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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을 불안해했고 두려워하며 지냈다.
불안이 오래되니 익숙해졌고 그 익숙함은 또 다른 걱정을 낳았다.
이런 초조함과 걱정들이 기껏해야 지나가는 시절 중 겪는 유행 같은 감정이라면, 오늘 내가 느낀 것들이 앞서 지나간 이들의 유행 되풀이에 불과한 것들뿐이라면 말이다.
하루하루 미약하나마 스스로의 의미를 찾으려는 존재들에게, 불안마저 보편화된 시기에 누군가 느끼는 어떤 감정이 거기서 거기일 뿐이라면, 불안하지만 개성이라 여겼던 실낱같던 마음들이 타인이 느끼는 감정의 메아리 같을 뿐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나와 너의 경계를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