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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Oct 17. 2023

보글보글 뼈다귀감자탕!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서....ㅎㅎ

찬바람이 분다. 그 쌀쌀한 기운에 아침마다 산보하듯 걷는 출근길이 아주 상쾌해졌다. 긴장감 도는 속도로 걷다보면 전에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곧 했는데, 요샌 땀방울 대신 온몸에 기운좋은 열감이 따뜻하게 차올라서 참 좋다. 긴 소매 살짝 걷어올리면 그 사이로 파고 드는 바람결이 참 시원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계절은 그렇게 나의 출근길을 기분좋게 만들어주고 있다.


뭘해도 좋은 계절이다. 또 뭘 먹어도 참 맛있게 입맛 당기는 계절이다. 식욕이 왕성하게 돈다. 입맛이 도니, 지난 두달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줄여놓은 몸무게가 한끼 한끼에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참 야속하다.


찬바람 불면 웬지 뜨한 국물이 생각난다. 기운 보충도 하고, 주방 렌지위에서 무언가를 보글보글 끓여도 부담이 없는 계절인지라 우족을 한번 진하게 끓여볼까하고 야심차게 우족과 사골을 사왔었다. 그런데 갑자기 귀찮아져서 냉동실에 모셔두고 며칠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동네 마트서 돼지등뼈 세일을 겁나게 하길래 저거한번 해보자고 또 사들고 왔다. 뼈다귀감자탕 한번 칼칼하게 끓여보고파서 말이다. 


자! 오늘은 오랜만에 뼈다귀감자탕이다.  


돼지등뼈가 손질도 잘 돼있고, 보기에도 참 싱싱해뵌다. 그래서 따로 찬물에 담궈 핏물을 빼는 수고로움은 생략한다. 곰솥 가득 등뼈를 넣고 등뼈가 자작하게 잠기도록 물을 담은 다음, 통후추를 한줌 넣고 불위에 올린다. 팔팔 끓어오르면 등뼈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튀기듯이 데쳐낸다. 그리고 찬물에 깨끗이 씻어 곰솥 가득 데쳐낸 등뼈를 담고 그 뼈다귀들이 넉넉히 잠기도록 생수를 채워 불위에서 푹 끓인다. 뽀얀 사골국물이 우러나고 뼈에 뿥는 살점이 잘 떨어질 정도면 충분하다.



국물도 진하게, 고기도 푹 잘 익었다 싶으면 고춧가루, 파, 마늘, 새우젓을 넉넉히 넣어 준다. 그리고 이때 손질된 무청시레기나 살짝 데친 우거지를 넉넉히 넣어 다시 한번 그 맛과 간이 어우러지도록 푹 끓여준다.

보통은 처음 뼈다귀를 삶을 때 된장을 풀어 잡내를 잡아주곤 하는데, 싱싱한 재료는 된장없이도 새우젓만으로도 그 잡내를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렇게하면 국물도 훨씬 깔끔하다.


이번엔 무청시레기 대신 데쳐놓은 고구마순을 넣어본다. 전주에 꽤 유명한 뼈다귀감자탕 집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그집은 시레기 대신 말린 고구마순을 삶아 넣어주는데, 그 맛이 또 별미다. 첨엔 그 시도가 너무 낯설어서 신기했는데, 먹어보니 식감도 쫄깃하고, 보들보들 하니, 시레기 못지 않은 맛을 냈다. 그래서 이번에 마침 고구마 캐러 갔다가 가져온 고구마순을 데쳐놓은 것이 있어 나도 그 흉내를 내본다.


보글보글

고기에도, 고구마순에도 간간하게 간이 배어들도록 한소큼 푹 끓인다음 마무리하면 끝이다.


오랜만에 감자탕집 사장님이 된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제각각이니, 오늘은 손님 도착할때마다 한그릇 거하게 담아낸다.

뜨근한 국물에 칼칼함 가득 채우고, 구수한 고기가 깐깐하게 붙어있는 뼈다귀를 원하는만큼 담아본다. 아쉽게도 요새는 정육점 기술자님들의 발기술이 어찌나 뛰어나신지 고기인심이 야박하다. ㅋㅋ


맛이 어때?

엄마표 집밥에 항상 '먹을만해요!' 라고 무심히 답하는 우리 둘째 녀석이 이번엔 제법 제 입맛에 맞아 맛이 있었나보다. 전과는 맛이 좀 다르다며 뼈다귀 몇개를 더 추가 주문한다. 묵은지나 시레기를 넣었을때와 다르게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국물맛이 좋았나 보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뜨한 국물로 제각각 기분좋은 저녁 식사를 마쳤다.

매일 매일 큰 변화없는 식탁이지만 그 안에서 성큼 커버린 아이들이 제각각의 시간을 찾아 움직이니, 북적이던 식탁도 갈수록 한산해진다.


종종 코로나로 인해 복작복작 복잡했지만 웃음꽃이 넘쳐나던 그 때 그 밥상이 가끔은 그리워지기도 한다.

다섯식구가 함께 식탁위에 앉아 시간을 나누고, 밥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던 그런 시간이 말이다.


신기하게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은 아니 추억은 마술을 부린다.

아름다웠노라, 즐거웠노라, 행복했노라!

절대 그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시계를 되돌리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노라고 말이다.

나만 그런가? ㅎㅎ


2023년 10월 17일 월요일  오랜만에 집밥이야기를 끄적이며..................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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