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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Jul 14. 2024

초등학생이 의대 준비라니

김길웅, 칼럼니스트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으로 야기된 이른바 ‘의정대란’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정부는 의료정책 차원에서 실행을 완강히 강제하려 하고, 의료계는 그들대로 준비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이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법원이 정부 쪽 손을 들어줬지만, 의협이 그를 수용할 낌새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자 간에 앙금만 쌓이는 형국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대화인데, 이젠 접점을 찾기 위한 접근마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 예삿일이 아니다.



법원의 선고로 의대 증원이 40개 의대별로 배정됨에 따라 학칙 개정으로 2025학년도 모집 요강까지 확정됐음에도 의료계의 반발은 좀체 누그러들지 않는다.



대학병원이 듬성듬성 집단휴진으로 이어지는 작금이 아닌가. 의대 증원이 단지 밥그릇 싸움이 아닌, 나라의 미래 의료를 우려하는 충심(衷心)의 발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부가 정책을 세우고 펴는 거대 권력인 국가라는 입장의 큰 틀에서 한번 뒤틀고 뭉뚱그렸으면 어떨까, 감히 한마디 하고 있다. 전공의가 업무를 이탈했다고 행정적‧법적으로 처분하는 것은 마뜩잖은 처사일 게 맞다. 일단 포용하고 기다려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온 그들이다. 그들도 분명, 환자 생각에 안절부절못해 하고 있을 것이다.



진학을 눈앞에 둔 고3 수험생들과 자녀의 진학을 앞둔 부모들에게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재수생들인들 오죽 마음 졸일까. 의대 증원으로 인해 명문 공대를 중도 포기하게 하고 의대 쪽으로 쏠리게 물꼬를 터 진학의 편향성을 부추긴 것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걱정스럽다. 우수 두뇌들이 이공계를 이탈, 의대 쪽으로 선회하는 도도한 흐름이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지역 의료를 중앙 수준으로 끌어 올려 지역 간의 균형을 꾀하려 지방대학별로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등의 변화도 어떨지 조심스럽다. 능력에 맞는 대학을 찾아 지역으로 이주하는 흐름이 나타나게 마련이라 나라 전체가 어수선하다.



의료계의 집단휴진이 그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인 데다 의료 정책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보통의 교육 현장은 이만저만 혼란스럽지 않다. 초등학교 5학년이 고등수학을 학습한다 하고, 1, 2학년도 준비한다지 않은가. 의대 진학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얘기다.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더럭 겁이 난다. 심상한 일이 아니다. 신동이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평범한 보통의 인물로 끝나는 적잖은 기억들을 갖고 있지 않은가. 아무려면 초등학생이 고등수학을 한다니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 단호히 얘기하거니와 어불성설이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을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학습은 몸의 근력을 이용해 노동을 하는 것과 다르다.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겠지만 실패에 내한 절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학습은 과정이다. 사교육에서 내로라하는 명강사가 주입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참혹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 불을 보 듯한 일이다.



초월주의에 목숨 거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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