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무지개를 먹어볼까

영원한 것 두 번째

by Jinny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점점 명확해지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이 세상에는 '알려진 사실' 보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참, 그래서 연구자란 정적인 지식이 무수히 많은 사람이 아닌, 알려지지 않는 '더 많은 사실'들을 알아보기 위해 기존의 연구들을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가설을 세울 수 있고, 그것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쪽이 더 맞는 것 같다.

출처: <대학원생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리뷰 by 현우 님의 브런치 글에서

수많은 비타민 보조제를 보더라도, 비타민 C는 무엇이 좋고, 비타민 D는 무엇이 좋은지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많지만 (그리고 그들보다 더 똑똑할지도 모르는 '구글'이 있지만), 사과 한 개 안에 들어있는 설명 안된 수천 가지 다른 화학 물질들을 모두 발견하기란 어쩌면 불가능 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일이 설명해주기는 힘들지라도, 사과를 먹으면 우리 몸에 이롭다는 것에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비타민 A B C D E K'처럼 정확한 낱개의 물질들 말고, 이름은 아직 명확히 없지만 우리에게 유익하다고 알고 있는 수천 가지의 다른 사과 속 화학 물질들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과 안에 있는 이러한 수천 가지의 화학 물질들을 우리는 통틀어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이라고 한다.


흔히 비타민과 파이토케미컬이 종종 나란히 쓰이고, 그 기능이 비슷해서 혼동이 될 수 있지만, 파이토케미컬은 비타민과 몇 가지 구분되는 점이 있다. 사실 그 '이름'이 정확히 차이를 설명해 준다.


첫 번째: 비타민 결핍은 특정 질병을 유발할 수 있지만, 파이토케미컬 결핍은 그렇지 않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비타민이 일찍부터 발견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 질병이 발생되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연구를 통해 그 질병은 결국 어떤 물질의 결핍의 결과였고, 그 물질은 인간 스스로 합성할 수 없었기에 음식으로 섭취가 불가한 상황에서는 그 질병을 걸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물질들을 과학자들은 '우리 몸에 소량이지만 필수적인 물질들'로 정의했고, 이를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비타민'으로 불렸던 것이다. 비타민 C의 발견 스토리를 보더라도, 장기 항해를 하던 해군들이 괴혈병(scurvy)으로 죽어나가자, 그 치료와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 중에 라임주스(lime)가 우연히 치료효과를 보이게 되면서 비타민C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물고를 트게 되었다.

*비타민 C의 다른 말은 그래서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 즉 괴혈병('scorbutic')으로 부터 멀리한다('a')는 뜻이다.

결국 비타민은 우리 생존과 기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었기에, 결핍 시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파이토케미컬의 경우는 인간이 해당 물질에 대해 결핍되었다고 해서 특정 질병이 생기지는 않고, '직접적'으로 우리의 생존과 연관되지는 않는다.


두 번째: 비타민은 식물과 동물성 음식 모두 발견될 수 있지만,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에서만 발견된다. 오히려 비타민은 B12, D, A와 같은 일부 비타민은 채식에서 보다 육식/유제품을 통해 더 잘 섭취될 수 있다. 또한, 비타민 C는 인간과 기니피그, 일부 박쥐와 유인원을 제외한 모든 포유동물들은 스스로 합성할 수 있다. 즉, 비타민은 식물 혹은 동물의 출처랑 상관없이, 그 '물질의 특정 구조'를 의미하는 것이 맞다. 반면 파이토케미컬의 '파이'(phy)란 '식물' (Plant)를 의미하는 것으로, 파이토케미컬은 오롯이 식물 내 화학물질만을 의미하도록 그 출처의 기준을 이름에서 명시하고 있다.


식물에게 있어서 파이토케미컬은 식물 각자 고유의 색깔, 맛, 그리고 향을 결정지어주고, 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면역 시스템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육안으로도 다른 색깔의 채소와 과일들을 보면서 다른 파이토케미컬들이 있음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또한, 파이토케미컬은 식물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태양광, 질병, 포식자들로 부터 자손을 번식시키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무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보라색 채소 (블루베리, 포도)에 많이 들어있는 파이토케미컬, '안토시아닌'은 그 식물에게 있어서 햇빛을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그 채소를 먹도록 유인해주어 자손 번성을 도와준다. 밝은 오렌지색 채소(당근, 오렌지, 옥수수)에 많이 들어있는 파이토케미컬, '베타카로틴'의 경우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도록 하고, 안토시아닌처럼 곤충들을 유인해서 자손 번성에 도움을 준다. 동물처럼 이동할 수 없고, 주어진 환경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식물에게 파이토케미컬은 이들을 보호해 주는 든든한 방패막이다.


