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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니 Dec 13. 2023

5. 직업상담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하여


이라는 건 참 어려운 것이다. 어떤 일이든 내 맘에 드는 일은 없다. 그 이유는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 자아실현이고 나발이고를 할 수 있는 직장과 직업을 찾기란 참으로 힘들다. 



한때, 구직자를 대상으로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 설문조사지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 

1. 연봉 2. 조건 3. 워라벨 등등을 적었고 나는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곳!" 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자 " 누가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하니?!"라는 말을 들었고, " 왜 못해요?"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그분의 답이 맞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직업상담사란 직업은  생각보다 직업상담을 많이 하지 않는다. 본인이 하는 일에 직업상담까지 더 해지면 업무량이 미친 듯이 터져나간다는 것을 뻔히 알 기 때문이다. 상담의 양이 많으면 어떻게든 상담의  질을 줄이려고 한다. 그게 바로 상담 시간을 줄이고 빨리빨리 상담을 쳐 내는 것이다. (상담을 한다는 것을 상담을 친다고 말한다) 이게 바로 직업상담사 시장의 문제다. 상담사에게 정해진 상담의  양은 어마 무시  하게  많다. 어떻게 질이 올라가겠는가?  나는 이 부분에서  너~무 회의감을 느꼈다. 도대체 상담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빨리빨리 하란다. 오래 하지도 말란다. 상담을 최대한 줄이란다.  그럼 행정만  주구장창 하고 상담의 질이 다 떨어지고 근데 만족도는 높길 원한다고? 그리고 실적은 실적대로 압박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나는 생각한다. 직업상담사 시장에서 살아남은 일 잘하는 사람들을  일만 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일하다 죽을 뻔 했다) 아~ 그래! 너네는 상담 대충 해- 나는 쥐꼬리만한 월급 받더라도 열심히 상담하고, 내 커리어 쌓고, 성장할 거니까, 그냥 그 자리에서 도태 돼 버려!라는 마인드로 나는 일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직업상담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현재  직업상담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다.  그냥 돈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상담을 받으러 가면 누구나 하는 이야기를 하고, 그 흔한 첨삭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구직자들은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다.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느끼는 순간 우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해 버린다.  




몇 백만 원짜리 사기업 취업컨설팅 업체는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구직자들은 몇 백만 원을 내고 그들을 찾아간다. 물론, 그들이 잘못된 건 아니다. 


무료로 구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천지사방에 널렸지만, 모르거나, 알아도 찾아오지 않는다. 직업상담사인 우리는 구직자를 찾아 나서야 하고, 달콤한 사탕을 주어서라도 그들을 오게 만들어야 한다. 국가에서는 직업상담사를 엄청나게 배출하고, 사업도 많이 만들어 낸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우리나라에 일 잘하는, 상담 잘 하는 직업상담사들은 많다. 하지만 그 보다 일 못하고, 상담 못하는 직업상담사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구직자가 바라보는 직업상담사의 이미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고착화 돼버린, 수십 년간 변하지 않는 이 시장의 문화 때문에 잘 하고 있는 직업상담사들 마저 이 직업을 떠나버리고 있다.  




나는 국가 세금을 받고 일하는 직업상담사다. 나는 몇 백만 원짜리 직업상담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날 찾아온 내담자에게 진심이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는 왜 이렇게 모르는 것이 많고, 모르는 것을 어떻게 배울까 고민하고, 구직자들의 취업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 가를 늘 고민하고 살았다. 7년 차가 되었고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 깨달은 것은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은 한계가 없으며, 난 여전히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신입 때는 어렵지 않았던 첨삭이 지금 더 어렵고, 사람을 대하는데 더 신중해졌고 어려워졌다. 내가 과연 구직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경력은 쌓여가고 나에 대한 타인의 기대는 올라가고, 하지만 나는 늘 제자리라고 느꼈다. 직업상담사를 더 잘 하고 싶은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지만, 




7년 차 경력자로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신입 직업상담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글을 쓰고, 영상을 찍고, 커뮤니티와 카페를 개설했다. 





사실, 걱정이 많다. 나로 인해 이 세계에 들어왔다가 실망만 하고 돌아가진 않을까? 나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많지만 생각보다 내가 별로이지 않을까? 근데 일단 모르겠다. 나는 충분한 정보를 줄 것이고, 그 정보를 보고 스스로가 판단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직업상담의 최악과 최고의 모습을 다 보여줄 예정이다. 그래야만이 정말 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정말 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직업상담사로서 열심히 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연봉이 적고,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고, 민원처리와 행정이 더 많고, 사람을 위한 직업이지만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직업.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직업.  ATM기라고 불리는 이 직업은 언젠가 도태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하지 말라고 말렸던 [직업상담사]라는 선택이 내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 되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직업은 힘들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나는 요즘 행복한 직업상담사다. 


내가 하고 싶은 상담을 하고, 상담에 필요한 공부를 하며, 내 생각을 글로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신입 선생님의 성장이 뿌듯하며, 불합리함과 비효율적인 업무에 당당히 맞서나가고, 하고 싶은 강의를 기획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일하면서 번 소중한 나의 월급으로 아침마다 운동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여행도 다닌다. 이제는 미래를 꿈꾸는 사람을 만나 더 행복한 하루를 그리고 싶어졌다.  





내가 현재 행복한 직업상담사가 된 이유는, 과거에 불행한 직업상담사였기 때문이다. 직업상담에 회의를 느끼고, 내담자에게 상처받고, 회사에 실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던 20대 청년은 긴 시간을 버티고 30대가 되었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 뭐 별거 있냐. 세상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 내 일(job)이 있다는 것, 이 일을 잘하고 싶다는 것,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내 일이 잘 될 것 같은 설렘을 느끼는 것,  내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 존재 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행복한 이유가 됨을 나는 이제 알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자신의 일(job)에, 자신의 삶(life)에 숨어있는 수많은 행복한 것들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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