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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wurf Jun 12. 2023

애덜트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열일곱 살 때부터였던 것 같다.

동전을 던지고, 초를 불고, 별똥별이 떨어지면 항상 하늘에 빌었다. '철들게 해 주세요.'라고.


열 살에는 아동복을 입기가 싫어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고

열네 살에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고 싶어,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고

열여섯 살에는 학교와 집을 오가 지긋지긋해,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가족과 떨어지면서, 깨달았던 것 같다.

이제는 정말 곧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기숙사에서 자는 첫날 이 층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눈물을 찔끔 흘렸고 

엄마에게 전화해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건 싫다고 엉엉 울기도 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열심히 소원을 빌었건만, 아직 하늘은 내 소원을 쥐뿔 들어주지 않았다.


그 사람은 좋은 사람! 싫은 사람! 명확하게 선을 빡빡 그어야 직성이 풀리고

유리잔을 깨트리면 얼음처럼 얼어버려 누가 도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몸이 아프면 걱정하실 부모님 생각은 안 하고 아파서 죽을뻔했다며 문자를 20통은 보내야 하고

사회생활차 가볍게 하는 아부는 곧 죽어도 입 밖으로 못 꺼내겠고

마트에 가면 장난감과 과자 코너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올해도, 내년도, 매년 소원을 빌 순간이 오면 말하겠지. '올해는 꼭, 철들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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