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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영 Oct 30. 2021

엄마

오늘은 알바를 하러 아침 일찍 일어나는데 몸이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유난히도 알바를 하러 가기가 싫은 .

그럼에도 꾸역꾸역 나를 가게하는 것은 아마도

내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삶의 무게 때문이리라.

객지에서 혼자 생활하는데 있어서 돈은 필수적이다

그걸 알기에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몸이 힘들거나 일이 조금만 힘들면 금방이라도 그만두었을 것 같던 작년의 나와 대비되어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제는 삶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걸까?


더 이상 우물쭈물 거렸다간 지각을 할 것 같아서

겨우 겨우 집을 나서는데 느껴지는 서늘한 가을 공기에

왜인지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거의 십몇년간을 식당일을 하면서 나와 동생을 키웠다. 매일 같이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 늦게 집에 오는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일이 너무 고달팠던 탓일까 가끔, 아니 높은 빈도로 우리에게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사회성이 좋지 않았던 엄마가 식당 아줌마들의 뒷담을 까기도 하고, 일터를 그만두고 구인구직을 하는 날도 잦았다


어렸을 때 나는 그런 엄마가 너무 싫고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날이 참 많았다.

엄마의 눈치를 봐야 했던 날들도,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했던 날들도 참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를 이해한다고 까지는 표현 못하더라도 엄마가 출근할 때마다 어떤 심정이었을지는 알 것 같았다

엄마도 출근하기 엄청 싫었을 텐데 나와 동생을 위해 가정을 지키기 위해 꾸역꾸역 일터에 간거야

삶의 무게를 오롯히 견뎌내기 위해


이러한 생각 때문이었을까 오늘 알바를 하는데 도무지 일이 집중이 되지 않았다

왜인지 엄마가 보고 싶기도 하고, 엄마의 모습과 내 모습이 겹쳐보인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엄마를 많이 닮아가고 있다.

예민하고, 불안정하기도 하고, 돈을 좋아하는 것도, 밥을 먹을 때 자주 흘리는 것도

외양도 성격도 나는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자식이다.


앞으로 삶의 무게를 견뎌야 할 때 마다 엄마 생각이 날 것 같다

내가 엄마의 삶의 무게였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나를 지키기 위한 엄마의 시간들이

결국 내가 힘들 때 나를 버티게 하는 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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