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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A Sep 17. 2021

[이상한 꿈을 꾸었다2]

KUA Conte #11 살바도르 달리 Salvadore Dali




[이상한 꿈을 꾸었다 1]에 이어-



 코끼리 행렬은 대피소 코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대단한 몸매의 여자 조각상을 이고 있는 코끼리가 먼저 말했다.








- 앨리스, 이 문제를 맞추면 나처럼 멋진 몸매를 단번에 가질 수 있어. 

자 문제 간다! 평소에는 골짜기 속에 숨어있다가 

간지럼을 태우면 부르르 떨며 거대해지는 이것은?








 10대 소녀에 몸에 숨어 있을지언정 내 정신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나는 어렵지 않게 문제를 맞출 수 있었다. 




바로 내 몸은 어린 아이에서 성숙한 여인의 몸으로 변했다. 

놀랍고도 기묘한 변화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내 몸이 일종의 가구로 변했다는 것이었다. 

배꼽부터 시작해 그 위로 마치 책상에 있을 법한 서랍이 네개나 만들어졌다. 

손잡이는 오묘한 빛깔의 대리석이었다.




그 걸 본 코끼리는 신명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등 위의 조각상도 함께 춤을 추었다.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코끼리에게 

밟히지 않게 조심하고 있는데 

어느새 다음 코끼리가 다가왔다. 

이 코끼리는 보기만 해도 주눅이 드는, 

뾰족하게 솟은 오벨리스크를 허리에 지고 있었다.  








- 자, 두번째 질문이야! 니 눈에 간신히 보일만큼, 

너는 절대로 갈 수 없는 

아주 머어어어어어어어언 곳에 

거대한 능선을 막 지나고 있는 초록색 괴물이 있어. 

너 그 괴물을 어떻게 때려잡을래? 



- 왜 때려 잡아야 하지? 괴물이 뭘 잘못했어? 








 내가 대답이 아닌 질문을 하자 두번째 코끼리는 

갑자기 펑! 하고 구름처럼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화려한 궁전을 등에 짊어지고 온 코끼리가 수수께끼를 이어갔다.




- 앨리스, 앨리스, 너의 장미꽃에는 무슨 색이 어울릴까?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을 색깔을 골라봐



- 여왕? 그 여왕이 누군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마음에 어떻게 들 수 있겠어? 

그리고 나는 지금 꽃 색깔이 맘에 들어






 세번째 코끼리도 체념한다는 표정을 짓더니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다른 코끼리들보다 뚱뚱하고 

눈이 동그란 코끼리가 다가왔다






- 얘, 너 배고프지? 너를 위해 가져왔어. 

새끼 돼지 요리,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 

형형색색의 젤리 고양이, 바클라바, 

따뜻한 토마토 수프, 그리고 바닐라 크림 브륄레… 


뭐 부터 먹을래? 






 한 방을 가득 채울만큼 거대한 초콜릿 푸딩을 다 먹어 치운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코끼리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앞선 친구들처럼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이제 내 앞에는 춤을 추던 첫번째 코끼리만이 남아있었다. 코끼리가 말했다.






- 앨리스, 현명하구나. 

너는 다만 성장했을 뿐, 아무것도 잃거나 버리지 않았어. 

성장이 늘 좋은 것은 아니야. 

그래도 크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세계가 있지. 


난 오늘 네게서 어린아이를 가져간단다. 

그건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을 거야. 

오늘은 어제와 다르겠지만, 

여전히 즐거운 여행 하렴!










 그렇게 첫번째 코끼리도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그 때까지 내 품에서 숨죽이고 있던 성게가 외쳤다.





- 앨리스! 너 진짜 대단하다!! 코끼리가 모두 사라졌어!! 이제 안전해!!





 성게는 호들갑을 떨었고, 

선문답 같은 질문에 대답을 하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던 나는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쏟아졌다. 

어쩔 수 없이 토끼를 찾는 일은 잠시 미뤄두고 


어느새 완전히 모습을 비춘 햇살 아래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긴장한 탓인지 잠은 달콤했다. 

바다는 고요했고 

저 멀리에서는 과일향 같은 것이 났다. 

나는 마치 구름 위에서 둥실대는 것처럼 

기분 좋은 상태로 잠을 잘 수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나는 팔 끝에 이상한 기척을 느껴 잠에서 깼다. 

내 눈 앞에는 태어나서 본 것 중 

가장 기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내 눈 앞에 호랑이 두마리가, 정확히는 한마리씩 줄지어 서있었다. 

