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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Apr 12. 2023

캐나다 스타벅스 파트너가 된 Chris

<Drive-Thru에서 혼자 난리 부르스 치는 나를 위한 Angelo의 원포인트 레슨>



캐나다에 온 지 26일이 되던 날, 비콘힐 파크 근처 해변에서 놀고 있는데 문자를 하나 받았습니다.


"I just got your application referred to me by one of our peers in Saanich area and wonder if you would like to come in for a cup of coffee with me?"


OMG.


캐나다에 오는 많은 사람들 중에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꽤 높은 걸로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 외국까지 왔는데 한국어 쓰면서 한인 잡을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로컬들과 근무하는 환경에 있어야 영어가 들리고 말로도 나올 확률이 커질 테니까요.

게다가 스타벅스잖아요!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뭐 그런 거요.


이전 글에도 썼듯이 저는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일하기 위해 미리 경험 삼아 한국 스타벅스에서 1년 2개월간 근무를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그만큼 겁내 계획적이고 철저한

ENTJ 크리스 27세.



1. 면접 후기

유튜브나 구글에 스타벅스 면접 질문들이 40개도 넘게 올라와 있는데요, 그런 것들은 전혀 소용이 없는 면접이었어요.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맙다며 반갑게 맞이해 주고 이어진대화는 형식적이지 않은 일상 대화였거든요. 여기까지 뭐 타고 왔는지, 비자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음료를 좋아하는지, 강아지 이야기 등등


그중에서도 아마 합격하는 데에 파워가 제일 컸을법한 이야기는 둘 다 스타벅스에 대해 잘 아는 상태여서 그런지 스타벅스가 자신에게 주는 의미와 각자 매장에서 있었던 파트너들과의 추억 공유였어요.  

아 물론 어필도 겁내 했습니다. 나 한국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스터 따고 검은 앞치마 입었어, 라테아트 할 줄 알아, 파트너들이랑 되게 잘 지냈어 등등

 

이야기를 할수록 이런 매니저가 있는 매장이라면 꼭 일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목표가 생겨버리니 되는 영어 안 되는 영어 다 나와가면서 제스처는 또 미드에서 본 게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참내 겁내 웃김. 역시 사람이 한계에 놓이면 나도 모르는 파워가 생긴다고.

그렇게 서로 웃으면서 한 40분쯤 대화를 하고 그 자리에서 합격을 통보받았습니다.



2. 3주 차 스타벅스 바리스타 후기

내가 생각해도 '나를 트레이닝해 준 파트너는 그래도 좀 편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들이 한국과 비슷합니다! 물론 메뉴도 레시피도 조금씩은 다르지만, 스타벅스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돌아가는 시스템이나 음료 시퀀싱 등등 70%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쉽냐. 그건 또 아닙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중에 내가 외국에서 살 계획이 있다, 일할 계획이 있다. 하시는 분들 토익 그만하세요. 영어는 실전입니다. 무조건 말로 해야 하고 인풋이 절대적으로 많아야 해요.


저는 3살 때 처음 영어를 접했고 맞춤법도 제대로 모를 때에 영어공부를 먼저 시작했으며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교육청 주관의 영어영재로 선발되어서 특수 수업도 들었어요. 대학생 시절에는 출제 유형 바뀐것도 모르고 그냥 본 토익에서 890 받았다는 자만심에 빠져 미드를 보거나 좋아하는 팝을 듣는 것 빼고는 영어공부 없이 그냥 캐나다에 왔어요.


미쳤던 거죠(?) 미쳤던 거예요. 그동안 해외 여행하며 의사소통이 가능하니 캐나다에 와도 영어를 잘하면서 살 거라고 착각했습니다! 세상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이 널렸는데 말입니다. 겁도 없이.


이민자들의 국가 캐나다, 그런 캐나다인만큼 정말 사람마다 가진 말투나 억양 발음 전부 다양합니다.

말도 빠르고 슬랭도, 우리가 모르는 이들만의 유머도 넘쳐요. 아마 영어에 웬만큼 자신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엔 30%만 알아 들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3주 차에 막 접어든 저는 다른 매장에 파견근무를 다녀올 정도까지는 성장을 했으나 여전히 드라이브스루에서 주문을 받을 때 말이 빠른 고객이나 멈블이라고 하죠, 웅얼거림이 심한 고객의 주문을 받을 때에는 다른 파트너들의 도움이 필요한 수준입니다.

