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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A Apr 06. 2022

[숙취]

KUA Joie #002


#숙취 Hangover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마셔도 아침이 거뜬했던 대학생 때와 달리 회사에 다니고 나서 숙취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회식 다음날 어찌저찌 출근은 했는데, 도저히 자리에 정상적으로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에 가서 변기 커버를 내리고 앉아있다가, 구토가 올라와 토하고, 자리에 돌아와 속을 달랜다고 마신 물도 토하고 했던 끔찍한 기억이 난다.


 최악의 숙취는 대부분 외국에서 겪었다. 출장으로 홍콩에 가서 행사가 끝난 후 신나는 애프터 파티 다음날, 워크샵으로 간 대만에서 열린 회식 다음날이 그랬다. 나를 모르는 도시에서의 일탈이라는 모종의 해방감과 ‘오늘이 마지막이다’ 라는 절박함이 겹쳐 과하게 새벽까지 술을 섞어 마셨다. 그런 다음 날은 ‘삼보일토’, 세 걸음에 한 번씩 토하는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굉장한 민폐를 끼치며 성가신 토쟁이가 되어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저녁은 폭음의 여파로 즐기지도 못하고 호텔에 누워서 지냈다. 


 재밌는 것은, 짧게는 2-3시간에서 길게는 반나절까지도 숙취를 겪는 동안에는 '내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며 술병만 봐도, 아니 술 마시는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알콜이 싫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머리가 울리는 두통과 구토감이 없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숙취와 음주의 순환고리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더 없이 좋은 사례가 아닐까


 숙취는 다음날 아침 눈 뜰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잔인한 제비 뽑기와도 같다. 대부분 술자리가 시작할 때 내일의 숙취를 예상하는 경우는 없다. 어떤 날은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말끔하게 일어나는 반면 얼마 마시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침 눈을 뜨는 순간 불쾌감(아, 망했다)을 느끼니 말이다.


 이 제비뽑기의 아침을 그리는 데 더 없이 탁월한 화가가 있다. 툴루즈 로트렉. 고흐의 술로도 잘 알려진 압생트는 툴루즈 로트렉을 알콜 중독으로 끌고 간 술이다. 본인이 속한 귀족 세계보다는 낮은 신분으로 물랑루즈에서 춤을 추는 무희들에 눈을 돌렸던 그의 그림, <숙취>에는 술 마신 다음 날의 나른한 두통과 불쾌감, 그럼에도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 일종의 단단함이 엿보인다. 


 이 외에도 숙취를 그린 화가들이 몇몇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술과 친했기 때문일 것이다. 툴루즈 로트렉 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느끼고 표현한 숙취를 소개해 본다. (꽤 많아서 공감가는 것들을 골라야 했다) 부디 다음 술자리에서는 숙취의 룰렛이 나를 피해가기를 바라면서!


*주의 : 다음 작품들을 보다가 두통이나 구토감이 몰려올 수 있으니 조심할 것





<Hangover> Henri de Toulous Lautrec, 1889







 <Hangover>, Peter Baumgartner, 1870





<Hangover> Jean Gouders, 2021 (렘브란트의 Old Jew Seated를 오마주)





 <Hangover> Yuying, 2012







 <Hangover Heaven> Cristina Toledo, 2016







<Hangover> Susan Lisbin, 2019






<Hangover Day Cover Art> Alex Wheeler(그래픽 아티스트), 2020






<Sweet Hangover> Nina Murashkina, 2021






<Hangover> Carlo D’Anselmi, 2021







<The Hangover Portrait of Benji> bobsmereckiar, 2022








<Hangover> Gym Halama



<Fantastik Hangover> Javier G. Pacheco






<Hangover, Joshua Tree> Magdalena Wosinska, 2016





<Hangover> John Bacon, 2016








<Hangovers Are Temporary, Drunk Stories Are Forever> Hamid Nii Nortey, 2021








<Hangover> Nora Ampova, 2022






<Hangover> Oleksiy Sai, 2019eksiy Sai, 2019Oleksiy Sai, 2019Oleksiy Sai,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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