사자 갈기만큼이나 큰 골격을 가진 뒤 쪽의 호랑이는 

날렵해보이는 앞의 호랑이를 

잡아 먹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 사자갈기 호랑이는 거대한 물고기에게 

또한 반쯤 먹히는 중이었다. 

주홍빛의 사나워 보이는 물고기는 

바다위에 둥둥 떠있는 석류를 찢고 나온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일이람. 듣도 보도 못한 광경에 잠이 싹 달아났다.. 

성게도, 입고 있던 옷도 모두 없어진 상태에 

더 크게 당황한 내 앞으로 호랑이가 다가왔다. 






호랑이 입에서는 으르렁 대는 소리 대신 

말벌과 같이 위잉-위잉- 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왔다. 

잡아 먹히는게 아니라 쏘이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호랑이는 손에 들고 있던 장총을 내 팔에 겨누었다. 

날카로운 장총의 끝이 팔에 닿는 순간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그 때,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랍스터가 달려왔다. 

랍스터의 집게발은 아까보다 

열배 이상 커져서 호랑이와 물고기를 위협했다. 




쉬익 쉬익, 소리를 내는 위협적인 자세에 

풀이 죽은 호랑이는 주춤 거리더니 

뒤의 사자갈기 호랑이 입속으로, 다음 호랑이는 물고기 입속으로, 

물고기는 석류 속으로 다시 돌아갔다. 




랍스터는 예의 그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쏘아 붙였다.






- 멍청하게 잠이나 자고 있으면 어떡해? 

- 미안, 고마워.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나는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으며 대답했다. 랍스터는 어느새 원래 사이즈로 돌아와 있었다.








- 근데 어떻게 호랑이랑 싸울 생각을 했어? 

아무리 집게발이 강해도 그렇지

- 진짜 무서워보이는 건 사실 별 거 아닐 때가 더 많아. 

오히려 정말 위험한 것들은 

달달한 케이크처럼 

눈치도 못 채게 모든 걸 망쳐버리지. 






철학적인 랍스터로군. 나는 생각했다. 








- 나는 흰토끼를 찾고 있어. 혹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니? 

- 흰토끼는 이미 여왕한테 갔을거야. 

여왕에게 가려면 내가 필요할 거야. 

나를 데려가. 







나는 뱃속 서랍에 들어있는 낡은 천을 매듭지어 

작은 가방을 만들었다. 


성게와 랍스터는 그 안에 얌전히 들어갔다. 

랍스터는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작은 모험에 신이 난 것 같았다. 




- 해안선 끝까지 걸어가면 돼. 

몇 시간 전에 토끼가 거기로 뛰어가는 걸 봤어





 우리 셋은 말 없이 해안을 걸었다. 

길고 긴 해변은 새로운 광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떤 해변가에서는 나체의  남녀무리를 만났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며 걷고 있어 

긴장감을 더했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노는 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구름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아무리 급해도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순간도 있었다. 

투명한 유니콘의 등장!! 

투명한데도 그 유니콘이 확실히 보였다. 

바람에 날리는 털이 빛나며 유니콘의 움직임이 

묘한 공간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정말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성게는 그 위에 타보고 싶어 했지만 

성게 가시에 찔린 유니콘이 난폭하게 날뛰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노인들만 모여 있는 해변도 있었다. 


오랜시간 해에 노출되어 살가죽이 거칠고 축축 늘어진 노인들은 

어린아이처럼 모래로 성을 쌓고 부수며 좋아했다. 





다만 그들이 어린아이들과 다른 점은 

굉장히 천-천-히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렇게 재미있는 곳들을 지나치며 

한참을 걷다보니 

바닷물이 얕아지며 해안선이 끝나는 지점이 왔다. 

바닷물은 주먹만큼 작은 구멍 속으로 모두 들어가고 있었다. 




랍스터가 말했다. 




- 자, 이제 여기로 들어가야해 

- 여기로? 이 구멍은 나에게 너무 작아. 

초콜릿 푸딩도 다 먹어서 더이상 작아질 수 없다고 

- 그럼 조금 기다려봐. 내가 친구들한테 물어볼게 




 랍스터는 몸을 일으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삽시간에 땅이 울리면서 




주변의 해변이 까맣게 물들었다.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아 겁에 질린 나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지진의 주인공은 

작은 게들이었다. 




