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과 욕의 차이
우리 반 고자질쟁이가 급하게 뛰어와 일러줍니다.
"쟤가요. 욕했어요."
매우 서럽다는 듯 아이는 눈을 흘기며 심각하게 말합니다.
"욕? 뭐라고 욕했는데?"
대부분의 욕설은 ‘씨’에 발이 붙기도 하고 팔이 붙기도 합니다. 보통 팔이 머리와 가까워선지 18이 제일 많습니다.
"존나라고 했어요."
“좆나?”
아이는 욕한 애를 가리킵니다. 그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평소에 얌전하고 착한 애가 지목이 됩니다. 소극적이고 소심한 아이가 욕을 했다는 게 어울리지 않아 불러 조용히 물어봅니다.
"왜 그랬어? 정말이야?"
"욕인지 몰랐어요. 그냥 저 혼잣말 한 건데…."
‘존나’가 왜 욕이 되는지 아이는 정말 모르는 게 맞습니다. 좆나인지, 좋나인지조차 사실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을 저주하거나 모욕을 주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면 분명 혼잣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일단 민원이 접수되었으니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주고 화해를 시켜주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혼잣말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 안 들리게 하렴. 혼잣말도 다른 사람이 기분 나빠하면 욕이 되거든. 저 친구가 네 혼잣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
아이는 망설입니다
"선생님 생각에는 네가 저 친구한테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아이는 무언가 단단히 억울한 것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습니다.
화해할 때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렸지만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과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아이가 나중에 조금 더 커서 좆의 의미가 남성의 성기라는 것을 알면 얼마나 얼굴이 붉어질까요? 우스갯소리가 생각이 납니다. 남자와 여자가 달리기를 했는데 누가 이겼을까요? 여자는 좆 나게 달리고 남자는 좆 빠지게 달렸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