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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Jun 28. 2024

한여름에 하얗게 쌓이는 눈(?)

조문욱 편집국 국장



지난주부터 제주지역에 장마가 시작됐다.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지난 20일 시간당 30~50㎜의 폭우가 내리면서 제주 전역에 100㎜가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날 장맛비로 인해 서귀포시의 한 카페 지하층이 침수되고 안덕면의 식당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또한 서귀포시 법환동과 동홍동, 안덕면 화순리에서 하수관과 우수관이 역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집중호우 때 하수관이나 우수관이 역류하는 것은 일시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하수관 및 오수관의 용량을 초과해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거리에 함부로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하수구 막힘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여름 홍수 때 서울 시민 여럿이 목숨을 잃었다. 비가 많이 내린 탓도 있지만 담배꽁초가 빗물받이를 막아 피해를 키웠다는 소식이 기억난다. 




한 포털 백과사전에 담배꽁초의 개요를 ‘담배를 피운 후 나오는 쓰레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연간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개수는 320억 개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가 휴지통에 제대로 버리지 않는 것들이다. 우리나라 대다수 흡연자는 담배꽁초가 쓰레기이며, 그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인식도 없다고 한다.




흡연자들이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경우 100% 길거리에 버린다고 한다. 길바닥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담배꽁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깨끗한 길거리일수록 주변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필자가 간혹 찾는 커피전문점이 있다. 이 커피점 건물과 인근 건물 사이에 작은 통행로가 있는데 인근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좁은 통로를 많이 이용하는데, 통행자뿐 아니라 커피점 이용 고객들이 이 통로에서 흡연 후 꽁초를 버린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이 통로는 마치 눈이 쌓인 것처럼 하얀 담배꽁초로 뒤덮인다. 




제주의 한 환경단체가 정기적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쓰레기 종류별로 분류하는데 항상 담배꽁초가 1, 2위를 차지한다. 길거리에 버려진 꽁초들이 빗물 등에 휩쓸려 바다로 가는 것이다.




과거 주요 교차로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횡단보도와 인도의 접점에 항아리 모양으로,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서 있었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 쓰레기통이 자취를 감추면서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인터넷 포털뉴스에서 가장 많은 검색 순위를 기록한 보도물이 ‘청주시 도심에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재떨이) 설치’였다.




청주시는 유동 인구가 많은 봉명동 일대에 꽁초 전용 수거함 70대를 설치했다. 이 수거함은 입구가 좁아 담배꽁초가 아닌 일반 쓰레기는 버릴 수 없는 구조다.




청주시는 이 일대 거리에서 꽁초를 치우는 상인과 그러지 않는 상인 간에 마찰이 있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거함(재떨이)을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많은 흡연자가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도록 쓰레기통 설치를 요구하지만, 설치할 경우 주변이 흡연장화 돼 냄새로 인한 또 다른 민원 발생 등 논란의 여지가 크다. 




얼마 전 일본의 쓰시마 섬의 한 신사(神社)에서 한국인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신사에서는 흡연이 금지됐지만 일부 한국 관광객들이 이를 무시하고 흡연에 꽁초를 버리고, 침까지 뱉었다고 한다. 담배꽁초로 나라 밖 망신을 샀다. 애완견 주인들이 애완견 산책시킬 때 배변 봉투를 사용하듯 흡연 전용 수거 용지를 사용토록 유도하는 ‘시가랩’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길거리에 쌓이는 담배꽁초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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