게들은 모래구멍 주변으로 모여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내가 들어가기 충분한 크기의 구멍이 만들어졌다. 

구멍이 만들어지자 

게들은 언제 왔냐는 듯 

인사도 없이 돌아갔다. 



멍하니 서있는 내게 랍스터가 소리쳤다




- 어서 들어가! 여왕이 알면 구멍을 다시 작게 만들어 버릴거야. 

아니 아예 막아버릴지도 몰라!



나는 뒤로 맨 천가방에 들어있던  

랍스터와 성게를 

뱃속 서랍에 조심스레 넣은 후, 구멍으로 들어갔다. 


바닷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인데도 내 옷은 젖지 않았다. 

바닷물이 미끄럼틀 역할을 해 우리는 또 끝없는 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털썩. 




이번에는 건초더미 위였다. 

엉덩이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 다행히 모두 무사했다. 

눈 앞에는 분명히 트럼프 카드의 몸통을 하고 

손에는 총과 칼을 든 트럼프 병사 다섯명이 서서 놀란 듯 우리를 쳐다 보았다. 





- 당신! 손을 들고 이 쪽으로 나와!




 서랍을 잘 잠근 덕분에 랍스터와 성게를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었다. 




트럼프 병사들은 총구를 겨누고 

우리를 굉장히 화려한 정원으로 인도했다. 

나는 총이 굉장히 낡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실제로 발포가 될 지 의문인 녹슨 총구였다.



 정원은 마치 한 미치광이가 세상의 모든 꽃을 보기 전에는 

죽지 않겠다는 결심을 실현하기라도 한 듯,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놀라서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트럼프 병사들의 옷도 아름다웠다. 

하나하나 얇게 수놓은 무늬가 고급스럽고도 다채로웠다. 




 나는 무심코 손을 뻗어 그 섬세한 수를 만져보았다. 

다행히 병사는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미로같은 정원의 길을 지나 중앙에 도착했다. 





 정원의 중앙에는 누가봐도 여왕인 사람이 앉아있었다. 

그녀는 자기 머리보다 큰 왕관을 쓰고 목이 아픈지 

목을 받쳐주는 깁스같은 장식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 하얗게 분칠을 해 

깁스에 연하게 내려앉은 분가루가 보일 정도였다. 


여왕의 드레스는 아주 화려했는데, 

우스꽝스러울만큼 크게 부풀린 어깨와 트럼프 병사의 것과 같은, 

하지만 훨씬 더 호화로운 자수가 눈에 띄었다. 


이 정원을 그대로 옮긴 듯 총천연색의 꽃과 뱀, 개미 등이 수놓아 있었다. 



우리가 여왕 앞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재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 병사들이 서있고, 


아름다운 공작새 한마리가 여왕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여왕이 금속성의 목소리로 말했다.



- 이 공작새의 죄명이 무엇이냐!



옆에 서있던 족제비가 외쳤다.


- 여왕님의 귀를 건드려 어지럽게 한 죄입니다!

- 기억 나는구나! 이 자의 목을 쳐라! 

내일 정오에 정원의 장미덩쿨 뒤에서 처형하도록 하여라!



나는 순식간에 사형이 언도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공작새는 트럼프 병사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그 때 랍스터가 소리쳤다



- 찾았다! 




토끼였다. 흰 토끼는 안경을 코에 걸치고 여왕 옆에 서있었다.



토끼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우리가 더 떠드는 걸 저지했다. 


우리에게 고개를 돌린 여왕은 

과장된 몸짓으로 손을 들며 외쳤다.



- 장미꽃 머리를 한 너! 이름이 뭐냐!




나는 최대한 공손히 대답했다



- 앨리스입니다. 폐하

- 너희는 왜 이곳에 온거지? 

- 집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폐하, 

집 앞 정원에서 토끼를 따라서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는 법을 모르겠어요

- 그래? 집에 돌아가게 해주면 너는 나에게 뭘 해줄 수 있지? 

- 글쎄요, 제가 갖고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요

- 너의 아름다운 장미꽃 머리를 줄테냐? 

이 곳에 장식해놓고 싶구나

-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제 목이니까요, 

자르는 순간 꽃이 모두 시들어버리고 말겁니다. 

대신 이 머리랑 똑같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드리겠습니다





여왕의 얼굴이 실룩거렸다. 

내 목을 치고 싶은 욕구와 

그림을 갖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분명했다. 



- 이 안건으로 회의를 하겠다! 

