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화를 10가지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들어가는 글”
이 책은 일본 문화를 10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삿포로 대학에서 석, 박사 유학생활의 경험과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교수 활동을 통해 한국인이 표면적으로 알고 있던 일본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단순히 일본 문화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연구테마를 주제로 독자와 함께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또한 일본문화론의 고전으로 널리 알려진 ‘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베네딕트의 연구방법론을 서양인이 아닌 한국인의 관점에서 비교, 해석하며 같은 동양권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문화와는 사뭇 다른 일본의 문화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원칙을 잘 지키는 문화”
일본사회는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원칙의 중요성은 대중교통 문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본에서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기차)을 타면 전화를 하거나 대화 등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일본 공공장소의 지켜야 하는 에티켓으로 한국에서 노약자,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과 비슷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일본에도 물론 약자를 위한 좌석 배려 문화가 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일본의 버스는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리는 것인데, 버스가 완전히 정차했을 때만 서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리 내릴 준비를 하려고 운행 중에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유학하던 중 버스에서 미리 내릴 준비를 하다가 기사에게 큰 소리로 혼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일본에서 유학하던 1년 6개월 동안 한 번의 교통사고도 목격한 적이 없었다. 내가 살던 도시는 노면 전차와 시내버스, 택시, 승용차가 혼재하는 일본의 꽤나 큰 지방 도시였지만 한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편인 교통사고를 일본에서 한 번도 못 봤다는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일관성의 문화”
저자는 일본의 사회를 일관성의 문화로 바라본다.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사회 통합의 철학적 이념이 없고, 큰 애국심 또한 가질 수 없었던 일본인은 천황의 존재를 마치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일본 사회의 일관성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 라는 것에 기인한다. 반면 한국사회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 1999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한국사회의 좋은 전통과 관습은 외국 자본에 의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식 시장 경쟁 논리에 의해 치열한 경쟁 사회로 점차 변해갔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위기를 잘 극복하고 G7 선진국에 진입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높은 자살률과 실업률,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도시의 몰락, 무분별한 도시 건설, 부동산 투기 등과 같은 문제점은 우리 사회에 변화와 혁신을 지나치게 강요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일본의 구분 문화”
일본인의 언어에는 관습적인 인사말, 자동화된 말이 굉장히 발달돼 있다. 일본문화에서는 손님과 점원 간에 주고받는 대화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이것을 ‘기마리몬쿠’라고 한다. 양식화되고 정형화된 표현이다. 이와 같은 표현은 일본 생활에 대단히 중요하다.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사회 전반에 유니폼이 굉장히 대중화돼 있다. 직장인들은 검은색의 비즈니스 수트를 입고,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교복을 입는다. 버스기사, 택시 운전수, 역무원, 음식점이나 백화점에서도 유니폼을 입은 점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니폼이란 동일한 복장은 일체감, 동질감,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나라는 개인보다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일원으로 본인의 역할을 최대한 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출퇴근 시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행위를 함으로써 직장과 직장 밖의 나를 구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근무시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의 소소한 자유가 별로 없다. 나는 일본에서 어학원 연수 시절 수업 시작 전 항상 핸드폰을 교실 제일 앞의 휴대폰 주머니에 넣어두고 수업을 받던 기억이 있다. 스마트 폰으로 모르는 단어를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사용은 금지되었고, 오로지 전자사전만 사용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일본 사회는 맺고 끊음이 확실하다.
“행간을 읽어라! 고맥락 문화”
일본인이 사용하는 말은 함축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도 고맥락 문화에 속하기 때문에 비교적 일본인의 표현을 잘 이해하는 편이다. 일본인은 일반적으로 자기주장이 약하고 논쟁을 꺼리며 상대의 기분이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가 중시되는 사회이다. 이원복은 이를 일본이 일찍이 상업이 발달했고, 상인의 이중성이 오늘의 일본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일본인은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형태의 의사소통을 즐겨한다. 이는 역시 사회 속에서 논쟁을 일으키지 않는 하나의 처세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본심과 너무 동떨어진 언어와 표현으로 일상을 대한다는 것은 반대로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이며 경우에 따라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속 감정을 꾹 누른 채 살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경우의 이야기를 가끔 듣곤 한다. 적당한 눈치와 남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솔직함을 어필하려는 삶의 자세를 추구하는 것이 어떨까?
“결속 문화형”
일본의 오미야게와 결혼식을 통해 일본인의 결속 문화를 보자. 일본인은 오미야게라는 작은 선물을 주변의 인간관계를 위해 끊임없이 주고받는다. 여기에는 상대방과의 연결, 결속의 뜻이 들어 있다. 이러한 다분히 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상대방과 결속을 확인하고 강화해 가야 하는 문화인 것이다. 한국의 결혼식은 누구라도 초대할 수 있고 초대받지 않은 사람도 참석할 수 있다. 결혼식은 말 그대로 잔치이며, 기쁜 날이기 때문에 화합의 장이다. 하지만 일본의 결혼식은 잘 알고 지내는 사람과 조금 더 깊은 관계를 맺는 파티의 성격이 크다. 초대받은 소수의 지인들만 참석해 축하하는 일본의 결혼식 문화는 과거 및 현재 지향적이다.