귀는 85% 이상 열렸으며, 일 하는 동안에도 배운 영어가 엄청나서 아웃풋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일을 시작한 첫날에 느낀 점은요.


'아 ㅈ됐다.'



3. 근무환경

시간대마다 정해진 포지션이 있어서 그 일만 잘 해내면 된다는 점, 스케줄 근무여서 스케줄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등등 많은 부분이 한국과 비슷합니다.


음 둘 중에 비교해서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솔직히 못 고를 것 같아요.


가장 비교되는 점이라 하면

한국은, 아시잖아요? 음료 주문하고 2분 만에 자기 음료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는 것.

자기 급하니까 먼저 음료 만들어 줄 수 없냐고 요청하는 고객, 반말하고 돈 던지는 고객도 많아요.

일이 많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을 처리해도 카드로 카운터 테이블을 톡톡 치면서

"저기요, 주문받아요."라는 고객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곳 캐나다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유가 있어요.

10분을 기다려도 조용히 기다려요. 스몰토크 하면서요.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면 웃으면서 천천히 하라며 기다려줍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 첫 트레이닝을 받을 때에 POS기계에 익숙지 않아 버벅거리는데 한 고객이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냐며 짜증을 냈던 기억이 여전히 상처 아닌 상처로 남아 있는데요,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이곳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버벅거릴 때 저도 모르게 사과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고객들이 먼저 웃으면서 천천히 하라고, 기다린다고, 너 정말 잘하고 있다면서 응원해 줬어요. 땡큐!


이렇게 말하면 한국을 비하하는 것 같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존중 부분에서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아요. 물론 한국에서도 나이스 하신 분들 꽤 만났어요. 확률이 적어서 그렇지 사람 바이 사람인데 그 확률의 차이인 것 같아요. 이런 인류애 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캐나다를 선택하고 싶은데...


한국이 압도적으로 좋은 부분은 효율성입니다.

일을 정말 효율적, 체계적으로 해요. MBTI로 비교하자면 한국은 INTJ 캐나다는 ENFP랄까요(?)

시스템이 더 잘 되어있어요. 큰 차이가 나지는 않겠지만 복지도 조금 더 좋고요. 당연히 위생도 한국이 압도적으로 청결도가 높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한국 사람인지라 한국어로, 한국 유머로 우리끼리 웃으며 일하는 게 더 편하게느껴지더라고요. 어쩌면 제가 한국에서 같이 일 했던 파트너들이 좋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 일수도 있고요.


어쨌든, 결론은 각자가 가진 장단점이 너무 뚜렷해서 어느 하나 고르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그냥 기회가 된다면 뭐든 다 경험을 해 보는 게 좋다는 생각 밖에는 없어요.



4. 결론

캐나다 스타벅스 재밌어요! 손님들이 정말 나이스하고 파트너들도 정말 나이스합니다.

ENFP의 결정체 느낌이에요. 항상 여유가 넘치고 장난도 대화도 넘쳐요. 그만큼 에너지도 엄청나고, 실수를 해도 잘못을 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잘하고 있어! 일 하면서 스트레스받지 말자! 마인드입니다.


영어는 어느 정도는 해야 함. 정말 내가 영어를 못 한다! 간단한 문장 만들기도 조금 어렵다! 그렇다면 일단 영어공부 먼저 하셔야 버틸 확률이 조금은 늘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그냥 뭐든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안 해본 거라면 다 해 보세요. 저는 25살 때 부터 그렇게 살고 있는데 평생 후회 안 할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공부는 못 해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 거지부터 대통령까지 다 친구가 될 줄 아는 사람이면 된다 라는 말들을 해주셨는데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서 제일 잘 배운 부분인 것 같아요.


결론 : 엄마 아빠 사랑함. 존경함.


아니 그러니까 우리 다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안 해본 거 다 경험해 보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기분으로, 도전하는 기분으로 살아요! 뭐 꽤 재밌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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