대신들은 모두 이 쪽으로 모이거라





각종 동물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목을 잘라 법의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고 하는 귀족도 있었고, 

그림이면 충분하다는 장군도 있었다.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때, 누군가 나를 툭툭 치며 속삭였다.




- 헤이, 이 쪽으로 따라와 






토끼였다. 


다른 동물들은 떠드느라 

더이상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나는 성게, 랍스타와 함께 

조심스럽게 토끼를 따라갔다. 



토끼는 조끼 주머니에서 작은 거울을 꺼내 바닥에 놓았다. 



신기하게도 거울은 바닥에 닿자마자 구멍으로 변했다. 


- 여기로 내려가면 돼, 

처음 왔을 때 처럼 

세상의 반대쪽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 때 쯤 

도착할거야

- 고마워!!!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 천만에. 네가 여기 있을 수록 골치아픈 일만 많아질거야.

그리고 난 잘린 목은 그만 보고 싶어



드디어 집에 갈 수 있다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렸다. 




- 성게, 랍스터, 너희도 같이 갈래?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 앨리스, 네 덕분에 재미있는 세상을 봤어. 

난 계속 따라 가고 싶어

- 나는 아무래도 이 쪽이 체질에 맞는 거 같아. 

이 정원에서 나도 같이 다른 동물들과 싸워봐야지! 

앨리스, 내가 필요할 땐 언제든 랍스터를 들고 

여보세요? 라고 하면 돼





나와 성게는 랍스터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구멍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내 몸은 너무 커진 나머지 

더이상 구멍에 들어갈 수 없었다.

엉덩이까지는 간신히 넣어도 

허리 위 상체가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첫째 코끼리에게 당해 어른이 되어버린 탓이었다. 


나는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 

영원히 이 괴상한 나라에 살아야 한다는 

절망감이 몰려왔다. 




괜히 토끼를 쫓아와서 이 고생이라니.. 

토끼는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나를 위로할 수는 없었다. 





펑펑 울다보니 문득, 

나는 앨리스가 아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왔지만 

나는 그냥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곳이 꿈이라는 걸 알게되니 

엄청난 용기가 생겨났다. 


이 곳을 떠나기 전, 이 왕국을 점령하고 있는 

무식하고 난폭한 여왕을 저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꿈이라는 걸 자각하고 나니 

모든 것이 불안정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정원을 가득 채운 장미는 

물감처럼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토끼가 들고 있던 회중시계와 안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모든 것이 무너지기 전에 전속력으로 달려 

랍스터의 거대한 집게발로 여왕의 목을 싹둑! 잘라내는데 성공했다.





!





그렇게 나는 꿈에서 깼다. 엄청나게 오래 잔 것 같은데 



시간은 5분 가량 밖에 지나있지 않았다. 

꿈의 세세한 부분을 기록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저녁으로 먹으려던 랍스터는 취소해야겠다. 










⋇ 위 글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과 삶을 소재로 재구성한 픽션입니다

⋇ KUA Conte 는 쿠도스 아틀리에에서 발행하는 단편입니다

⋇ And More…


- 살바도르 달리는 실제로 잠을 잘 때 손에 펜과 메모를 들고 찰나의 꿈에서 본 이미지를 기억하고 이를 작품에 옮기고는 했습니다


- 이러한 기법을 Automatism(자동기술법)이라고 하는데, 이는 꿈과 같은 환경을 통해 의식적 통제로부터 해방된 구성을 만드는데 목적을 둡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영향을 받은 이 기법은 초현실주의 화가 뿐 아니라 앙드레 브르통과 같은 시인들도 자주 사용한 창작 방법입니다. (그들은 최면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 달리의 작품 속에서는 이러한 꿈 속의 무의식들이 현실을 초월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위 단편 속에 등장한 <잠들기 직전 석류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에 의해 야기된 꿈>의 경우, 작품 속에는 호랑이와 물고기가 등장하지만 이는 실제로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듣고 꾼 꿈의 인상에 기반한 것입니다


- 이렇게 달리는 현실 속 작은 자극이 엄청난 꿈 속 풍경과 사건으로 나타난 경험을 그림을 통해 우리와 공유합니다. 이는 영화 인셉션에서 사용된 모티브이기도 합니다. 






<잠들기 직전 석류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에 의해 야기된 꿈>









<Enchanted Beach>






<The ghost of the night in the beach>




달리가 그린 트럼프 카드






달리가 그린 퀸 그림을 새겨넣은 접시






해변의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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