파이토케미컬이 그래서 나한테 뭐가 좋은데?

파이토케미컬은 식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하지만 깊은 설명에 앞서, 앞에 언급했듯 모든 파이토케미컬을 영양학자들이 다 알지는 못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현재 연구 중인 파이토케미컬의 종류는 플라보노이드, 플라보논, 이소플라본, 안토시아닌, 안토시아니딘, 타닌, 카로티노이드, 알릴 등으로 점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식물이 가지고 있는 수천 가지 파이토케미컬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또한 일반인들이 일상 속에서 파이토케미컬을 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 '야채와 과일을 먹는 것' 이기에, 한 가지 색을 먹는 것보다 다양한 색깔의 야채와 과일을 먹는 것이 더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핵심은 다양한 야채 과일의 색깔을 생각하고 먹음으로써 우리에게 유익한 파이토케미컬들을 흡수하는 것이다.

무지개를 기억해 봐요! 빨-주-노-초-파-남-보

빨간색: 라이코펜

빨간색 하면 떠오르는 야채 과일으로는 딸기, 크랜베리, 토마토, 체리, 비트, 레드 피망이 있다. 라이코펜은 빨간 야채 과일에 있는 파이토케미컬로 우리 몸안의 세포의 유전자들을 파괴하는 나쁜 활성 산소들을 찾아다니며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라이코펜이 예방하는 항암효과도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졌는데, 특히 토마토를 꾸준히 섭취한 사람이 전립선암의 진행을 늦추었다는 연구는 많이 보고된 바 있다. 이밖에도 심장병, 폐 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고, 면역 역시 증강되었다는 연구가 밝혀지고 있다.

FUN FACT!
- 매일 토마토소스를 먹은 사람에게 전립선 암 진행이 늦쳐줬다는 보고가 있다고 합니다.
- 같은 라이코펜 함유 음식이라도, 종류에 따라 생체 이용률은 다를 수 있는데요. 수박은 토마토보다 라이코펜 함량이 더 높고 우리 몸에 더 잘 이용된다고 합니다.

주황색, 노란색: 베타카로틴

당근, 고구마, 노랑 피망,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귤, 망고, 호박, 살구, 멜론, 복숭아, 옥수수! 베타카로틴은 주황색과 노란색에 들어있는 파이토케미컬로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심장병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주황 노란색의 야채 과일군들의 경우 빨간색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암 예방, 심장병과 뇌졸중을 막아주며, 면역을 키우는데도 탁월하다고 한다.

FUN FACT!
-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서 비타민 A로 바꿀 수 있어요. 한 예로 망고와 파파야에 있는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서 24:1의 비율로 비타민 A를 합성한답니다 (매우 적은 양이긴 하죠)
- 베타카로틴을 많이 먹으면 우리의 피부가 일시적으로 주황색으로 변한답니다. (물론, '음식으로 먹었을 경우' 몸에 해로운 건 전혀 아니에요)

녹색: 클로로필

녹색 야채들은 우리 주변에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금치, 아보카도,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양배추, 키위, 녹차, 허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녹색 컬러는 클로로필이라는 색소에 의한 것으로 보통 녹색을 가진 야채 과일은 암을 막아주는 파이토케미컬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발암물질의 작용을 막는데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는 일부 녹색 야채(케일과 시금치)들도 주황 노란색의 베타카로틴을 포함하고 있지만, 클로로필의 진한 녹색 때문에 가려진 것이다. 이밖에도 녹색 야채는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비타민도 포함하고 있으며, 혈액과 뼈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K와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엽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FUN FACT!
- 식물들은 광합성 과정 중에 자신에게 해로운 활성산소를 만들어 냅니다. 이를 제거해주는 역할이 항산화제인 비타민과 파이토케미컬인데, 이런 이유 때문에 광합성과 관련이 많은 식물일수록 비타민과 이로운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답니다.
- 어두운 녹색 채소들은 빛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광합성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따라서 옅은 녹색 채소보다 진한 녹색 채소들을 먹으면 더 많은 비타민과 좋은 파이토케미컬을 섭취할 수 있어요!

파란색, 남색, 보라색: 안토시아닌

파란색, 남색, 보라색은 강력한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을 함유하고 있다. 이 물질은 세포 노화를 늦춰주며, 또한 혈액 응고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여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암을 예방하고, 우리 몸속의 염증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FUN FACT!
- 블루베리는 생으로 먹는 게 좋고, 반면에 적양배추는 기름에 볶아서 먹는 게 영양소 흡수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랍니다.
- 비타민 C를 정말 많이 먹고 싶다면? 자두를 생으로 먹으면 좋아요. (비타민 C 함유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얀색 그리고 갈색: 알리신

보통 양파과에 속하는 것들은 알리신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알리신은 항종양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하얀색 그리고 갈색에 속한 음식 군들은 알리신 이외에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 양파, 컬리플라워, 마늘, 대파, 무, 버섯 등이 포함된다.


