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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자 sancheckza Dec 08. 2022

28mm라는 화각을 아십니까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 그 어딘가

 

사직동 | 2022. 12. 05. | Taehwan Kim

글씨를 좀 쓴다는 이유로 학창시절 내내 서기를 했었다. 그런 나는 0.7 샤프 펜슬을 즐겨 썼는데,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0.5가 너무 쉽게 부러지기 일쑤였기 때문. 아무래도 글씨에 멋좀 부린다는 이유로 꾹꾹 눌러쓰다 보니 더 잘 부러졌던 것 같다. 0.7을 쓰다 보면 공책에 글씨를 금방 메울 수는 있지만, 필기량은 적어진다.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큰 뜻이 없었다는 걸 선호하는 펜 굵기로도 파악이...

효창동 | 2022. 12. 03. | Taehwan Kim

웬 샤프펜슬 굵기 얘기일까. 오늘은 내가 사용하고 있는 28mm 카메라 화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0.5든 0.7이든 글씨를 쓰는 덴 아무 문제가 없고, 28mm든 35mm든 사진을 찍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서두에 적었듯, 필요와 목적,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갈리는 법이다.

종각 | 2022. 12. 07. | Taehwan Kim

오늘 포스팅에 등장한 사진들은 모두 28mm 렌즈로 찍은 사진들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가 28mm 붙박이 렌즈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렌즈를 교체할 수 없는 카메라인데, 28mm가 잘 맞지 않다면 낭패라고 느껴질 것이다. 분명 좋은 렌즈라고 했는데... 내 사진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자주 찾아올 수도 있다. 마치 내가 0.5 샤프펜슬로 쓰는 글씨가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종로 | 2022. 12. 05. | Taehwan Kim

28mm 렌즈는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화각이다. 익숙한 이유는 스마트폰 카메라 화각과 유사하기 때문이고, 어려운 이유는 스마트폰 카메라 화각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건 말장난이 아니다.

너무 넓지도, 너무 좁지도 않은 화각이라 익숙하지만, 그래서 자칫 평범하게 느껴지기 쉽다. 게다가 이 단렌즈는, 줌도 없다. 만약 스마트폰 카메라에 줌이 없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이 일상에서 찍는 사진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28mm는 이렇게 사진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는(?) 렌즈일까?

원효로 | 2022. 12. 08. | Taehwan Kim

사진을 찍는다는 건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는 것. 이 도식이 보편화된 상황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피드에서 내 사진이 주목받으려면 소위 이미지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무심코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이 아니면 외면받기 쉽다.

인스타그램이 런칭했을 때 사진 업로드 비율이 1:1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사진가들이 당혹감을 느꼈다. 인스타그램 런칭 전까지 사진을 1:1 비율로 작업하는 사람은 소수였다. 정방형은 물론 그 자체로 하나의 미적 규범이 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임팩트 있는, 피사체가 집중된 이미지'를 업로드하라는 뜻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해방촌 | 2022. 12. 04. | Taehwan Kim

28mm 사진은 (후처리를 통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함이 느껴지기보다는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익숙한 모습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28mm 단렌즈를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 혹은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만한 반응이다. 시중에 28mm 렌즈는 적지 않다. 그렇다면 28mm 렌즈라는 건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면 되는 것일까?

1. 28mm 렌즈는 사진 실력을 반드시 높여준다 

혹자는 28mm (혹은 그 이하) 렌즈가 사진 실력의 척도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소위 '어려운 렌즈'로 잘 찍는 사람은, 다른 렌즈도 잘 다룰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다. 그리고 이쯤에서 로버트 카파의 그 유명한 명언을 나누고 싶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ㅡ (로버트 카파 Rober Capa)

이 말을 처음 들은 건 10년도 더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촬영하면서 이 말이 자주 떠오르는 것을 보면 괜히 명언이 아닌 듯하다.

28mm는 다가서는 연습을 하게 해 준다. 원경을 찍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근사한 사진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휙휙 당겨 찍을 수도 있는 줌렌즈와는 성격이 다른 화각의 단렌즈다. 사실 어쩌면 28mm 렌즈에 대한 불평의 절대다수는 이 항목과 관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만큼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충정로 | 2022. 12. 02. | Taehwan Kim 

2.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28mm 렌즈는 엄연히 다재다능한 렌즈다. 28mm 렌즈는 큰 왜곡 없이 꽤 넓은 장면을 담아낸다. 자연스러움이 강점이다. 인물 사진을 찍을 경우엔 부담스럽지 않은 왜곡을 잘 활용하면 멋진 표현이 가능하다. 그리고 장면과 분리되지 않은 인물사진은 28mm 렌즈가 잘 해낼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다. 어떤 이는 그래서 28mm 스트릿 사진을 영화 스틸사진 같아서 좋아한다고 말한다. 많은 스트릿 포토그래퍼들이 28mm 렌즈를 통해 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 2022. 12. 04. | Taehwan Kim

3.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 사진 잘라내기를 돌파구 삼자. 


어차피 디지털 시대의 사진이라는 게 후보정이 불가피하다면, 잘라내기도 그중 일부다. 그 과정에 익숙해지면 28mm 렌즈와 더욱 친해질 수 있다. 잘라내기를 포함한 후보정 과정을 통해서 28mm도 충분히 집중도 높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항목에 한해서는, 고화소 바디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고화소 카메라는 비교적 '잘라도 쓸만한' 사진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효창동 | 2022. 12. 03. | Taehwan Kim

오늘은 내가 사용하고 있는 28mm 단렌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다. 사실 화각은 이미지 퀄리티의 일부에 불과하다. 같은 28mm라고 해도 조리개 값이 어떤지, 어떤 표현에 집중한 렌즈인지에 따라서 결과물은 꽤 달라진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 화각 자체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광학자는 아니지만, 경험기는 들려줄 수 있기에. 28mm 다루기 까다롭고 별로래, 그 말을 십분 이해하지만 28mm를 즐겁게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도 누군가는 궁금할 테니까

잠실 | 2022. 12. 02. | Taehwan Kim
이태원 | 2022. 11. 29. | Taehwan Kim
MMCA | 2022. 11. 18. | Taehwan Kim
THE BARN | 2022. 11. 15. | Taehwan Kim
원효대교 | 2022. 11. 15. | Taehw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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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mm 사진이 어떤 사진들인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28mmlens를 검색해 봤다.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다.


https://www.instagram.com/tags/28mml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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