 위로가 되어, 혼자 있는 시간의 결을 다르게 만든다. 이처럼 간단한 물리적 접촉만으로도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감정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외로움을 ‘관리’한다 vs ‘이해’한다.

물리적인 방법들이 외로움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억누르려 하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자세다. 감정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이해해야 할 대상이다. 일기를 쓰며 감정을 정리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현재 상태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된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에게 외로움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인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갑자기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거나, 가족들로부터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 갑작스러운 외로움에 당황하기도 한다.


나는 어떨 때 외롭다고 느끼는가? 그때의 외로움은 따뜻한 온기와, 아늑한 향기 같은 감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감정인가, 아니면 충만한 성취감이나 애착관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과 같은 정서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가. 외로움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때로는 자신을 돌보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외로움을 잘 다루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삶의 자양분으로 바꾼다. 호르몬이 만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마주하는 힘. 그것이 혼삶의 핵심 능력, ‘혼삶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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