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회자정리, 화자정리

#이별로그

by 힘쓰기

힘들 때 글을 쓰기로 했는데,

글을 안 쓴 지 꽤 오래됐다.

약 2주. 그동안은 힘들지가 않았다.

생일이었고, 연달아 파티들이 있었고,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행복했으니까!


내 브런치를 다 읽은 분들은 아마 없겠지만

그럼에도 펼쳐놨던 말들을 조금 정리해보겠다.

회자정리에 대한 화자(의)정리다.


일단, 가장 중요했던 할머니

다행히 호전되셔서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다.

병원에서 할머니를 돌봐주셨던 간병인 분이

"어머니~ 이제 괜찮아지셔서

요양원으로 다시 가실 거예요"라고 하자

"나 아무 데도 안 갈 거야"라고 하셨다는데

나는 공교롭게도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렇지만 어디 안 간다는 말이 요양원이 아니라,

세상을 떠나지 않을 거란 약속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회자정리란 말처럼, 언젠간 헤어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란 게 안도가 됐다.


두 번째. 글을 쓰게 했던 전 남자친구.

생일에 잠깐 연락을 했었고

그 연락을 통해 상대를 완전히 파악했다.

그냥 시간도 돈도 남아돌아

지 잘난 맛에 사는 재수 없는 인간!

생각보다 쉽게 잊혔다.

헬스장에서 찍은 사진을 거의 매일 올리는데

왜인지 알 거 같아 조금 역겨운 감정도 들었다.


세 번째. 포차에서 만난 전 전 전 남자친구.

다급바리 인간에서 썼던 거 같은데

어쨌든 약속된 날짜에 만났다.


역시 기억하는 부분이 달라

미리 복습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질문이 있었다.


"헤어질 때 그렇게 말한 이유가 뭐야?"


오? 나는 카톡으로 헤어진 줄 알았는데

꽤 오랜 통화 끝에 헤어진 거였다.

그 말을 들으니 급 떠올랐다.

역시 사람의 기억은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못하다.

벌써부터 AI만도 못한 나란 인간...


아쉽게도 그렇게 말한 이유는 기억이 안 났고

그 애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해줄 수 없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해야 상대가 궁금할 텐데

오늘로 끝이란 걸 서로 느꼈는지

그다지 궁금한 게 없었다.

우리에게 3년의 공백은 겨우

차를 바꿨고, 몇 번의 연애를 했는지 정도의

매우 시답잖은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 만남으로부터 이번엔 진짜 정리를 했다.

그냥 정리 말고 진짜 정리.


어디선가 또 우연히 나를 보고 연락이 오더라도

만나지 않을 지인짜 정리!


회자정리와 더불어 쓰이는 말 거자필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민님이 있는 법.

다음은 거자필반 편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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