오미야게를 통해 일본인의 소소한 정을 느껴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강제 아닌 강제성이 의도하지 않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렇게 일본인에게 고착화된 오미야게 문화는 오히려 문화가 아닌 규칙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소소한 정, 잔정, 이러한 말은 오히려 한국사회에서 공감되는 단어이다. 일본은 그것이 오미야게 문화로, 한국은 마음속의 정 문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주의 문화형”
일본의 부부는 각각 침대를 쓴다. 잘 때만큼은 편하게 자고 싶다는 것이다. 침대에서 같이 자면 남편 혹은 아내가 잠을 설치는 경우 상대방도 같이 잠을 설치게 된다. 피해를 주고 싶지도 않고 받고 싶지도 않다는 의미다. 이러한 개인주의 의식은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에서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무언가 피해를 준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지나간 옛일이며, 앞 세대가 저지른 것이다. 자신들에게 그 책임을 지라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라고 지적한다. 현대 대다수의 일본인은 가해자 의식보다는 오히려 피해자 의식을 가지고 있다.
“배려 문화형”
일본인은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면 자신이 신발을 현관으로 향하게 해 놓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손님이 깜빡하고 그냥 놔두면 집주인이 신발 방향을 돌려놓는다. 상대방에 대한 일본인의 배려는 남다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갈 때 일본인은 보통 뒷사람을 위해 잠시 문을 잡아준다. 손님이 물건을 고를 때 점원은 가능한 손님에게 말을 적게 건다. 상대방에 대한 일본인의 배려는 예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축적 문화형”
일본인은 출생은 신도식으로, 결혼은 기독교식으로, 장례는 불교식으로 한다. 일본문화의 토대에는 고유 신앙인 신도가 있다. 그 위에 불교가, 또 그 위에 기독교가 쌓여서 축적돼 있다. 와쓰지 데쓰로의 ‘일본정신’이라는 논문에서 일본문화의 중층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일본인처럼 민감하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민족이 따로 없고, 충실하게 옛 것을 보존하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의식주 양식의 중층성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일상적인 현상이다.”
일본만큼 이른 시기부터 자동화가 잘 적용된 나라는 보기 드물다. 식당의 터치식 주문시스템, 다양한 종류의 자판기, 무인 주차장, 택시 승하차시 열고 닫히는 자동문, 회전 초밥집의 자동벨트 등 일본은 일찍이 일상생활에 자동화를 도입한 나라다. 이와 반대로 논문을 쓰거나 이력서를 쓸 때 아직도 자필을 고집하는 나라이기도하다. 중요 서류에는 반드시 사인이 아닌 도장을 필요로 하고 은행과 관공서의 시스템은 아직도 옛 것을 고집하고 있다. 노면전차에는 아직도 징수원이 요금을 걷고 잔돈을 거슬러준다. 자동화와 편리함을 지향하지만 옛 것의 전통이 공존하는 문화가 일본의 축적 문화형이다.
“반복확인 문화형”
일본인은 상대방에게 감사 표현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을 원활한 인간관계를 확인 유지하는 방법으로 여기고 상대방에 대한 공손한 태도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반복 확인 문화는 감사 표현 외에도 ‘와스레모노’ 즉 ‘잊은 물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식당이나 어딘가를 방문하면 자리를 뜨기 전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와스레모노’ 즉 잊은 물건 없는지?라고 몇 번이고 묻는 모습에서 일본의 반복확인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나가는 글”
일본문화를 10가지 패턴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그동안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의 단점과 일본의 장점만 비교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살펴본 바와 같이 같은 동양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의 문화, 정서는 차이가 존재한다. 일본의 문화는 원칙주의, 일관성, 배려와 축적성 등의 좋은 면과 개인주의, 결속성 등 좋지 않은 면도 있다. 그리고 일본의 일관성 문화와 개인주의 문화에서 일본인의 이중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편리한 개인주의와 생각하기 싫은 것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그 편리한 자세에 대해서 말이다. 아무리 일본의 특성이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버린다고 하지만, 한 나라의 국민이기 이전에 보편적인 한 인간으로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전 세대의 일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는 바르지 못하다. 적어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의 역사와 진실과, 같은 피를 물려받은 지난 세대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일본인으로서 자세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쉽게 드러내는 것이 어른스럽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다. 오히려 어려운 문제는 외면하고 편리함만 취하려는 자세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다. 온 힘을 다해 하나라도 끝까지 잘 해내는 것, 대를 이어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을 파악하고 진정한 의미를 부여할 때 일본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