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리아주
겨울에는 굴귀신에 씌인다. 참굴을 생으로 먹고 또 먹고 굴전, 굴밥, 글무침, 굴미역국도 지겨워질 무렵, “형님!”이라고 부를 만한 석화가 나온다. 덩치도 크고 하얗고 통통한 살집이 먼만치가 않다. 당연히 생으로 먹고 또 먹고… 도통 지겨워지지 않아서 오븐구이를 해봤다.
1. 석화 오븐구이
껍질을 까지 않은 각굴이라면 찬물에 30분가량 담가 짠기를 뺀 다음 그대로 쪄도 되고 작은 칼을 이용해서 한쪽 껍질을 떼어도 되지만 나는 손쉽게 하프쉘을 구입했다. 요즘은 당일배송으로 보내주니 선도를 걱정할 필요 없고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주기만 하면 된다. 요리하기 전에 숟가락으로 관자부분을 떼어주면 먹기에 편하다.
일단 석화를 펼쳐놓고 레몬즙을 뿌린다. 향과 맛은 물론 레몬의 구연산이 식중독과 세균번식을 억제하고 굴의 철분흡수도 향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레몬즙을 뿌리는 동시에 굴이 익기 시작하니 생으로 먹을 때는 반드시 먹기 직전에 뿌리도록 한다.
오븐구이도 의외로 간단하다.
1) 빵가루와 파마산 치즈가루를 3:1 비율로 섞는다. 굴이 덮힐만큼 넓게 깔아주고 그 위에 올리브유를 몇 방울 떨어뜨린다. 200도 예열한 오븐에 빵가루가 노릇해질 때까지 15분에서 20분 정도 구워준다. 굴튀김이 그리웠던 차에 편리하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었다.
2) 유럽에서는 모네이소스를 올린 “오이스터 모네이 (Oyster mornay)’라는 굴요리가 유명하다. 모네이소스는 베샤멜, 화이트소스에 치즈를 더한 것으로 맥앤치즈나 카나페, 대하구이 등 여러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서양 대표적인 소스이다. 하지만 나는(!) 만들기 번거로워서 폰타나에서 나오는 파르마 콰트로 크림 파스타소스로 대체했다. 치즈 풍미가 진한 소스라서 꾸덕하게 올리고 오븐에 구웠다. 마지막으로 무순을 올리고 빠나노 치즈를 갈아주니 훌륭한 와인안주가 되었다.
3)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를 뿌려서 구운 ‘오이스터 킬패트릭 (Oyster kilpatrick)’도 별미였다. 굴의 풍미를 해치지 않을만큼 생파슬리를 조금 올렸다.
이외에 시금치버터소스를 올려서 오븐에 구운 ‘오이스터 록펠러 (Oyster rockefeller)’와 굴그라탕, 토마토와 적양파와 함께 새콤하게 먹는 세비체 (Ceviche) 등등 굴을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도전해보자. 나처럼 굴귀신에 씌인 분들이나 반찬보다는 와인안주를 원하는 분들, 요리에 자신 없는 분들도 연말 홈파티를 근사하게 준비할 수 있다.
2. 굴솥밥
무우와 당근을 깔아서 달짝지근해진 굴솥밥도 마무리로 그만이었다. 굴은 마지막 5분 남았을 때 넣는 것이 가장 좋다. 일찍 넣으면 굴의 즙이 모두 빠져버리고 뜸 들일 때 넣으면 밥알에 향과 맛이 덜 스며든다. 이때 맛술을 한 스푼 넣어줘도 좋다.
굴은 프랑스 샤블리 샤르도네와 잘 어울리지만 다양한 맛의 석화 오븐구이를 준비한만큼 와인도 다양하게… 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키안티 와인을 곁들였다. 바디감이 부드러운 테이블 와인으로 석화 오븐구이와도 잘 어울렸다. 해산물이라고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