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 Nov 21. 2024

고구마를 구웠다!

올해 나의 고된 노동을 들여, 내가 직접 수확한 고구마라 더 맛나다.ㅎㅎ

갓구운 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으니, 꿀맛이다.

함께 마시는 믹스커피 한잔이 이리도 환상적일수가!

가을은 따끈한 차 한잔과 그리고 뜨끈한 군고구마와도 잘 어울린다.


올가을엔 군고구마도 맛있다.


지난 10월, 그러니까 거의 한달 전이다. 고모부부의 주말농장에서 고구마를 수확하느라, 노동의 고됨을 온몸으로 경험을 했다. 오랜만에 그토록 많은 땀과 그토록 큰 힘을 써본적이 없었다.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이 되었다.


 집에서 40여분 거리에 주말농장을 취미삼아 일구는 고모부부가 있다.

주5일 열심히 일하시고, 주말엔 오직 자연과 함께 먹거리를 일궈오셨다.

먹기위한 먹거리가 아니라 자연속에서 땅을 가까이 하며, 또 일상의 스트레스 없이 오직 몸을 쓰며,

땀을 흘리는 그 시간이 참 좋다고 하셨다.


그 농장의 밭 둘레에는 감나무, 대추나무, 포도나무, 앵두나무, 자두나무, 블루배리나무까지 참 다양하게 심어놓으셨다. 한 켠에 자리잡은 장미꽃은 꽃송이가 어찌나 크고 탐스러운지...... 유실수들 사이에서 그 고혹적인 자태를 고고하게 뽐내고 있다. 주변의 많은 나무들을 무용하게 만들며, 눈길을 한눈에 확 끌어모은다.

어떤땐, 이처럼 고혹적이고, 아름답기 그지 없는 장미꽃을 들여다보며, 어찌 겸손하라 할 수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 자태 그 자체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도도할 자격이 있구나하고 말이다.


그 많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유롭게 제 재량껏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한해 한해 잘 자라고 있다.

나무야 심어놓기만 하면, 한해가 되든 두해가 되든, 사람의 손길이 닿든 안닿는 무관하게 제 속도로 자란다.

밭둘레를 감싸안은 나무들중에 단연코 최고의 한그루는 수백년을 그 마을의 수호신처럼,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이 마을의 보호수로 멋진 현판하나 달고 있을만한 풍모다.

우리는 이 나무에 우리 고모부의 이름을 별명처럼 붙여주었다.

이 나무는 마을 입구인 고모부부의 밭 가장자리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나무란 그렇게 세월에 무관한 듯, 무심한 듯, 세월과 함께 하는 듯 묵묵히 제 몫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무야 그렇지만, 한해살이 야채들은 손길이 얼마나 미치느냐, 정성을 얼마나 들이느냐에 따라 그 성장과 성과가 눈에 뜨게 차이가 난다. 장마철을 기점으로, 심었던 야채들을 방치하면, 이내 풀속에 파묻혀 제 존재감을 잃게 된다. 생명력 강한 풀들에게 꼼짝없이 제 자리를 잃고, 고사하기에 이른다.


 한때 집앞에 주말농장을 분양한다는 소식에 기분좋아 신청해서, 운좋게 한자리를 얻었었다. 똑같은 평수로 똑같은 자리에 모두 시작은 똑같았으나, 그 성과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농작물도 주인장의 성격따라 그 풍모가 달랐다. 풀 한포기 없이 가지런하게, 흡사 모델하우스를 보며 드는 감탄이 일도록 정갈하게 관리하는 주인장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방치에 가깝게 관리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체로 비슷비슷한 모습이긴 했지만 말이다.


 정성을 들인다는 것, 마음을 둔다는 것이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는 농사를 지어보면 알수 있다.

주말 농장을 경험하기전엔, 농사야 철이 되어 씨앗만 뿌려두만 저절로 자라는 것 아냐?라고 철없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실재로 그 과정을 조금 경험해보고 나니, 농사짓는 작물들이란 씨만 뿌려두면 저절로 자라는 게 아니었다. 중간중간 해야 할일이 너무 많았다. 가장 큰 일중에 하나가 잡초제거 였다. 그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지치게 했다.


 그렇게 농사짓는 경험을 손톱만큼 해본 나로서는 주말마다 주말농장을 찾아 정성을 들이는 고모부부의 그 꾸준함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두 부부의 힐링의 장소라고 너스레를 떠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그 꾸준함과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바로 삶을 대하는 태도로구나고 다시 보게 되었다.

전문가의 길을 가면서 사회인으로 승승장구 하시는 이유가 바로 삶을 대하는 저 태도에서 비롯되었구나고 감탄하기에 이르렀다.


 아무튼 그렇게 정성을 들여 가꾼 주말농장에서 한달전 고구마 수확을 했었다. 처음엔 그 맛이 궁금하여 고구마 캔지 얼마되지 않아, 에어프라이어에 욕심껏 구웠었다. 그런데 그 맛이 기대에 못 미쳤다. 어? 내가 알던 그 다디단 고구마 맛이 아니었다. 올해는 더 맛이 좋다는 꿀고구마를 심었다더니, 꿀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의아했다.


 그런 의아함에, 우리 아가씨는 사람좋게 웃으며, 고구마가 제 맛이 나려면, 후숙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늘에 말려 한달정도 두면, 수분도 날아가고 당도도 좋아진단다. 그 과정이 오래되면 될수록 고구마의 당도가 올라간단다. 그래서 한겨울이 되면 살짝 수분이 날아간듯한 고구마가 더 달고 맛난 이유였던가 보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고구마를 구웠다.

보라빛 빛깔도 아름답지만, 맛또한 기가 막히다. 꿀고구마가 맞다. 한달전에 잃어버렸던 그 꿀이 이제 제자리를 찾아든 것이다.


 잘 익은 고구마 한개 껍질 벗겨 베어물고, 맥심커피믹스 한모금!

오물오물 입안이 천국이요, 맛집이다.


 지난 10월 고구마 캐면서, 힘들어 죽겠다고, 캐고 나서 온몸이 쑤셔 꼼짝을 못하겠다고 엄살을 떨었던 내 모습이 생각나 괜한 웃음이 나온다. 이 맛을 보기위해 봄부터 가을까지 그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이도 있는데,  엄살이 과했구나고 반성을 해본다. ㅎㅎ


가을에 맛보는 갓구운 꿀고구마!

맛나다.

달콤하다.

내 얼굴에 미소를 부른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열매는 달다'던 그 문구 대신

'고구마 수확의 고통은 크다 그러나 그 고구마의 맛은 세상 달콤하다'고 고쳐써본다.

그리고 살포시 미소를 머금는다.


 쓸데없이 주절주절, 낙서장처럼 마구마구 흐트러써도  가을이니까~~~

그런 시간이 필요한 가을이니까! 좋다~~

고구마 캤던 10월의 어느날, 그 해질녘~~


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꿀고구마 구워 맛나게 먹고, 그 맛에 기분좋은 늘봄.......주저리 주저리  몇자 적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 위에서 낙엽 대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