So What? 그래서 어쩌라고요?

매일 과일과 야채를 먹어요

파이토케미컬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앞서 설명한 대로, 수천 가지의 파이토케미컬의 성분을 일일이 찾아내며 개별적 효과에 대해서 찾아내는 것에는 연구로써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파이토케미컬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도 영향들은 그들이 그 음식 안에 남아있는 체로 섭취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영양소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개별적으로 추출되어 영양제 형태로 섭취된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사과 속 비타민 C의 항산 화적 속성은 이것이 사과의 여러 다른 파이토케미컬과 함께 둘러싸여져 있을 때 더 잘 발휘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일부 파이토케미컬의 경우 이것이 식물과 분리되었을 때 독성으로 변하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환상의 케미스트리가 있듯, 식물의 파이토케미컬도 서로가 함께 할 때만 발휘되는 그들만의 케미스트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도 최대의 효과를 위해서는 영양제와 성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과일과 야채를 먹는 것이 중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지개를 먹어요.

우리는 무지개 색깔별 다양한 파이토케미컬들의 독특한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색깔, 맛, 향이 다르다는 것은 서로 다른 파이토케미컬들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는 것도 함께 알아보았다. 따라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빨주노초파남보를 먹는 것! 우리가 무지개를 매일 섭취할 때 우리는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의 케미스트리를 몸으로 흡수할 수 있고, 이로 인한 효과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Level 1: 양식은 토마토 -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간다면 토마토 파스타를 시킨다.

토마토는 채소! 그리고 빨간색! 빨간색은 라이코펜!

*오일 파스타와 그린 페스토 파스타를 시킬 때는 알록달록 색깔 많은 가니쉬가 올려진 것들을 선택해 주세요.


Level 2: 매끼 삼색 - 매 끼니 최소 채소와 과일 삼색은 먹는다.

약간만 신경 쓴다면 어렵지 않아요. 예를 들면, 라면 대신 김밥, 크림 파스타 대신 토마토파스타, 짜장면 대신 짬뽕.


Level 3: 무지개 우유 - 두가지색 냉동과일과 우유 or 아몬드 밀크 or 요구르트 or 물을 넣고 간 홈메이드 과일주스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바쁜 사람들은 알록달록 과일과 좋아하는 우유로 갈아먹어요. 생과일이 좋지만, 장기 보관이 쉬운 냉동과일로 시작해봐요. 예시, 블루베리 & 딸기, 딸기 & 바나나, 아보카도 & 바나나, 망고 & 오렌지, 베리믹스


Level 4: 마트에서 드레싱 - 샐러드 만들어 먹는 걸 도전해 보자. 마트 드레싱 코너에 당신이 제일 먹어보고 싶은 드레싱을 선택하고, 그에 어울리는 메인 샐러드를 계획해 볼까?

샐러드는 잘 구운 닭가슴살, 두부, 견과류와 같은 단백질과 퀴노아, 귀리를 얹으면 멋진 메인 디쉬로도 완성됩니다.

예를 들어, 달달한 샐러드가 좋다면, 허니 디종 머스터드, 참깨 & 생강 드레싱이 있고,

짭조름한 샐러드가 좋다면, 발사믹 드레싱, 호스 레디쉬 드레싱, 로즈메리 & 타임 드레싱을 선택해도 좋아요.

*드레싱은 많이 넣지 않아요. 1인당 1스푼이면 충분하답니다. 약간 싱겁게 느껴진다면, 샐러드 위에 후추와 소금 그라인더로 한 두 번 살짝 간을 해주세요.


야채와 과일을 하루 다섯 컵 먹는 것도 모자라 무지개색으로 먹으라니? 너무 많은 것을 실천해야 할 것 같아 부담이 되는가?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파스타를 골라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고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낼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파이토케미컬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이를 생활 속에 실천할 자질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무엇이든 작은 변화뿐이라도 기억하고 실천하는 그 첫걸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토마토 파스타를 먹고 있는 당신이 언제부터 엔가 식탁에 무지개를 그리고 있다면!


참고문헌

1. 사이트: https://www.health.harvard.edu/blog/phytonutrients-paint-your-plate-with-the-colors-of-the-rainbow-2019042516501

2. 책: Vitamania, How Vitamins Revolutionized the Way We Think About Food, Catherine Price

3. 논문: https://pubmed.ncbi.nlm.nih.gov/24227349/

4. 논문: https://doi.org/10.1146/annurev.nutr.22.111401.14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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