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주일보 Jul 11. 2024

부형청죄(負荊請罪)와 김 여사 사과

김승종 논설실장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의 혜문왕에게는 ‘인상여’와 ‘염파’라는 두 신하가 있었다. 



인상여는 강대국 진나라의 소양왕으로부터 조나라 보물 ‘화씨벽(和氏壁)’을 지켜냈고, 진나라와의 회합에서 혜문왕이 굴욕당하는 것을 막아낸 인물이다. 염파는 수많은 전쟁터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대장군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한때 갈등을 빚었다. 인상여가 자신보다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자 염파가 불만을 품고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별렀던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인상여가 염파와 마주치기를 꺼려하자 염파는 거들먹거렸다.




주변에서 “고위 장상이 지나치게 겁을 먹고 무서워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 이에 인상여는 “진나라 왕을 면전에서 꾸짖은 내가 어찌 염파장군을 무서워하겠느냐”며 “지금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공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우리 두 호랑이가 싸우면 반드시 공존할 수 없게 된다. 내가 모욕을 참고 피하는 것은 국가의 존망 대사를 앞에 두고 개인의 은혜와 원한은 뒤에 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웃통을 벗고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인상여를 찾아가 사죄했다.




여기서 ‘부형청죄(負荊請罪)’라는 고사성어가 유래됐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를 둘러싼 당대표 후보들의 공방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 지도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자해적 행태”라고 경고할 정도다. 논란의 핵심은 김 여사가 4·10 총선 전인 지난 1월 한동훈 당대표 후보(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문자 5통을 보내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비대위가 사과를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한 후보가 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자 친윤 인사들을 비롯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를 향해 비난 공세를 펼쳤고, 한 후보는 “당시 내 뜻을 전달했다”며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난타전이 벌어졌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문자 메시지 논란으로 김 여사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의 중심에 등장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께 사과하는 것도 누구에게 물어봐서 해야 하느냐’는 비난마저 자초한 셈이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문자 읽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