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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눈 Apr 24. 2023

1년 만에 다시 찾은 브런치

어색함 반 반가움 반

1년 간 브런치를 떠나 있었다.

그동안 가정에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고, 본업이 엄청 바빠진 것도 아니었다.

표면적인 이유로 소설 출간 작업을 해서 시간이 없다고 둘러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두려웠다.

진짜 이유는 두려움이었다. 글을 쓰기도 쉽지 않지만, 올리기는 더 어려웠다.


 

재작년부터 1년 간 올린 ‘첫사랑을 만난다면’ 소설은 생각보다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내 소설을 좋아해 준 독자들 덕분에 소설을 완성하고 출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때문에 다음 글을 써내려 갈 수 없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난 글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소설을 쓰게 되었고,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연재했다. 그리곤 꽤 많은 관심을 받아 출판사와 계약하여 올여름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서 나의 정체성은 작가이기에, 사람들은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렀다.

그때 드는 한 가지 의문.


나는 작가라고 불려도 될 사람인가?



다음 발행할 글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것 같은데, 자신이 없었다.

부담감과 두려움에 매일같이 드나들던 브런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님과 글친구들이 있다.

서로의 글을 찾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이다.

브런치를 떠나 있던 동안에도 그들의 글은 종종 찾아가서 몰래 읽곤 했다.

(좋은 글엔 예전처럼 댓글을 남기고 싶기도 했지만, 왜 글을 쓰지 않냐는 질문을 할까 봐 망설여져서 차마 댓글은 달지 못했다.)    


그들 중엔 꾸준히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글쓰기를 멈춘 사람도 있었다.

꾸준히 글을 쓰는 이의 모습에선 존경심이 들었고, 글쓰기를 그만둔 이에겐 어떤 사정이 있을까 궁금했다.


그렇게 클릭 버튼을 누르다, 문득 브런치에 합격한 이후 처음으로 올렸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연히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어쩌다 하나 받은 하트가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그래, 난 원래 별 볼일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자.

그리고 솔직해보자.


사실 나는 계속 글이 쓰고 싶었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행복을 누리고 싶다. 그래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어디선가 이런 문구를 보았다.

일을 시작하기 전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막상 시작하면 할 만하다고.     


그렇다. 일 년 동안 다시 쓰는 일이 부담스러웠지만,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이 순간은 의외로 그저 즐겁기만 하다.


나는 지금부터 부담감에서 해방되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고자 한다.

현재  삶의 화두이자,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들.

- 예술

- 자녀 교육

- 출간 작업


기존의 감성적인 소설이 아닌 담백한 일상 이야기라 조금은 걱정스럽다.

하지만 어쩌면, 앞으로 쓸 글을 더 좋아하는 독자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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