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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Sep 19. 2023

너도 나를 미워할 수 있다면

 1인 1견 가구인 내 하루는 철저히 강아지 위주로 흘러간다. 실외 배변을 하는 강아지에게 하루 두세 번의 산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진대, 강아지가 혼자 산책하고, 스스로 배변봉투에 주섬주섬 배설물을 담아오고, 알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일이 가능할리 없으니 보호자인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루에 두 번씩, 때가 되면 밥도 챙겨줘야 한다. 내가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강아지는 속수무책으로 배를 곯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필수적인 일들 말고도 양치, 위생 미용, 주기적인 목욕 등 자잘하게 돌봄이 필요한 일들을 수행하다 보면 인간의 생활패턴도 절로 강아지의 루틴을 따라가게 된다. 훌쩍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는 것도,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 것도, 망가지고 싶을 때 망가지는 일조차도 이젠 결코 내 뜻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1인 1견 가구가 되기 이전에도 강아지를 돌보는 일은 직장인이었던 언니들에 비해 시간을 더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내가 도맡다시피 했다. 매일같이 수행해야 하는 돌봄 노동에 상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와 감정이 소모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던 날들. 그때의 나는 내 시간을 온전히 다 나에게 쓰지 못하고 타자를 보살피는 데에 일정량을 할애해야 한다는 억울함과,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1년 365일(그럴 기분이 아닐 때조차도!) 수차례 집 밖을 나서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온통 버거운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저 작은 게 온전히 내게 의지해야만 그 밭은 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 인생 하나 책임지기도 벅찬데 내가 너까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 곤히 잠든 강아지를 향해 묻고 또 물어도 답을 알 수 없어 한없이 무력해지던 밤들을 기억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잦다.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던가? 특히 나를 지치게 하는 대상을 사랑하기만 한다는 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 고백하자면 나는 오복이를 사랑하지만 사랑하기’만’ 하진 않는다. 가령 슬개골이 좋지 않은 네가 높은 곳에서 막 뛰어내린다거나 밖에서 아무거나 주워 먹을 때, 내가 도저히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일 때도 실외 배변만 하는 네 사정을 헤아리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순간들. 너라는 존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나는 모난 마음을 품는다. 그러니까… 내 사랑은 추하다. 들킬까 무서운 마음이다.

 

 그런 나와 달리 네 사랑은 명징하다. 내가 어떤 역겨운 마음을 품든 말든 강아지는 나를 사랑해 준다. 아니, 사랑만 준다. 그 사실이 자주 아프다. 나는 딱 나 자신만큼만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너보다 나를 훨씬 더 사랑하는 것 같아서. 네 세계의 전부가 나인 것만 같아서. 이 또한 모든 걸 인간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나의 오만일지도 모르겠지만. 착각, 그래 차라리 다 착각이라면 좋겠다. 너도 나를 미워할 수 있다면. 네 사랑도 나만큼 추할 수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은 오로지 내 강아지뿐이다. 이토록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고, 내 안에도 아직 사랑이 남아있음을 일깨워준 너. 오복이와 함께 살아가는 일이 더 이상 힘에 부치지만은 않는 건 나만 내 강아지를 돌보는 게 아니었음을, 내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너 또한 나를 보살펴주고 있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리라.

 내 곁에서 뜨거운 숨을 푹 내쉬고 입맛을 다시며 기지개를 쭈-욱 켜는 나의 강아지. 그리곤 이내 깊은 잠으로 빠져드는 너를 보며 오늘도 다짐한다. 나 자신도 믿지 못하는 나지만, 너만은 나를 믿어도 좋다고. 내가 반드시 너를 지켜줄 테니까. 네가 항상 나를 지켜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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